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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 소비자 "속여 수입산천국?

곡산 2008. 12. 22. 16:38

고속도로 휴게소 " 소비자 "속여 수입산천국?
식재료 .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산, 관리 엉망
 
전남조은뉴스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의 찐빵코너에서는 국내산 식재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쇠고기와 쌀에 이어 오는 22일부터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가 돼지고기와 닭고기, 배추김치까지 확대·실시되지만 제도적 허점과 음식점 주인들의 비양심적 행태가 성과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한농연강원도연합회는 영동고속도로에 위치한 휴게소들을 방문해 원산지 표시 단속과 홍보활동을 펼친 결과, 이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손님으로 가장해 자연스럽게 휴게소에 들어가 메뉴판과 원산지표시를 확인해보았다. 대부분 휴게소들의 메뉴판은 칼라와 다양한 무늬를 조화시켜 큰 글씨로 손님들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부착했다. 반면 원산지 표시판은 아주 작은 글씨로 최대한 작게 제작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붙여놔 대조를 이뤘다.

실제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는 가로 0.5㎝, 세로 0.5cm 크기의 글씨로 제작한 원산지표시 종이를 계산대 바닥에 부착해 소비자들이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일반 음식점들도 이 같은 방법으로 교묘하게 수입 농산물을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고 있는 곳이 많았다. 심지어 재래시장의 좌판에서도 품목과 원산지표시를 한 개의 푯말에 적어 원산지표시 글씨를 물건에 감추는 편법을 쓰는 등 제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편법이 성행하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원산지 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은 음식의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산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웰빙, 안전성 등에 관심이 많은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입산을 사용한 것이 알려질 경우 매출 하락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횡성휴게소에서 판매되는 찐빵(미국, 캐나다), 단밤(중국), 꽈배기(인도네시아), 고구마스틱(인도네시아), 닭다리 꼬치(중국), 버터구이 옥수수(중국), 쥐포(베트남) 등 국내 농산물은 찾을 수가 없었다.

출장가던 중 휴게소를 들린 박모(서울 마포구, 남·37)씨는 "휴게소 음식점에 수입산 표시를 한 곳이 없어 모두 국내산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알았다"고 밝힐 정도로 휴게소측은 원산지 표시를 작은 글씨로 안보이는 곳에 부착하고 있다.

박씨처럼 상당수 소비자들이 휴게소 음식점의 원재료를 국내산 농산물로 알고 있어 원산지 표시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에 따르면 원산지표시판의 글씨 크기와 부착장소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휴게소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2004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 휴게소 141개소에서 연간 매출이 6621억원에 달하고 있고 현재는 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휴게소들이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은 물론 판로확보를 모색하고 있는 농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에 참여했던 한농연회원들은 “휴게소와 일반음식점에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면 국민건강과 농산물소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확실한 원산지표시 정착을 위해 원산지표시판을 일정 규격으로 의무화하고 소비자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부착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환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