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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호] 동양그룹 vs 검찰 빅매치 관전포인트

곡산 2008. 10. 22. 08:22

[제666호] 동양그룹 vs 검찰 빅매치 관전포인트
| 2008·10·14 10:31 |
동양그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현재현 회장이 구속 위기에 몰린 탓이다. 이명박 정부 최초로 재벌그룹 총수가 위태롭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동양그룹은 현재로선 딱히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다. 그저 조용히 내부를 추스르고 있다. 한편으론 법무조직을 강화하는 등 검찰과의 빅매치에 대비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과연 현 회장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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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새 정부 들어 구속되는 첫 재벌그룹 총수로 기록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검찰은 현 회장에 대해 동양메이저의 한일합섬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거진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미 구속된 추연우 동양메이저 대표와 공모, 한일합섬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한일합섬의 자산으로 이를 되갚는 방식(LBO방식)으로 M&A를 진행, 한일합섬 주주들에게 1천8백여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다.
또 현 회장은 한일합섬 M&A 과정에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9차례에 걸쳐 모두 18억9천여만원을 이전철 전 한일합섬 부사장(구속)에게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측은 “한일합섬의 M&A를 진두지휘한 추씨가 윗선인 현 회장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차입자금으로 M&A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는 여기까지다. 현 회장에 대한 재판은 이르면 이달 말 첫 공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과거 대법원이 피인수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를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6년과 2007년 LBO 방식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LBO 행위는 인수 대상 회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사회 전체적으로 악영향을 끼쳐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제재가 필요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LBO 사건을 배임죄로 인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동양메이저가 한일합섬을 인수하면서 인수자금을 자체 조달하지 않고 인수대상 자산을 담보로 한 LBO 방식을 취했다”며 “판례에서도 나타났듯 현행 법률상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특수부는 ‘검찰의 꽃’이라 불릴 만큼 조직이 막강하다. 이 사건을 수사한 부산지검 특수부도 최세훈 부장검사 등 ‘검사 중의 검사’들로 이뤄져 있다. 김수민 부산지검장이 직접 특수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룹 측은 현 회장이 새 정부에서 사법처리되는 첫 재벌그룹 총수로 기록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양그룹은 현 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과의 치열한 법정공방을 대비해 이미 법무 분야 강화에 나섰다.
동양그룹은 지난 8월 말 그룹 전략기획본부에 법무실을 신설했다. 신임 법무실장엔 유성훈 상무를 임명했다. 서울지법 판사 출신인 유 상무는 동양그룹에 들어오기 전 법무법인 서정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유 상무는 부인이 2005년 3월 사상 첫 여성 공보담당으로 화제를 모은 김경목 헌법재판소 연구관, 처형이 판사, 동서가 검사로 재직하는 등 ‘법조인 가족’으로 유명하다.
동양그룹 내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물론 총수의 구속만은 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법조계 출신 임원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실제 동양그룹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인은 적지 않다.
현 회장과 경기고·서울대 법학과 선후배 사이인 이태창, 한부환 동양메이저 사외이사(비상근)의 직업은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창원지법 검사장, 광주지법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고, 한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국장, 대전고검 검사장, 법무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3년 5월부터 올초까지 동양종금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이명박 정부 ‘왕수석’으로 불린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서울고검 검사장 출신으로 현 회장과 연수원 동기다.
나아가 현 회장의 법조계 인맥도 눈에 띈다. 1970년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현 회장은 1977년 부산지검 검사로 2년간 재직하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장녀 혜경씨와 결혼, 경영수업을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을 갔다 온 뒤 곧바로 동양시멘트 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 양승태 대법관 등이 대표적인 그의 사시 동기들이다. 이외에도 수십명에 이르는 고위 법관을 지낸 검찰 출신 동기들이 법조계에 포진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0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법대 동창이나 사법고시 동기들이 법조계에 포진해 있어 유대감을 느끼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도 이 친구들과 만나면 법률 관련 토론을 즐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양그룹 측도 해볼만 하다는 눈치다. 그룹 관계자는 “인수 이후 피인수 기업 자산이나 수입을 통해 채무를 상환하는 LBO 방식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 M&A 시장의 핵심 기법으로 사용될 만큼 일반적인 M&A 기법”이라며 “만약 이번 재판에서 LBO 방식이 문제가 될 경우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이뤄진 굵직한 M&A에 성공한 기업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변호사인 유 상무를 영입한 것은 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대비 차원이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법무팀 개념이 아닌 실장 한 사람을 선임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외이사나 총수 인맥이 재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으면 자문 정도는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동양그룹 사건을 수사한 곳은 현 회장의 첫 근무지였던 부산지검이다. 현 회장이 친정인 부산지검에서 새 정부 들어 쇠고랑을 차는 첫 재벌그룹 총수란 굴욕을 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핵심 인물’보석석방 왜? 법원 ‘이랬다 저랬다’
지난 7월21일 한일합섬 인수·합병(M&A)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추연우 동양메이저 대표가 구속 2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 1일 부산지법 제6형사부는 추씨에 대해 보석금 1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보석청구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일합섬 내부 정보를 추씨에게 넘겨주는 등 M&A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 주고 18억9천여만원을 받은 이전철 전 한일합섬 부사장에 대해서도 보석금 5천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했다.
법원 측은 “관련자 수사가 모두 끝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검찰과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만 15명이 넘을 정도로 재판 과정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돼 피고인들에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보석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추 대표, 이 전 부사장 등ㅁ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법원은 “건강악화 등과 같은 보석을 허가할 만한 사유가 없는데다 범행을 부인, 증거인멸과 함께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추 대표의 보석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