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플라스틱으로 친환경 미래 그린다"…모빌리티로 발 넓히는 SK케미칼[르포]

곡산 2026. 8. 18. 07:50

"플라스틱으로 친환경 미래 그린다"…모빌리티로 발 넓히는 SK케미칼[르포]

강민성입력 2026. 8. 17. 15:48수정 2026. 8. 17. 18:57
투명도와 내구성 입증…화학적 재활용 기술 현장
강도·블로우 성형 등 테스트…석유 기반 제품 구현
"화장품·음료 용기서 車부품 등 모빌리티로 확장"

"지금 보시는 세 가지 제품 중 어느 것이 버진(석유 기반)이고 어느 것이 SK케미칼의 친환경 재활용 원료인지 구분되시나요. 저희가 직접 테스트해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3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 산업단지 내 SK케미칼 성형가공랩(Lab). 연구원이 석유 기반의 버진,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CR), 물리적 재활용(MR)으로 나열한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샘플을 차례로 보여준 뒤, 차례로 화학적 재활용 소재의 물성을 검증하는 인장 강도 테스트기에 넣었다.

고정된 플라스틱 샘플을 기계가 상하로 강하게 잡아당기자, 버진과 SK케미칼의 CR PET은 끊어지지 않고 허리선이 가늘어지며 계속해서 늘어났고, 인장 강도가 40MPa가 넘어간 이후 끊어졌다. 순수 석유기반 버진 제품과 SK케미칼이 재활용 원료 기반으로 생산한 제품의 성능 차이가 없었다. 반면 불투명한 MR기반 PET은 인장 강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자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졌다.

플라스틱 가공 시 '얼마나 깨지지 않고 잘 늘어나는가'는 성형 불량률과 직결되는 핵심 성질이다. 특히 재활용 플라스틱은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큰 편이다. 하지만 SK케미칼의 CR PET은 석유 기반 플라스틱 한계치를 뛰어넘는 인장률(40% 이상)을 기록하며 강한 탄성과 내구성을 입증했다.

현장 연구원은 "잘 늘어나야, 페트병을 부풀리는 '블로우(Blow)' 성형이나 섬유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깨짐이나 로스(손실)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SK케미칼의 CR 소재는 자동차 타이어 내부를 지지하는 얇고 강한 실인 '타이어코드'나 고기능성 가방·작업복 섬유 소재로도 무리 없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해중합 기술 기반의 CR 제품을 스페셜티로 육성하고 있다. 해중합은 폐플라스틱을 화학 반응을 통해 분자 단위까지 분해한 뒤, 다시 원료 상태로 되돌려 재중합하는 기술이다.

이어 이동한 블로우 성형 및 시트 가공 연구실에서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진행됐다. 쌀알 크기의 펠릿으로 만든 작은 플라스틱 샘플을 열로 말랑말랑하게 만든 뒤 공기를 불어 넣자 금세 매끄럽고 투명한 용기 형상이 완성됐다.

식품이나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이 노출되는 '투명성'과 규제를 충족하는 '위생성'이 생명이다. 물리적 재활용(MR)의 경우 유색 플라스틱이나 불순물이 섞이면서 누런 기가 남아 위생상 한계가 있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CR)은 분자 단위로 분해한 뒤 다시 합성하기 때문에 유색·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써도 버진 제품 수준의 투명도와 위생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SK케미칼의 효자 상품인 '코폴리에스터'도 눈길을 끌었다. 고온과 화학 물질에 견디는 내화학성·내열성이 뛰어나 로레알, 알마니 등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화장품 캡, 고강도 믹서기 용기, 유아용품, 전자담배, 반도체 이송용 트레이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현재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을 상업화해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SK케미칼은 중국 생산 법인을 인수해 생산 거점을 확보했으며,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맞춤형으로 공급하고 있다.

윤원재 SK케미칼 용도개발 실장은 화학적 재활용 소재의 적용 분야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장품 용기나 음료 용기 중심으로 적용을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분야로도 적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부품은 내열성, 내충격성, 내구성 등 요구되는 물성 기준이 훨씬 까다롭고 검증에 걸리는 기간도 긴 분야"라면서 "재활용 소재 적용이 쉽지 않은 영역으로 꼽혀왔는데 효성첨단소재, 한국타이어와는 순환재활용 페트 섬유로 만든 타이어코드를 개발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에 적용했다. 기아 EV3 스터디카(친환경 소재 적용 실험 모델)에는 헤드라이너나 크래시패드, 도어패널, 시트커버 등 다양한 부품에 화학적 재활용 소재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플라스틱 패키징 시장이 '사용 후 실제로 재활용될 수 있는 소재와 구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소재 선택 단계부터 재활용성을 고려하고, 재생원료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구조가 자연스러운 산업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친환경 트렌드가 아닌 플라스틱 산업의 구조적인 전환으로 본다. 2040년까지 재활용·바이오 원료 기반 제품의 판매 비중을 9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강민성 기자 kms@dt.co.kr

왼쪽부터 인장기에서 뽑은 석유 기반의 버진(Virgin),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CR), 물리적 재활용(MR) PET. 석유기반과CR PET은 길이가 거의 유사했다. 강민성 기자

 

블로우 성형을 거친 페트병, 왼쪽이 물리적 재활용(MR)으로 만들어진 제품, 오른쪽이 SK케키말의 화학적 재활용(CR) 제품. 강민성 기자

 

물리적 재활용(MR) PET(왼쪽부터),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CR)PET , 석유 기반의 버진 PET 샘플과 페트병. 강민성 기자

 

경기 화성시 통탄 산업단지 내 SK케미칼 성형가공랩(Lab). 강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