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웰스토리 과징금 취소, 대법원서 뒤집히나…“지나친 입증 요구”
서울고법, 2조7791억원 사내급식 거래 과징금 취소…공정위 상고
김남근 의원 주최 판결 비평 토론회…“지나친 입증 책임” 비판
“물량보다 거래조건에 초점…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약화 우려”
- 등록2026.07.20 18:11:36

[푸드투데이 = 황인선.노태영 기자]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맡긴 거래를 부당지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두고,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나치게 높은 입증 책임을 요구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상당한 물량을 계열사에 몰아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규모형 부당지원행위’를 가격이나 수수료 등 거래조건 중심으로 판단할 경우, 대기업집단이 거래조건을 일부 조정하면서 내부거래 물량만 확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 판결 비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변호사가 발제했다. 토론에는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변호사, 신봉삼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박현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변호사와 중소기업계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번 사건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4개 계열사가 약 8년 동안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맡긴 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서울고법이 취소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웰스토리와 장기간 수의계약을 유지하면서 식재료비 마진과 물가상승분을 보전하고, 인건비에 연동한 위탁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부당지원행위로 산정된 거래액은 삼성전자 약 2조244억원, 삼성디스플레이 4572억원, 삼성전기 2102억원, 삼성SDI 874억원 등 총 2조7791억원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에 1012억여원, 삼성웰스토리에 959억여원 등 총 2349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지원 의도와 상당한 규모의 거래, 과도한 경제상 이익 제공, 경쟁제한성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공정위 처분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며,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보전이익만 따지면 물량 몰아주기 규제 약화”
노종화 변호사는 법원이 ‘규모에 의한 부당지원행위’와 ‘유리한 거래조건에 의한 부당지원행위’를 사실상 같은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규모형 부당지원은 개별 거래에서 얻는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제공해 지원 대상 회사에 경제적 이익을 안기는 행위다. 따라서 거래조건뿐 아니라 물량과 매출 규모를 핵심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웰스토리가 삼성 계열사들과 거래해 올린 매출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128억원으로, 전체 단체급식 매출의 27.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해당 거래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은 연평균 약 694억원으로 집계됐다.
노 변호사는 전체 거래액을 지원행위 대상으로 인정하려면 미래전략실 개입이 없을 경우 삼성웰스토리가 상당한 물량을 수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은 규모형 부당지원의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한 규모인지 판단하는 단계부터 부당지원 매출과 정상 매출을 구분하도록 하면 규모형 부당지원행위의 범위가 합리적 이유 없이 축소된다”며 “거래조건 개선으로 보전된 이익만을 지원 규모로 보는 것은 거래조건형 부당지원 판단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들은 문제 된 기간 동안 사내급식 물량을 사실상 전량 삼성웰스토리에 맡겼다. 삼성전자 사업장의 급식단가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최대 49.1% 올랐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일부 사업장도 37~47%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미전실 개입 정황에도 직접 증거 요구”
지원 의도와 관련해서도 법원이 정황증거를 종합하지 않고 개별 증거마다 지나치게 높은 증명력을 요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현용 변호사는 공정위 의결서에 미래전략실이 삼성웰스토리의 계열사·비계열사 거래 간 영업이익률 격차를 인식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가 마련한 이익보전 방안을 승인해 관계사로 확산한 정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결재까지 마친 일부 사업장의 경쟁입찰이 미래전략실의 전화 지시 이후 중단된 사실은 단순한 직원 복지나 급식 품질 개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지원 의도는 법률상 독립된 구성요건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법원은 실제 판단에서 명시적인 지원 문건에 가까운 증거를 요구했다”며 “직접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 의도를 부정하면 부당지원행위 입증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삼성웰스토리의 계열사 거래 수익성이 비계열사 거래보다 현저히 높았다는 점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전자 등 4개사와의 거래에서 거둔 연평균 직접이익률은 25.27%였다. 연간 100만 식 이상 비계열사 사업장의 직접이익률 13.97%보다 11.3%포인트 높았다.
같은 기간 계열사 거래 영업이익률은 연평균 15.5%로, 삼성웰스토리 전체 영업이익률 8.5%를 웃돌았다. 비계열사 거래 영업이익률은 -0.4%, 연간 100만 식 이상 비계열사 사업장은 0.57%였다.
법원은 이익률이 거래조건뿐 아니라 사업 효율성과 원가배분 방식 등에도 영향을 받는 사후적 결과라며 과도한 경제상 이익을 인정하는 직접적인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노 변호사는 비계열사 거래와의 이익률 차이, 별도 위탁수수료, 경쟁사업자의 입찰단가 등 공정위가 제시한 자료가 객관적인 거래 수치라며 법원이 요구한 증명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박했다.
“다른 대기업 내부거래가 정상 기준 될 수 없어”
신봉삼 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법원이 다른 대기업집단 급식업체의 내부거래 이익률과 삼성웰스토리의 이익률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신 전 처장은 부당지원행위 판단의 비교 대상은 다른 기업집단의 내부거래가 아니라 독립된 사업자 사이의 시장거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기준으로 과도한 경제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내부거래가 만연할수록 부당지원 가능성이 낮아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이는 부당지원행위 금지제도뿐 아니라 경제력 집중 억제 제도의 실효성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웰스토리가 비계열사 거래에서 평균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들어 계열사 거래가 시장 지위 유지에 미친 영향을 경쟁 제한뿐 아니라 특정 계열사로의 경제력 집중과 시장 퇴출 저해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국내 단체급식 시장이 이미 대기업 중심의 과점·포화시장이고, 삼성전자 등이 거래 물량을 인위적으로 늘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경쟁제한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이미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서 대규모 내부거래로 특정 사업자의 지위가 유지·강화됐다면 경쟁사업자의 진입과 수주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웰스토리는 문제의 거래가 본격화한 2013년부터 기존 1위 사업자인 아워홈을 제치고 단체급식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했다. 박 변호사는 “지원행위로 새로운 시장 지위를 얻은 경우뿐 아니라 하락했을 지위를 유지하거나 강화한 경우도 경쟁제한 효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규모형 부당지원행위의 입증 기준과 공정위의 조사·제재 범위를 가르는 중요 판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거래조건을 다소 불리하게 설계하더라도 물량을 늘리면 적발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다”며 “사실상 증명하기 어려운 기준을 요구하면 공정위의 조사와 법 집행도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변호사는 “개별 요소마다 완벽한 입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거래 규모와 기간, 수익성, 내부 의사결정 과정, 시장에 미친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규모형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독자적 의미와 공정위 재량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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