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아도 떠난다”…낮은 임금·주말근무가 키운 식품산업 ‘이직 악순환’
식품제조업 임금 일반 제조업의 81%·외식업은 68%
고학력자일수록 타 산업과의 임금 격차 더 벌어져
잦은 이직에 현장 숙련 축적 저해…산업 경쟁력 약화
- 등록2026.07.14 15:17:35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식품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이 단순히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렵게 채용한 인력이 산업에 머물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제조업과 외식업 모두 다른 산업보다 임금 수준이 낮고 임시·일용직과 주말근무 비중은 높았다. 특히 고학력 근로자일수록 비교산업과의 임금 격차가 커 식품산업에 진입하거나 장기간 근무할 유인이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낮은 보상과 불안정한 고용, 열악한 근로환경이 인력 이탈을 부르고, 잦은 이직이 숙련 축적을 막아 다시 인력난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임금뿐 아니라 휴가와 근무시간, 고용 안정성, 경력개발 체계까지 함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식품산업 취업·이직 결정요인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식료품 제조업의 인력 부족률은 3.6%로 제조업 전체 평균 2.5%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외식업인 음식점 및 주점업의 인력 부족률도 4.0%로 전 산업 평균 2.4%를 크게 웃돌았다.
인력 이동도 활발했다. 식료품 제조업 이직률은 3.7%로 제조업 평균 2.7%보다 높았고, 외식업 이직률은 9.7%로 전 산업 평균 4.8%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농경연은 식품산업의 높은 인력 부족률과 이직률이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지역 인력 수급 불균형, 주말 근무 등 비선호 근로시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농경연 관계자는 "잦은 인력 이동은 근속기간에 따른 숙련 형성을 방해하고, 기업에는 신규 근로자 채용과 교육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을 반복적으로 발생시킨다"며 "이 같은 인력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생산능력과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국내 농산물의 수요 기반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식품제조업 시간당 임금 1만7818원…일반 제조업의 81%
임금 격차는 식품산업의 인력 유출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상반기 식품제조업 임금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급여는 1만7818원으로, 식품 외 제조업의 2만1982원 대비 81% 수준에 그쳤다.
월평균 급여도 식품제조업은 310만원으로 식품 외 제조업 395만원보다 85만원 적었다.
연령과 학력이 높을수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식품제조업에 종사하는 60대 이상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는 1만5141원으로, 식품 외 제조업 2만926원의 72% 수준이었다.
전문대졸 이상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도 식품제조업은 2만502원으로, 식품 외 제조업 2만4848원의 82%에 머물렀다.
농경연은 고학력자의 경우 식품제조업과 다른 제조업 간 급여 격차가 크게 나타나면서 식품산업에 종사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취업·이직 결정요인 분석에서도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층과 30~50대 근로자가 식품제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이직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실질 시간당 급여가 증가할수록 식품제조업에서 이직할 확률은 유의하게 낮아졌다.

◇ 외식업 고학력자 임금, 비교산업의 64% 수준
외식업의 임금 격차는 식품제조업보다 더 컸다.
음식점 및 주점업 임금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급여는 1만2767원으로, 비교산업인 도소매·운송·숙박업 1만8642원의 68% 수준에 불과했다.
월평균 급여는 외식업 183만원, 비교산업 314만원으로 131만원 차이가 났다.
특히 전문대졸 이상 외식업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는 1만3337원으로, 도소매·운송·숙박업 2만938원의 64% 수준에 그쳤다.
중졸 이하 근로자의 임금이 비교산업의 89%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학력이 높아질수록 임금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는 구조다.
고졸 이상으로 학력이 높거나 이전 일자리에서 실질 시간당 급여를 많이 받았던 근로자는 다른 산업에서 외식업으로 취업할 가능성도 낮게 나타났다.
식품산업이 청년과 고학력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채용 인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학력과 숙련도, 직무 수준에 걸맞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외식업 임시직 31.5%…상용직보다 많아
고용 안정성도 인력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외식업 전체 취업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27.2%였지만 임시근로자는 31.5%로 상용직보다 비중이 높았다. 일용근로자도 4.7%를 차지했다.
비교산업인 도소매·운송·숙박업의 상용근로자 비중이 49.3%, 임시근로자 비중이 12.3%인 것과 대조적이다.
식품제조업도 상용근로자 비중이 73.8%로 식품 외 제조업 84.8%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임시근로자 비중은 식품제조업이 8.5%로 식품 외 제조업 5.7%보다 높았다.
외식업 임근근로자에게 현재 일자리에서 근무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36.9%로 가장 높았다.
근로조건에 만족해서 일한다는 응답은 31.3%, 안정적인 일자리이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8.0%에 그쳤다.
특히 임시근로자의 41.6%, 일용근로자의 54.5%가 당장 생활비가 필요해 외식업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외식업 일자리가 장기적인 경력 형성의 기반이라기보다 단기적인 생계형 일자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 서서 일하기 97%·토요일 근무 65%…휴가가 이직 좌우
근로환경과 근무시간도 외식업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외식업 종사자의 97.2%는 전체 근로시간의 4분의 1 이상을 서서 일한다고 답했다. 비교산업의 67.5%보다 29.7%포인트 높았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에 노출된 비율은 46.8%, 반복 동작은 62.6%,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52.3%로 나타났다.
토요일 근무 경험 비율은 65.3%, 일요일 근무는 29.5%였다. 비교산업은 각각 51.9%, 23.9%였다.
식품제조업도 토요일 근무 비율이 36.0%로 식품 외 제조업 17.4%의 두 배를 넘었고, 일요일 근무도 8.7%로 비교산업 3.3%보다 높았다.
연구 결과 외식업에서는 임시·일용직으로 근무했거나 감정적 노동강도와 비선호 근로시간 점수가 높을수록 다른 산업으로 이직할 확률이 증가했다.
반면 휴가제도 등 복지혜택이 있는 경우 외식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이직할 확률은 낮아졌다.
낮은 시간당 임금과 감정노동, 주말근무, 휴가제도 미비는 외식업 근로자의 다른 산업 이동뿐 아니라 미취업 상태로 이탈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뽑아도 떠나면 숙련 못 쌓아…채용·교육비 부담 반복
잦은 이직은 단순히 인력이 한 명 빠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품산업은 생산과 조리, 품질관리, 위생·안전 업무에서 현장 경험을 통해 숙련을 높여야 하지만 근속기간이 짧아지면 조직 내부에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기 어렵다.
기업은 신규 근로자를 다시 채용하고 업무를 교육하는 데 비용과 시간을 반복해서 투입해야 한다. 숙련이 쌓이기 전에 인력이 빠져나가면 생산성과 품질관리 역량을 안정적으로 높이기도 어렵다.
식품제조업 임시·일용근로자의 절반 가까이는 단순노무직에 집중돼 있었고, 외식업 임금근로자도 서비스직과 단순노무직 비중이 높았다.
근로자들이 현재 일자리 수준이 자신의 기술이나 교육 수준보다 낮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비교산업보다 높았다.
외식업 임금근로자의 21.6%는 현재 일이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낮다고 답했고, 교육수준보다 낮다고 본 비율은 24.3%였다.
임시근로자의 경우 기술 수준보다 일자리 수준이 낮다는 응답이 30.8%, 교육 수준보다 낮다는 응답은 33.7%에 달했다.
식품제조업에서도 임시근로자의 21.5%가 현재 업무가 자신의 기술 수준보다 낮다고 답했고, 교육 수준보다 낮다는 응답은 23.8%였다.
농경연은 이 같은 교육·기술 미스매치가 근로자의 업무 몰입과 생산성 발휘를 저해하고,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기면 산업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임금만으로 한계”…휴가·유연근무·경력경로 함께 개선해야
농경연은 식품산업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영세 사업체가 많은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큰 폭의 급여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휴가제도 확대와 유연근무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비금전적 보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실질 시간당 급여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주말과 장시간 근무를 완화하면 외식업 근로자의 이직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식업의 감정노동을 완화하기 위한 소비자 인식 개선과 사업장 차원의 보호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또 식품산업 근로자의 교육·기술 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직무별 교육·훈련 체계를 강화하고, 숙련과 경력이 임금과 승진으로 이어지는 경력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화와 식품로봇, 디지털 기술 확산으로 현장 직무가 빠르게 바뀌는 만큼 향후 필요한 인력과 직무전환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식품산업 인력난을 단순히 사람을 더 많이 뽑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채용한 인력이 산업에 머물며 숙련을 쌓을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을 높이지 못하면 인력 이탈과 숙련 부족, 생산성 저하가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식품제조업 관계자는 “현장에는 일감이 많지만 식품 제조업을 장기적인 직업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다른 일을 하다가 유입되는 인력이 많고, 그만큼 쉽게 이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장기근속자가 확보되면 숙련도가 높아져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개선된다”면서도 “영세 사업체 입장에서는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임금과 퇴직금 등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 지원과 체계적인 현장 교육·훈련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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