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6.29 06:00
이제는 외국인이 투자하고 확산하는 '글로벌 한식 생태계' 만들어야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정책 포럼서 한식 세계화 새 비전 제시

"K-푸드의 다음 과제는 세계인이 '싸고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동경하는 미식(Gastronomy)'으로 한식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식 세계화 정책이 양적 확산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가성비 중심 한식 이미지를 프리미엄 미식 브랜드로 끌어올리고, 지역 향토음식을 세계 시장에 연결하며,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스스로 한식을 확산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지난 5일 열린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정책포럼에서 '대한민국 음식관광의 구조적 전환과 정책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한식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과 음식관광의 미래 방향에 대한 개인적 학술 견해와 정책 제언을 밝혔다.
"K-푸드 인기 뒤에 숨은 과제… '가성비 음식' 이미지 경계해야"
이규민 이사장은 먼저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식의 위상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최근 K-푸드 열풍이 라면과 치킨, 김밥, 떡볶이 등 대중적인 메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자칫 한식이 '트렌디하지만 저렴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제는 한식의 프리미엄 브랜드화 방안을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히 소비되는 음식의 범위를 뛰어 넘어 세계인이 동경하는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 한식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식진흥원도 글로벌 미식 브랜드로서 한식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토음식이 한식의 미래… 지역이 세계와 연결돼야"
이규민 이사장은 한식 세계화의 무대를 수도권과 해외 대도시에서 전국 지역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등 대표 메뉴 외에도 전국 각 지역이 간직한 향토음식이야말로 한식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국의 향토음식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기록·보존하는 동시에 이를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2027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인 '향토음식진흥센터'가 이러한 역할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향토음식진흥센터를 기반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미식관광을 활성화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지방소멸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 한식을 키우는 시대"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제안은 한식 세계화의 주체를 바꾸자는 제언이었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 한국인 셰프가 중심이 돼 한식을 해외에 소개했다면, 앞으로는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고 사업을 운영하며 한식을 확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국내에서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드는 셰프 대부분이 한국인인 것처럼 앞으로는 외국인이 자신의 자본으로 김치와 장을 만들고, 한식의 가치와 의미를 자국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이 주체가 되어 한식을 홍보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췄던 지원에서 한발자욱 더 나아가 한식을 글로벌 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새로운 정책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음식관광도 '관광'에서 '미식 경험'으로
이번 제안은 음식관광의 개념 역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음식관광이 특정 메뉴를 체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지역의 식문화와 역사, 농산물, 셰프, 식재료 생산지까지 연결하는 종합적인 미식 경험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미식 강국으로 평가받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역시 지역 음식과 문화, 관광을 결합해 국가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향토음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식관광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푸드아이콘 인사이트]
이번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의 발표는 '한식 세계화 시즌2'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년이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확산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와 지역성, 지속가능성을 더하는 '고도화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국인이 만드는 한식', '지역 향토음식의 세계화', '미식 브랜드로서의 한식'이라는 세 가지 정책 제안은 K-푸드가 글로벌 식문화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향후 2027년 향토음식진흥센터 출범과 함께 한식 정책의 무게중심이 지역과 미식관광으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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