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원가부담 '확' 줄었는데…'방만경영' 농협유통, 인공호흡기로 연명
작년 일반차입금 이자비용 30억
영업손실 지속에 이자부담 가중

농식품 전문 매장 농협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이 거듭된 실적 악화 속에서 계열회사인 농협은행의 자금 수혈로 버티고 있다. 2021년 통합법인 설립 이후 구매력이 커지면서 원가 부담은 줄었지만, 임직원 급여 등 고정비 부담이 대폭 확대되며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오프라인 소비 시장 위축으로 매출마저 뒷걸음치면서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만 수십억원이 빠져나가는 구조적 재정난에 빠진 모습이다.
25일 농협유통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운용자금 명목으로 농협은행과 일시대출 및 당좌대출에 대한 재약정을 체결해 각각 200억원과 300억원 등 총 500억원에 대한 차입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농협유통이 지금까지 농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누적으로 1300억원에 달한다.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2021년 200여만원 수준이던 일반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도 지난해 30여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305억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불어난 가운데 적자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이 연간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 같은 차입 경영은 농협유통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경제지주가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2021년 11월 기존 유통 분야 5개 자회사 중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곳(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을 합쳐 농협유통으로 통합한 뒤부터 본격화했다.
농협유통 통합법인이 출범한 뒤 매출은 소폭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영업적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을 통해 운전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농협 일각에선 기존 4개 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농산물 구매 권한을 통합법인 출범 뒤 농협경제지주가 가져가면서 물량 발주나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고, 농협경제지주가 매입한 상품을 판매만 하는 창구로 전락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본지가 농협유통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매출원가율은 통합법인 출범 전보다 훨씬 떨어졌다. 매출원가율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해 얻은 매출액 중에서 상품을 만드는 데 원가(물건값, 제조 비용 등)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원가율 하락은 상품 소싱 능력이나 원가 통제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실제 농협유통이 매년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배경은 통합 이후 인건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가 급증한 탓이다. 이 회사의 판관비는 통합 직전 1700억원 안팎이었지만, 통합 첫해 2500억여원으로 37% 급증한 뒤, 매년 꾸준히 늘었다. 특히 판관비 중 급여 지급액은 699억원에서 1023억원으로 급증했다. 임직원 수는 2021년 2294명에서 지난해 2183명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통합한 뒤 구조조정에는 소홀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유통의 실적 악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유통의 전체 점포 절반이 적자였다. 당시 정 의원은 "4년 연속 적자에 절반이 적자 점포인 것은 구조적 부실의 신호"라며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춘 전면적인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중심축이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매장 리뉴얼과 체험 요소 강화, 가성비 즉석식품, 비식품군 강화 등 전략을 재편한 반면, 하나로마트는 이 같은 트렌드를 못 따라가 매력도가 반감됐다"며 "애그플레이션 등 농산물 가격 상승 때 농산물 전문매장이라는 장점을 구현하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경영 성적표 부진은 농업인을 위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지원금 축소로 이어졌다. 농협유통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직전 3개년 평균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 범위에서 매년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한다. 농업협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이 돈은 산지유통 활성화 등 농협중앙회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 사업을 수행하는 재원으로 쓰인다.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면서 농협유통이 지급한 농업지원사업비는 2021년 40억원에서 이듬해 51억원으로 늘었다가 이후 2024년 46억원, 지난해 43억원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농협경제지주 산하 농협하나로유통과 대조적이다. 농협하나로유통도 구매 권한은 물론, 2021년 온라인 사업 등을 농협경제지주로 떼어준 뒤 매년 4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 중인데 농업지원사업비는 2024년 35억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증액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해 매출이 1조1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7% 넘게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은 389억원으로 적자 폭을 소폭 줄였다. 이 기간 판관비가 26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억원가량 줄었는데, 인건비는 980억원에서 905억원으로 감소했다. 복리후생비도 369억원에서 313억으로 축소되는 등 지난해 2월 임영선 대표 취임 이후 긴축 경영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현재 본업인 농·축·수산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사업부서에서 제철 농산물 취급과 산지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온라인 판매 등으로 판로 확대에도 힘쓰고, 내부 효율성 증대를 통해 임직원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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