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유가공 4사, 무라벨·친환경 패키징 대전환

곡산 2026. 6. 25. 07:33

유가공 4사, 무라벨·친환경 패키징 대전환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6.24 07:51

EU PPWR 선제 대응…바이오 플라스틱·재생 원료 비중 확대
묶음상품 겉포장 정보 표기…개별 용기는 무라벨
서울우유, 캡 스티커 제거·수분리 라벨로 분리배출 확대
매일유업, 친환경 패키지 플라스틱 수백 톤 절감
빙그레, 커피·茶 제품에 적용…남양유업도 적극 추진

국내외 환경 규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주요 식품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패키징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생수 품목에 한정됐던 무라벨 디자인이 최근에는 발효유, 유제품, 소스류 멀티팩 용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돼 유통되는 추세다. 이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동시에,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요 유가공 및 식품기업들이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 대응해 무라벨 용기와 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패키징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자원 순환 효율성을 극대화해 순환경제 구축을 시각화한 친환경 유제품 포장재 예시 이미지. (사진=생성형 AI Gemini)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품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라벨을 과감히 제거한 무라벨 제품군이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확장돼 유통 중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 제조사들은 묶음 상품(멀티팩)의 겉포장재에만 상품 정보를 표기하고 개별 용기는 무라벨로 전환해 자원 순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특히 유제품과 발효유의 경우 용기 형태가 다양하고 분리배출이 까다로워 라벨 제거 기술 도입이 시급했던 분야다. 이에 국내 주요 유가공 기업들은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의 순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ESG 패키징 도입과 대외 협력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는 기술 혁신을 통해 용기 자체에 브랜드명을 음각으로 새기거나 인쇄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도입해 재활용 용이성을 높였다.

빙그레는 포장재의 재활용성을 높이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3R(Recycle, Reduce, Redesign)’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 중이다.

대표 커피 제품인 ‘아카페라 심플리’와 ‘맑은하늘 도라지차’ 등은 무라벨 패키징을 적용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재활용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고, 지난해에는 ‘빙그레 팥빙수’의 라벨을 제거하고 용기 직접 인쇄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용기 리디자인을 통한 포장재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따옴’에 비중 1 미만의 수축라벨과 열알칼리성 수분리 점착제를 사용해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았으며, ‘요플레 오리지널(180g)’의 플라스틱 캡 제거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했다.

친환경 인증 제품을 우선 조달하는 녹색구매 실천액은 2024년 기준 321억6800만 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소비자 참여형 자원순환 캠페인을 전개해 온 결과, 2024년 기준 총 폐기물 배출량 8681.3톤 중 8170.4톤을 재활용해 94.7%의 높은 폐기물 재활용률을 달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30년 매립 폐기물 제로화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자원순환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한 전사적 액션플랜을 실행하며 지속해서 친환경 포장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서울우유는 종이 스트로우 사용, 캡스티커 제거, 수분리 라벨 적용, 무라벨 도입 등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30t 이상 저감하는 결실을 맺었다. 멸균우유 200ml 제품군과 ‘사과나무’ 등에는 종이 스트로우를 도입했으며, 대용량 병 우유 및 ‘아침에주스’ 등에는 캡스티커 제거와 수분리 라벨을 적용해 분리배출 용이성을 높였다.

또한 ‘유기농 우유’ 용기에 환경부 기준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10% 이상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중랑구 관내 38개소에 스마트 회수함을 설치·운영해 2025년 12월 기준 누적 일반팩 6만8200kg, 멸균팩 6만3010kg을 회수했다.

매일유업 역시 제품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패키징 혁신을 적극 전개해 가고 있다.

매일유업의 친환경 패키징 신규 과제로 인한 최근 3개년 플라스틱 감축량은 2023년 228톤, 2024년 198톤, 2025년 141톤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2025년에는 ‘3R’ 전략에 따라 경량화 62톤, 소재 대체 61톤, 재생소재 적용 18톤의 감축을 달성했다.

‘마이카페라떼’ 전 제품 16종의 몸체를 기존 대비 12% 경량화하고, ‘매일두유99.9’ 제품에 사탕수수 유래 바이오PE를 도입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19% 절감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멸균팩재활용협회(KACRA)의 임원사로 참여해 선순환 생태계를 주도해 가고 있으며, 카카오메이커스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63.8톤의 종이팩을 수거해 스케치북으로 새활용해 기부하는 결실을 선봬 주목받았다.

남양유업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건강한 동행”이라는 슬로건 아래 제품 원·부자재 구매부터 폐기 단계까지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 패키지 도입과 자원순환 체계 고도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분리배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품 용기를 감싼 디자인 라벨을 제거하는 ‘무라벨 전환’을 적극 추진해 가고 있다.

남양유업은 ‘떠먹는 불가리스’ ‘천연수 무라벨’ 등 주요 품목에 무라벨 패키징을 적용해 2025년 한 해 동안에만 65.7톤의 플라스틱 감축 실적을 거뒀다. 아울러 커피믹스의 플라스틱 손잡이를 제거해 11.4톤을 아꼈고, 호상발효유의 플라스틱 스푼 운영 축소를 통해서도 20.9톤의 플라스틱을 감축했다.

이 외에도 페트(PET) 제품에 2열 절취선을 적용하고 잘 떨어지는 열알칼리성 접착제를 사용해 재활용 용이성을 높였으며, 환경 독성 물질을 저감하는 녹색인증 수성 잉크를 도입했다. 이러한 노정을 통해 대표 제품 42종이 포장재 지속가능성 최고 수준인 ‘A등급’을 획득했고, 2025년 기준 친환경 부자재 총 구매액은 198억 원으로 전체 부자재 구매액의 27.2%를 차지했다.

자원의 순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2023년 멸균팩 재활용 백판지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천안시 및 한솔제지와 종이팩 수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재생지를 자사 제품 포장재에 다시 도입하는 모델을 실천했다. 철저한 자체 분리수거와 자원순환 정책의 결과, 남양유업은 2025년 기준 총 폐기물 발생량 9757.48톤 중 대부분을 재활용해 99.98%에 달하는 높은 폐기물 재활용률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감성적 마케팅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규제가 강화되면서 재생 원료(PCR, Post-Consumer Recycled)와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도입이 포장재 혁신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난해 2월 발효한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이 오는 8월 12일부터 본격 적용됨에 따라, 과불화화합물(PFAS) 등 유해 화학물질 규제가 가시화돼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내부 포장재의 안전성 확보가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당장 올해 8월부터 EU 역내에 유통되는 식품 접촉 포장재는 개별 PFAS 25ppb, 합산 PFAS 250ppb, 전체 PFAS 50ppm 이하의 농도 기준을 엄격히 충족해야 하며, 납·카드뮴·수은·6가 크롬 등 중금속 합산 농도 역시 100mg/kg 이하로 제한된다.

이에 주요 가공식품 제조사들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바이오 기반 소재나 재생 플라스틱 수지 비중을 높이는 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고 해외 수출 장벽을 넘기 위한 필수적인 환경 경영 조치다. 더욱이 2030년부터는 가공식품 묶음 상품(멀티팩) 유통 시 흔히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그룹 포장재’ 등 특정 품목의 시장 출시가 전면 금지되는 만큼, 제품 설계 단계부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흐름이 고착화됐으며 친환경 포장재가 브랜드 신뢰도를 좌우하는 주요 지표가 됐다 고 진단한다. 탄소 배출량 감축 지표가 기업 가치 평가와 직결되는 구조로 재편돼 가면서, 식품기업들의 ESG 패키징 고도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무라벨 도입이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부담이었으나 장기 계약 분산 조달과 공정 자동화를 통해 원가 상승 압박을 흡수해 가는 단계”라며 “규제 대응력 자체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