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핫이슈] EU, 식품 포장재 'BPA 퇴출' 카운트다운…국내 수출기업 공급망 전면 재점검해야

곡산 2026. 6. 26. 12:39
[핫이슈] EU, 식품 포장재 'BPA 퇴출' 카운트다운…국내 수출기업 공급망 전면 재점검해야
  •  김민 기자
  •  승인 2026.06.26 08:48

7월 20일부터 BPA 전면 금지 단계적 시행…'사용 기준' 아닌 '제조공정 자체' 규제로 패러다임 전환
PFAS 규제까지 연이어 시행…EU 수출기업, 대체소재·DoC·시험성적서 등 종합 대응체계 구축 시급
@pixabay

플라스틱 용기와 통조림 캔 코팅에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비스페놀A(BPA)가 유럽 식품 포장재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다.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 20일부터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재료와 제품에 대한 BPA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서 국내 식품·포장재·용기 제조기업들의 수출 전략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규제는 과거처럼 '얼마나 검출됐는가'를 따지는 수준이 아니라 애초 제조공정에서 BPA를 사용하지 않는 것 자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규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8월부터는 PFAS(과불화화합물) 규제까지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EU 시장을 겨냥하는 국내 기업들은 소재 개발부터 공급망 관리, 적합성 선언서(DoC) 구축까지 전면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코트라 브뤼셀무역관이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본다.

■ 영유아 제품에서 모든 식품 접촉재료로…EU 규제 대폭 확대

BPA는 플라스틱(폴리카보네이트) 제품과 금속캔 내부 에폭시 코팅의 핵심 원료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과 인체 위해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EU는 10여 년 이상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해 왔다.

2011년에는 유아용 젖병에서 BPA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2018년에는 영유아 식기와 이유식 포장재까지 규제를 확대했다. 이후 EU는 2024년 'BPA 규정(Regulation (EU) 2024/3190)'을 채택했고, 올해 1월 발효에 이어 2026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의 가장 큰 특징은 영유아 제품에 한정됐던 규제가 모든 식품 접촉 물질(Food Contact Materials, FCM)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물론 ▲금속 코팅 ▲실리콘 ▲고무 등 재질과 관계없이 식품과 접촉하는 모든 제품이 적용 대상이다.

■ "기준치 이하도 안돼"…제조공정 자체 바꿔야 

이번 규정은 기존 관리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에는 BPA가 일정 기준(SML) 이하로만 용출되면 판매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BPA를 제조공정에서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즉 '얼마나 들어있는가'가 아니라 '사용했는가'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된다.

EU가 식품 포장재 안전관리 체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한 셈이다.

■ 규제 핵심은 '적합성 선언서(DoC)'…시험성적서는 언제 필요할까

EU 규정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 요건은 적합성 선언서(Declaration of Compliance, DoC)다.

제조사는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BPA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 선언해야 하며 제조·수입업체 정보, 제품 종류, 선언일, 사용된 비스페놀 및 유도체 목록, EU BPA 규정 및 식품접촉물질 규정 준수 선언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 시험성적서는 의무 제출 대상 아냐

EU 공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관 시 DoC와 관련 증빙자료만 있으면 된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현지 세관이나 바이어가 자체 검증 차원에서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부 검증자료를 함께 보유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BPA를 전구체로 사용하는 BADGE 등 비스페놀 유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은 1ppb 이하 미검출(ND) 시험성적서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 제품마다 시행일 달라…수출기업 반드시 확인해야

이번 규정은 제품군별 적용 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 일회용 식품 포장재= 가장 먼저 적용되는 대상이다. 식품용 일회용 용기, 트레이, 랩, PET용기, 진공포장 파우치, 과자봉지, 음료·육류·유제품 캔 등이 해당되며 2026년 7월 20일까지 EU 시장 최초 출시(수입·통관)가 가능하다.

통조림 캔은 추가 유예= 과일·채소 통조림(주스 제외), 수산물 캔, 외부만 BPA 코팅된 캔은 2028년 1월 20일까지 최초 출시가 허용된다. 이미 EU 시장에 진입한 빈 캔은 이후 1년간 식품 충전이 가능하지만 2029년 1월 20일 이후에는 더 이상 식품을 담을 수 없다. 반면 규정 이전에 충전을 완료한 완제품 통조림은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다회용 용기= 텀블러와 식기 등은 2027년 7월 20일까지 최종 판매가 가능하며, 공장용 식품 생산설비 부품은 2029년 1월 20일까지 유통이 허용된다.

■ BPA 끝나면 PFAS 온다…2026년 8월 또 한 번 규제 강화

국내 기업들이 더욱 긴장해야 하는 이유는 BPA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EU는 2026년 8월 12일부터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에 따라 PFAS(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강력한 제한도 시행한다.

대상은 종이박스, 식품랩, 베이킹 트레이, 전자레인지용 포장재 등 대부분의 식품 포장재다.

기업들은 ▲개별 비고분자 PFAS 25ppb 이하 ▲전체 표적 PFAS 합계 250ppb 이하 ▲전체 PFAS 함유량 50ppm 이하 등 세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특히 PFAS 규제는 기존 재고에 대한 유예기간이 없다는 점이 BPA 규정보다 더 엄격하다.

2026년 8월 12일 이후 출시되는 제품은 제조 시점과 관계없이 모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수출기업 대응 포인트…"소재보다 공급망 관리가 경쟁력"

전문가들은 앞으로 EU 수출 경쟁력은 단순히 BPA를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적합성 선언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공급업체의 화학물질 정보, 원재료 이력, 제조공정 검증 등을 모두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하위 원료업체로부터 신뢰성 있는 화학물질 구성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DoC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법적 의무는 아니더라도 1ppb 이하 검출한계의 공인시험성적서를 확보하면 세관 검사나 바이어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유럽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