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Insight] 2035 식품 제조 혁명… "대량생산 시대 끝… 하이브리드 생태계로 재편"

곡산 2026. 6. 24. 07:44
[Insight] 2035 식품 제조 혁명… "대량생산 시대 끝… 하이브리드 생태계로 재편"
  •  김민 기자
  •  승인 2026.06.23 17:01

AI·마이크로 팩토리·배양육·공유 제조 시대 개막
분산·초효율·지속가능성·하이브리드가 핵심 키워드
독일 프라운호퍼 ISI 연구소 전망

앞으로 10년도 남지 않은 2035년, 식품 제조산업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한 중앙집중식 공장에서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는 저물고, AI와 데이터, 마이크로 팩토리, 공유 제조, 지역 순환 생산이 결합된 다층적 생태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ISI(Fraunhofer ISI) 연구소가 발표한 '50 Trends Influencing Europe's Food Sector'와 EU 'FOX(Food Processing in a Box)' 프로젝트는 미래 식품산업의 핵심 키워드를 '분산·초효율·지속가능성·하이브리드'로 제시한다. 결국 미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고 똑똑하게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누가 푸드텍(ANUGA Foodtec)이 두 기관의 보고서를 토대로 종합 분석한 '2035년 식품제조업의 전망'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 중앙 공장 사라지고 '마이크로 팩토리' 증가

2035년 식품 제조는 더 이상 대규모 공장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 소규모 자동화 공장이 분산 배치되고, 지역 농산물을 즉시 가공하는 'Local Food Circles(지역 식품 순환 시스템)'가 새로운 제조 모델이 된다.

사진: 아누가 푸드텍 제공

생산 현장과 소비자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물류비와 탄소배출은 감소하고 신선도는 높아진다. 특히 모듈형 자동화 설비는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는 유연성을 제공하면서 식품 폐기물까지 크게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은 더 이상 하나의 거대한 시설이 아니라 지역마다 연결된 네트워크가 된다.

■ AI가 농장과 공장 동시 운영

미래 제조혁신의 핵심은 AI와 데이터다. 인공지능은 농업 생산 단계뿐 아니라 가공과 유통, 수요예측까지 모든 과정을 연결한다.

AI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미리 예측하고, 생산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며, 재고와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해 식품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여기에 로봇과 스마트센서가 결합된 정밀 자동화 시스템은 인간의 경험에 의존했던 생산공정을 데이터 중심 산업으로 전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아누가 푸드텍 제공

■ 대체단백질 시대… 제조공장은 바이오리액터가 된다

2035년 식품공장의 대표 설비는 압출기보다 바이오리액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비건, 글루텐 프리, 식물성 단백질, 곤충 단백질, 세포배양육 생산을 위한 바이오리액터와 고도화된 압출 성형 기술이 핵심 제조설비로 자리 잡는다.

사진: 아누가 푸드텍 제공

바이오리액터는 세포와 미생물, 효소가 최적의 환경에서 증식하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수천 리터 규모의 배양이 가능하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배양육과 차세대 단백질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이는 식품 제조업이 가공산업에서 바이오 기반 첨단 제조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개인 맞춤형 식품이 대량생산 대체

앞으로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센서와 건강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영양 상태와 생활습관에 맞춘 식품을 소량 생산하는 맞춤형 영양 가공이 일반화될 전망이다.

식품회사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별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변신하게 된다. 데이터가 새로운 원료가 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 미래는 세 개의 식품 생태계 공존

프라운호퍼 ISI는 2035년 식품산업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고 세 가지 생태계가 동시에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탈성장·지역순환형 생태계=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생산·가공·소비하는 구조로서, 탄소발자국 최소화와 폐기물 감축, 업사이클링, 재제조(Remanu-facturing)가 핵심 가치다.

마이크로 팩토리와 친환경 제조가 중심이 되며 소비자는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

사진=아누가 푸드텍 제공

 글로벌 유통그룹 중심 생태계= 초효율이 최우선 가치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를 예측하고 초대형 자동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다.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와 개인 맞춤형 대량생산(Mass Customization)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환경과 ESG 역시 중요한 요소지만 생산 효율과 비용 경쟁력이 시장을 좌우하는 구조다.

 국가 주도형 식품 생태계= 식량안보가 최우선이다. 쌀과 밀 등 전략 품목은 국가가 직접 생산과 비축, 데이터를 관리하며 엄격한 규제와 표준을 적용한다.

대규모 생산시설은 국가 전략 자산으로 운영되고 자유무역보다 자급률과 공급망 안정성이 우선된다.

최근 세계 각국이 식량안보 정책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물려 현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나리오다.

■ 제조업의 생존 전략은 '유연성'

보고서는 미래 식품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전략도 제시한다.

첫째, 하나의 대형 공장이 아닌 중앙공장과 지역 마이크로팩토리를 연결하는 모듈형 제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스마트팩토리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셋째, 배양육과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을 줄이기 위해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지역 농가와 협력하는 자원순환형 제조 구조를 구축해 지속가능성을 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프리미엄 로컬 브랜드와 글로벌 매스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필요하다.

■ 시사점

2035년 식품산업의 핵심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다.

앞으로 승자는 가장 큰 공장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지역 생산, 바이오 기술, 지속가능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식품 제조는 이제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기술과 환경, 사회적 신뢰, 소비자 가치가 통합된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식품기업들도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넘어 지역 순환형 생산체계, 바이오 기반 제조, 데이터 중심 맞춤형 식품, 국가 식량안보 전략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2035년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공장의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유연한 생태계를 구축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