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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2025글로벌식음료트렌드] ③ 연쇄 반응: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불러온 식량 위기

곡산 2024. 12. 23. 07:35
[Insight-2025글로벌식음료트렌드] ③ 연쇄 반응: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불러온 식량 위기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4.11.26 06:00

오렌지 생산량 감소로 '감귤 혼합 주스'가 대안으로 부상
초콜릿 가격 상승으로 베이커리·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
황색완두콩가루로 밀가루 대체하고 '땅콩 없는 땅콩버터'도
전 세계 식료품 구매량 줄이고 가성비 중시 소비 행동 변화
백종현 민텔코리아 대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일 코엑스D홀에서 개최한 ‘2025 식품외식전망’ 대회에서 민텔코리아 백종현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25 식음료 트렌드 전망'은 전세계 86개국에서 출시되는 제품을 민텔의 3만여명 쇼퍼들이 구입해서 500여명의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제품 성분과 가격 등을 분석한 후 각국의 선호 원재료와 어필하는 소구점을 파악하는 한편 소비자 패널조사를 통해 나타난 재무상태와 식음료 제품 구매 시 중요시하는 요인 등을 고려한 결과로서, 식품업체들의 신제품 개발과 해외 수출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된다. 푸드아이콘은 식품업계의 내년도 중요한 사업 전략으로 활용될 ‘2025 글로벌 식음료 트렌드’ 내용을 주제별로 4회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편집자주>

③ 연쇄 반응: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이 불러온 식량 위기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 속 모든 소비재와 식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 경제에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낮아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2024년 6월 이집트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는 빵의 가격이 5피아스터에서 20피아스터(US$0.0042)로 300% 폭등했다.

기후 변화가 촉발한 새로운 경제 용어 '히트플레이션'과 '소크플레이션' 

전문가들은 최근 '히트플레이션'과 '소크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 용어를 주목하고 있다.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은 기온 상승이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현상을 뜻하며, 소크플레이션(Soakflation)은 홍수와 과도한 강우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며 발생하는 물가 상승을 의미한다.

백종현 대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글로벌 가뭄과 홍수로 인해 급등한 주요 식품 가격이다."며 "코코아, 팜유, 밀과 같은 농산물은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Coldpress Juice 브랜드는 치솟는 오렌지 주스 가격과
예측 불가능한 기상변화로 인해
2024년 2월 새로운 귤 주스를 선보였다.

그는 "심지어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오렌지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오렌지 생산량 감소로 인해 일부 주스 제조사들은 오렌지 대신 감귤을 사용하거나 혼합 주스를 출시하며 가격 상승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혁신과 대체재로 대응하는 글로벌 식품업계: 대체초콜릿·대체버터의 등장

초콜릿은 특히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중 하나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특정 기후 조건에서만 잘 자라는데,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초콜릿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제품들, 예를 들어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대체 초콜릿이다. 브라질에서는 케롭(carob)이라는 콩과식물과 코코넛 파우더를 활용해 초콜릿의 맛과 질감을 재현한 새로운 디저트 제품을 출시했다. 이 대체 초콜릿은 기존 카카오 기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낮고,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식품업계는 식량 공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농업과 같은 기술적 접근과 다양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황색 완두콩 가루를 활용해 밀가루를 완전히 대체한 '젠부 브레드(Zenbu Bread)'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질 함량이 낮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Nestle Star 4'는 새로운 아라비카 커피 품종으로, 커피 수확에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개발됐다.
미국의 코코아 가공회사 Blommer Chocolate는 팜커넬 및 해바라기를 함유한 자사의 코코아 버터 대체품이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체품이면서 품질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의 식품기업 '보야지(Voyage)'에서 개발한 땅콩 없는 땅콩버터와 헤이즐넛 없는 헤이즐넛버터다. 땅콩과 헤이즐넛 생산이 기후 변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회사는 씨앗과 다른 원료를 블렌딩해 비슷한 맛을 구현했다.

이외에도 병아리콩 삶은 물을 활용한 대체 계란 '아쿠아파바' 등이 있는데, 이러한 혁신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며, 동시에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의 취약점: 식량 자급률과 소비자 경제 부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가성비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글로벌 식량 위기의 영향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미 물가 상승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약 52%의 한국 소비자들이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58%는 생활비와 기후위기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캐나다의 경우 88%의 소비자가 식료품 구매량을 줄이고 있으며, 일본 소비자들도 가격 대비 품질을 철저히 검토한 뒤 저렴한 제품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구매 행동을 보이고 있다.

결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협력과 혁신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요인이 불러온 식량 위기는 단순히 가격 문제를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 기업의 전략, 심지어는 국가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대체재 개발과 기술 혁신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이러한 연쇄 반응의 원인을 직시하고,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