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승인 2024.12.16 06:00
농소모 12기 정연비 리포터
농소모(농식품 소비 트렌드 모니터)는 "2024년 대한민국의 식탁은 급격한 변화와 도전 속에서 새로운 소비 패턴과 트렌드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농소모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한 모니터 30명을 일컫는 말로, 식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20대부터 60대까지 주부, 직장인, 학생, 프리랜서 등으로 조화롭게 구성돼 있다. 농소모는 2013년부터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해마다 식품을 어떻게 소비하고, 추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모니터링하며 국민의 식탁 위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오고 있다. 농소모는 이를 통해 트렌드를 반영한 정책 제안과 올바른 식문화 선도에 이바지하고 있는데, 올해는 3월부터 10월까지 주변의 식품 이야기를 모은 총 231건의 리포트를 작성했다.
농소모 정연비 12기 리포터는 1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aT센터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4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발표대회'에서 "나와 내가족, 학교, 직장 등 주변의 식품과 관련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여기에 주제를 정해 매달 한 건의 리포트를 작성했으며,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의 트렌드 발굴 회의를 개최해 정리했다"며 올해 식품 소비에 대한 영향을 미친 7대 이슈와 소비 트렌드, 히트상품을 소개했다. <편집자주>
1. 물가상승으로 위협받는 한국인의 밥상
올해 식품 소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었다. 사과와 귤 같은 과일 가격은 최대 78% 상승했고, 배추와 시금치 같은 채소 가격 역시 치솟아 ‘베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증가한 소비자들은 김치를 직접 담그는 대신 대용량 김치를 구매하거나 값비싼 국산 과일을 외면하고 저렴한 수입 과일로 대체하며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을 보였다.
외식업계 또한 양상추나 토마토를 메뉴에서 제외하거나 양을 줄이는 등 신선식품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와 수입 농산물 도입을 통해 물가안정화에 나섰지만 명절 차례상 비용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변화는 식품 소비가 단순히 가격문제를 넘어 대체재 활용과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2. 폭염으로 인한 식문화 변화, '가깝고 편하고 차갑게'
2024년 기록적인 폭염은 식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거나 외식을 하기보다는 에어컨으로 시원한 방 안에서 배달 음식을 선호했다.
특히 간편식이 인기를 끌면서 삼계탕 같은 보양식조차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홈보양 트렌드가 확산됐다. 또한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빙과류 같은 차가운 식품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러한 변화는 9월에도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급증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가깝고, 편하고, 차갑게'를 지향하는 식품소비 트렌드는 간편식과 배달음식 시장을 확대 시켰고, 여름을 넘어 가을까지 이어졌다.
3. 손끝에서 식탁까지, 온라인 식품 시장의 대변혁
올해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대변혁이 일어난 해로, 빠른 성장과 다양한 변화가 동시에 이뤄졌다.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전년대비 16.1% 상승한 35조 1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무려 179.2%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식품 거래가 확대된 이유는 식료품 가격 상승과 집밥 수요 증가가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배달 앱들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비용 절감을 내세워 한 번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음식값 상승과 점주의 피해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국내 시장 진출은 초저가 가공식품과 신선식품의 경쟁을 심화시켰으며, 품질과 가격 신뢰 문제 또한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요구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재편을 이끌고 있다.
4. 맛과 기술의 만남, AI로 완성되는 식품산업의 혁신
AI 기술은 식품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왔다. 생산형 AI로 대표되는 챗GPT 도입이 올해로 두돌밖에 안됐는데도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정부는 푸드테크 핵심기술로 스마트 제조 기술과 푸드센서 기술을 선정해 AI와 로봇기술 기반의 식품제조 공정 자동화와 이물 검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AI를 통한 농산물 품질 판정, 외식 매장 자동화, 고객 맞춤형 데이터 분석 등다양한 분야가 성장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로봇 조리 및 서빙 기술을 개발하며 외식업계의 무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AI 기반 식습관 관리가 확대되면서 어린이집과 학교에서는 음식 사진 분석을 통한 영양 관리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감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맞춤 레시피와 식단을 제공하는 AI 관리 서비스가 B2C로 등장하고 있으며, 외식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과 홍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베스킨라빈스에서 AI 기술로 개발한 신메뉴 '트로피칼 서머'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새로운 홍보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2024년 올해 식품 산업에서의 AI 기술과 식품의 융합은 효율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홍보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식품산업의 미래에서 AI가 활약하는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5. 잇따른 식품 안전에 대한 경고등 안심먹거리 아직도 먼이야기?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공유가 빠르게 확산되고 그 파급력이 커지면서 식품안전 문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역시 가공식품과 외식 업계에서 잇따른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악취 나는 소주, 점액질 맥주 외에도 짬뽕 분말에서 대장균이 검출되거나 배달 음식 이물질 문제, 음식 재사용 문제 등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비계가 과다 포함된 삼겹살과 소고기 원산지 문제 등은 외식업계에 대한 투명성과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6. 성심당 효과, 지역경제를 빵처럼 부풀리는 마법!
성심당 효과는 지역 경제를 빵처럼 부풀리는 마법 같은 사례로 주목받았다. 대전의 대표 베이커리 성심당은 연간 관광객 1천만 명을 돌파하며 도시 전체를 빵지순례의 중심지로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성심당의 성공은 대전 관광산업과 인근 상권에도 활기를 불어넣어 주변 카페에서 프로모션을 하거나 자리를 무료로 내어주는 등 낙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에 따른 성심당 대전역 임대료 논란은 이슈를 전국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7. 넷플릭스 흑백요릿 열풍, 식문화 경계를 넘어서다
넷플릭스의 인기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는 외식업계와 식문화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파인 다이닝 열풍이 불면서 2030 세대가 고가의 미식 경험에 열광하게 되었고, 외식업계와 편의점에서도 흑백 요리사와 협업한 콜라보 PB 상품들이 출시되고 만판을 기록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열풍은 특정 브랜드에만 집중되어 주변 골목 상권에는 낙수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수의 스타 셰프들만 조명을 받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맛있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주변 셰프들의 요리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리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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