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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산업 ‘푸드 업사이클링’ 국내서도 꿈틀

곡산 2024. 11. 13. 09:14
유망 산업 ‘푸드 업사이클링’ 국내서도 꿈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1.13 07:52

지속 가능한 소비 트렌드 세계 시장 70조 원…정부 ‘10대 푸드테크’ 선정
CJ 부산물 활용한 ‘익사이클 바삭칩’ 출시
해외 수출…대체 밀가루 ‘리너지 밀기울분’ 개발
SPC삼립 식빵 활용한 ‘크러스트 맥주’ 제조
롯데중앙硏, 감귤 껍질 숙취해소제 개발 지원
 

향후 글로벌 식품 시장을 선도할 소비 트렌드로 ‘지속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글로벌 메가 트렌드인 ‘건강’에서 환경과 연계된 좀 더 총체적인 콘셉트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이면 건강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지속가능성이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속가능성 범위 내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것이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식품 폐기물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13억 톤의 식품이 낭비되고 있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약 2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를 차지하는 만큼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민텔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상당 부분이 낭비돼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역 농산물, 유기농 제품, 재생 농업을 지지하는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으며, 재활용 가능한 포장이나 탄소발자국을 줄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 aT는 글로벌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2022년 약 70조 원에서 오는 2032년이면 1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5% 이상의 고성장세다.

CJ제일제당은 ‘리하베스트’에 제분 부산물로 버려지던 밀기울(밀 속껍질)을 사용한 대체 밀가루 ‘리너지 밀기울분’을 개발했다.(제공=CJ제일제당)
 

국내는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식품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식품부 역시 지난 2022년 푸드 업사이클링을 ‘10대 푸드테크 핵심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원을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사내벤처 1호로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30%가량 함유한 푸드 업사이클링 스낵 ‘익사이클 바삭칩’을 출시했다. 한 봉지에 계란 한 개 분량(7g)의 단백질과 바나나 두 개 분량의 식이섬유(5g)가 담겼고, 쓰고 버린 페트병을 활용해 포장재를 제작해 친환경적 가치를 높인 제품이다.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등 글로벌 시장도 진출한 상태다.

이와 함께 투자를 진행한 식품 스타트업 ‘리하베스트(Re:Harvest)’와 ‘에스앤이(SNE)컴퍼니’도 실제 제품·서비스화를 통해 성장하며 사업적 시너지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리하베스트’에 제분 부산물로 버려지던 밀기울(밀 속껍질)을 제공하고, 리하베스트는 이를 대체 밀가루인 ‘리너지 밀기울분’으로 재탄생시켰다. ‘리너지 밀기울분’은 CJ푸드빌 뚜레쥬르 식빵 2종(착한빵식 통밀식빵·고소함이톡톡 곡물식빵)의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에스앤이컴퍼니’가 거래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CJ더마켓에서 판매하는 등 판로 확대를 적극 돕고 있다.

이희준 CJ제일제당 스타트업 담당자는 “앞으로도 ‘투자-구현-사업화’의 선순환 체계 구축에 힘쓰는 동시에 혁신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말했다.

SPC삼립은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식빵을 활용한 푸드업사이클링 제품 ‘크러스트 맥주’를 내놓았다. 곡물, 물, 효모 등 빵의 기본 재료와 맥주의 원료가 비슷한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맥주의 주요 재료인 맥아를 샌드위치의 제품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식빵 테두리’로 일부 대체해 만들었다.

크러스트 맥주 캔에 사용되는 잉크량 사용을 최소화하고 향후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등 환경적 가치를 더했으며, 패키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SPC삼립이 수제맥주 기업 세븐브로이와 협업해 식빵 테두리를 사용한 개발한 ‘크러스트 맥주’(왼쪽)와 롯데중앙연구소가 젤리 물성 개선 및 관능 분석 등을 지원한 브로컬리컴퍼니의 ‘어글리시크 술깨스틱’(제공=각 사)
 

롯데중앙연구소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브로컬리컴퍼니의 감귤 껍질 업사이클링 숙취 해소 스틱 젤리 ‘어글리시크 술깨스틱’의 기획 및 개발 과정 전반을 지원했다.

특히 젤리 연구 및 관능 전문 연구팀을 매칭해 젤리 물성 개선과 관능 객관화 분석을 진행하는 등 제품 완성도를 높였다.

오비맥주 역시 지난 2020년부터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손잡고 ‘맥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오비맥주가 매년 배출하는 맥주박은 약 10만톤에 달한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는 맥주박으로 만든 밀가루 ‘리너지가루’를 개발했다. 일반 밀가루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많이 함유하면서도 칼로리는 30% 이상 낮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식량 낭비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점점 더 소비자들은 푸드 업사이클링 등 식품 폐기에 대한 조치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단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인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식품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식물성잔재물 등의 경우 환경부가 폐기물로 규제하기 때문에 식품 자원으로 활용이 어려워 원료 확보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