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민족 공감대 형성하는 K-슬로 푸드 대표 주자

곡산 2024. 10. 22. 08:31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민족 공감대 형성하는 K-슬로 푸드 대표 주자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10.21 07:50

'장 문화’ 유네스코 등재 추진 중…세계에 알릴 기회
이상적 조미료로서 한국인의 정신문화 형성 매개체
시간·정성 들이는 슬로 푸드…미래의 인류 건강 식품
장류 제조업체 지원 병행 장 공동체 문화 계승해야
국가유산청·국가유산진흥원 무형유산 국제 심포지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무형유산 국제심포지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와 해외 발효음식 문화’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개최됐다.

국가유산진흥원에서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등재 추진 중이다. 이를 앞두고 국제 심포지엄에선 우리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해외 발효음식 문화 전승과 활용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향후 문화 보호 방향성을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형유산 국제심포지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와 해외 발효음식 문화’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개최됐다. 국가유산진흥원에서는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등재 추진 중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는 ‘한국 장류의 지난 발자취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할 일’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이날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한국장류기술연구회 회장)는 ‘한국 장류의 지난 발자취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할 일’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장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대표 전통 발효식품으로 우리 식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서구화 식단과 청소년들의 입맛이 변함에 따라 전통 장류의 소비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정체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우리 장 문화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소비자의 취향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장류를 기반으로 한 소스류의 개발을 촉진하면서 맛과 향을 신세대에 맞게 개발하고 외국인 식단에 스스럼 없이 스며들어 갈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아울러 조미료의 역할과 함께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발효 미생물에 관여한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 등 장류의 기능성을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추장에서는 비만억제효과가 두드러지고 된장이나 청국장의 경우 심혈관계질환, 발암 억제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발효 미생물과 구성성분도 장내 건강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신 교수는 ”장류는 우리가 만든 이상적인 훌륭한 조미료이면서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전이, 형성하는 매개체“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보물을 세계에 알리고 우리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증받아야 한다. 장 담그기 문화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은 우리 장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장 담그기 문화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전승’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장 담그기 문화의 사회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전승’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다양한 장을 이용한 한국음식은 건강한 음식문화의 다양한 발현과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장은 채식과 발효음식 문화가 가능케 했던 한국 음식 문화의 정수”라며 “뿐만 아니라 집안, 지역 나아가서는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콩을 이용해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근다는 점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한민족의 생활양식과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민족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재”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장은 맛을 좌우하는 조미료에서 더 나아가 인공 첨가물 없이 자연의 재료와 물과 햇빛 그리고 시간과 정성으로 만드는 식품으로 느리게 살아가는 철학을 실현하는 한국 슬로푸드의 대표주자이자 인류 미래의 건강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우리 장문화의 현대적 전승을 위해서 장을 함꼐 담그는 공동체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가정뿐만 아니라 마을의 종가 그리고 사찰, 학교, 회사 같은 단체급식소나 식당에서도 장을 함게 담그는 문화가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공동체 문화로서의 ‘장 담그기’ 문화에 대한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우리 음식, 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지구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발효음식 문화라는 중요성을 꺠달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전통 장류 제조업체와 콩 생산농가에 대한 지원은 물론 공공시설을 활용한 장 공동체가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한국인의 장 담그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 많은 한국인들은 장 문화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 유산임을 인식할 것이고 세대 간에 전승돼 온 무형유산의 연행자로서의 열의가 증폭될 것으로 정 교수는 기대했다. 이러한 인식과 노력은 공동체의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하고 문화적 생명력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 세계인들에게도 한국인의 장담그기의 중요성과 유산 가치를 알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정 교수는 “공동체를 통한 장 담그기는 도시화 산업화의 영향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문화 전승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장 담그기라는 전통적인 생활관습을 통해 공동체성을 확인하고, 이는 세대 간에 전승돼 온 무형유산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면서 “한국인의 장 담그기 문화는 각 공동체의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하고, 문화적 생명력과 창의성을 유지하는 기반이다. 더 나아가 세계인들에게도 획일화되고 산업화한 식품의 생산과 공급이 아닌 지속가능한 방식의 식생활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심포지엄에선 우리 장 담그기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해외 발효음식 문화 전승과 활용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향후 문화 보호 방향성을 각계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식품음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