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기고] 농업을 농산업으로 육성해야

곡산 2024. 5. 22. 07:35
[기고] 농업을 농산업으로 육성해야
  •  신동화 명예교수
  •  승인 2024.05.21 07:45

식량자원 확보 위한 1차원적 접근에서 경쟁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제 옛말이 되었고 농자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사료 포함)이 22%대이고 순수한 곡물도 46% 내외에서 작황과 수요 진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나 계속 낮아지는 경향이다.

 

국가 식량안보는 국가 대계이지만 우리 농토와 기후 여건, 수익성, 농민의 고령화 및 종사자 감소 등으로 앞으로 현 상황이 더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 국회에서는 양곡관리법으로 농민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이는 수매한 쌀의 활용계획이 없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현재 농가 수는 99만9022가구로 전체 가구의 4.6% 비중이며, 농가 인구는 208만8781명으로 총인구 중 4.0%에 불과하다. 이 중 65세 이상 비율은 52.6%(통계청, 2024)로 농업종사자의 인구감소는 급격히 진행되고 노령화 비율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언제까지 우리 농업을 농민에게 의지해야 하는가.

 

또 농민의 농업소득은 연평균 949만 원으로 경영비 증가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농외소득은 연 1920만 원으로 계속 증가하는 경향이다(농림축산식품부, 2023). 농민에게도 농업소득 외에 농외소득을 높이는 방안 검토가 절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관련 당국은 농업정책 방향을 크게 전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 농업을 식량자원 확보라는 1차원적 접근에서, 경쟁 가능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개념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의 여건상 쌀이 식량자원의 중심에 있고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의 여건은 잘 갖춰져 있다. 농지 경지정리가 거의 마무리 되었고 기계화 여건도 잘 갖춰져 있다. 따라서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우리 농업을 국제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곡물 생산단지를 대단위화하여 한 지역마다 산업 규모로 경쟁력 있는 양을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재 농지를 일부 영농조합법인이나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더욱 확대, 발전시키기 위하여 농지소유와 임대규제를 대폭 개선하여 대규모 생산단지 구성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농지를 소유한 농민의 소득보장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단지별 생산 곡물의 사용처를 미리 예상하여 생산계획을 세워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가루쌀 증산대책을 수립,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런 정책이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별, 기후풍토와 여건에 따라 작물과 품종이 선택되어야 하고 산업화 측면에서 산업화 가능한 적정생산량이 확보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지별로 특수용도의 쌀 등 곡물, 채소, 두류, 서류 등을 포함한 기업성있는 작물 생산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기능성 쌀 품종이 육종되었고 거대 배아미 같은 영양소가 고루 함유된 쌀도 있다. 이들의 용도는 가격탄력성이 있어 수요 확대가 가능하다.

 

넷째, 쌀 등 대규모 생산단지에 여건이 갖춰진 가공공장 건설을 병행해야 한다. 가공용으로 이용되는 쌀은 현재 62만 톤에 이르고 있으며 전년 대비 5만 톤 정도가 증가하였다(통계청, 2023). 쌀 가공제품의 매출 규모는 현재 8조4천억 원에서 2028년까지 17조 원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 2022).

 

이 분야를 계획적으로 육성하면 충분히 국내외 소비처를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주식(밥)용으로 소비되는 양은 1인당 연간 56kg 내외이나 전문기관의 예측으로는 지금의 국민식생활 변화추세로 보면 45kg/인/년 내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인구감소는 또한 더 큰 악재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여 쌀 생산단지에 여건에 맞고 기업화가 가능한 타 작목생산도 검토되어야 한다.

 

다섯째, 대규모 생산단지에는 생산된 곡류나 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사이로 등 저장시설을 생산량과 품목에 맞게 보강해야 한다. 이 비축창고 근방에 가공시설을 두어 물량확보와 유통비를 절감해야 한다. 

 

여섯 번째, 곡류 가공제품의 국내 수요는 한계에 와있다. 이제 수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2023년 식품 수출액은 120억 불에 이르렀고 이중 쌀가공제품 수출을 1억8천 불에서 4억 불로 확대할 계획이다(농림부, 2023).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수출 품목과 물량을 계획보다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가공식품의 가격은 원료 비중이 높으나 앞선 기술 투여로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면 충분히 국제경쟁이 가능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수요량이 급증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팜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출구가 될 것이며 연중 농산물을 생산하는 여건조성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곡류를 포함한 가공식품의 국내 수요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나 K-푸드의 명성을 이용한 가공식품의 수출 확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국내 생산원료의 품질개선과 가공에 필요한 집단화된 원료의 확보, 가공 기술의 첨단화는 우리 가공식품의 수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농업을 국제경쟁력을 갖춘 농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우리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