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지구 60바퀴 '넘버1' 도시락 '한솥'

곡산 2023. 10. 2. 21:05

 

[장수브랜드 탄생비화]지구 60바퀴 '넘버1' 도시락 '한솥'

등록 2022.07.03 09:00:00

970원 콩나물 도시락 등 혁신적 시도로 새 패러다임 제시

창업 이후 판매 도시락만 6억개…지구 60바퀴 해당

29년간 윤리경영으로 가맹점과 분쟁·소송 없이 '동반성장'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 서울 종로구청 앞에 위치한 도시락집은 밀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매장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50m에 달했고. 매장 안에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직원들은 연신 땀을 흘리며 밥을 푸고 반찬을 담느라 분주했다. 가게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도시락이 하나 씩 들려 있었다. 970원짜리 콩나물 도시락이었다. 국내 최초의 테이크 아웃 도시락 가게의 성공은 이렇게 시작됐다.


테이크아웃 도시락으로 한국 '도시락 시장' 이끌어

한솥은 한국인의 주식인 밥과 반찬을 따끈한 도시락으로 판매하며 대한민국 식문화의 새 장을 열었다. 대표 메뉴였던 콩나물 도시락은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

1000원도 채 안 되는 가격과 양념 간장만 뿌려 비벼 먹는 간편함으로 소위 대박이 났다. 자장면의 절반 가격으로 따뜻한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금새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국내 도시락 시장은 점포를 방문(내점)하거나 배달하는 2가지 방식만 존재하는 시기였다. 대부분 경쟁 도시락 업체들이 배달 위주로 운영할 때 이영덕 한솥 회장은 과감히 테이크 아웃형 도시락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 테이크아웃 문화를 전파한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오기도 전에 테이크 아웃을 도입했다. 이 회장의 시도는 성공했고, 한솥은 761개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1위 도시락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970원 콩나물 도시락 등 혁신적 시도로 新패러다임 제시

한솥은 970원짜리 콩나물 도시락부터 1700~1800원 대 치킨·돈가스·햄버거 도시락 등 가성비가 뛰어난 가격으로 주목 받았다. 배달 위주의 경쟁업체 도시락이 3000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그렇다면 한솥의 970원 도시락은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

한솥은 각 메뉴의 원가를 과학적으로 계산해 조리 방법과 도시락 세팅 등을 모두 매뉴얼로 만들어 체계화했다. 테이크 아웃 시스템을 고집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도 낮췄다.

본사가 마진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한솥 이영덕 회장의 초심도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다. 창업 후 본사는 7년 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 회장은 소비자와 가맹점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뚝심은 맛있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이윤이 남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후 한솥의 인기는 치솟았고, 가맹점 수익이 높다는 소문을 들을 사람들의 가맹점 문의가 잇따랐다.


창업 이후 판매된 도시락만 6억 그릇…지구 60바퀴 해당

한솥은 시스템을 만들어 절감한 비용은 모두 메뉴 개발에 쏟아부었다. 콩나물 도시락 외에도 히트 메뉴가 이어졌다. 2003년 한솥이 선보인 치킨마요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20년간 1억5000만개 이상 팔렸다.

출시 당시 신선한 맛의 충격으로 소비자들을 사로 잡았던 치킨마요는 '빅 치킨마요', '왕 치킨마요', '메가 치킨마요' 등 다양한 메뉴로 버전업 하며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

2008년 출시 이후 7000만개가 넘는 판매 수량을 기록한 동백 도시락 등 창업 이후 지금까지 판매된 한솥의 도시락은 6억 그릇에 달한다. 판매 도시락 용기의 길이를 모두 더하면 지구를 60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인기 제품에 안주하지 않고 한솥은 매달 다양한 신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식을 기본으로 하지만 세계 각국 현지의 맛을 재해석한 글로벌 퓨전 메뉴도 개발해 고객들에게 메뉴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집밥 같은 도시락의 비결은? '엄격한 품질관리' 

한솥 도시락이 고객들로부터 오랜 시간 사랑 받은 비결은 최고급 품질의 식재료에서 출발한다. 한솥의 모든 식재료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 아래 선별한다.

땅 좋고, 물 좋은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 식재료들로 안전은 물론 맛과 영양까지 고려한다. 특히 김치는 해남, 평창, 태백 등에서 재배한 국산 배추에 국산 고추가루, 소금, 젓갈, 야채 등 우리 농산물만 사용해 정성껏 만든다.

또 도시락의 기본인 좋은 밥맛을 위해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최고 품질의 무세미 신동진 단일미를 적용해 윤기 있고 차진 밥맛을 유지한다. 일반 쌀보다 1.5배 쌀알이 굵고 통통하며 수분, 단백질, 아밀로스 함량이 우수하다.

돈까스는 국내산 돼지고기, 소불고기는 청정 호주산 S등급을 사용하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29년 동안 가맹점과 분쟁·소송없는 상생경영

한솥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가맹점이나 협력업체와 동반 성장에도 힘쓰고 있다. 윤리경영도 계속 고수하고 있다. 창업 이래 29년간 분쟁 및 법적 소송이 한 번도 없다는 기록은 한솥 이영덕 회장의 올곧은 상생경영 철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한솥 본사와 가맹점 간 관계를 끈끈하게 만든 계기는 1997년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였다.

당시 물가가 급등하면서 모든 협력업체들이 납품가 대폭 인상을 요청하는 등 도시락 가격을 올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지만 이 회장은 고통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기업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초심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가맹점주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만장일치로 동참했다. 그해 한솥 점포 수는 100호를 돌파했으며 1년 후 기존 가맹점 매출은 평균 40~80%까지 상승, 협력업체 납품 실적은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한솥의 가맹점 매출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매년 늘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신뢰를 바탕으로 전국 매장 중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장기 운영 중이며, 10년 넘은 장수 가맹점도 전체 매장의 3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