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음주 신풍속] 스트레스로 홈술 횟수 늘고 여성 소비 증가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1.05.21 17:13
미국, 성인 52% 코로나 이전보다 더 마셔
중국, 90·95허우 세대 절반이 여성 애주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주류 소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팬데믹 기간 동안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와 함께 대유행으로 외출과 주점 영업 제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술 소비는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홈술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1회 평균 음주량은 줄었지만 음주 횟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집안일과 육아 활동이 늘어난 여성들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술을 찾으면서 여성층의 주류 소비가 커졌다. 또 집에서 가족 또는 혼자 가볍게 마시는 분위기 탓에 과실주와 저알코올, 칵테일 등 저도주 제품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젊은 층들도 여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여성 술 소비 증가로 인기 끄는 과일주
여성 와인·과일향 즐겨…과일소주·막걸리 인기
자몽·청포도향 선호…현지 제조 토끼소주 호평
코트라 뉴욕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여성들의 술 소비가 늘면서 과일향이 첨가된 술이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과일소주와 막걸리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약 70%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과 걱정, 무기력 등을 술로 해소하기 위해 그 전보다 술을 더 많이 찾고 있으며 여성의 술 소비 또한 증가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021년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4에 해당하는 미국 성인들이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했다. 또한 5살과 7살 이내의 자녀를 가진 성인 중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술을 마신다는 답변 비율은 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들의 술 소비도 증가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따르면 여성들의 음주가 코로나19 이후 60% 늘었다. 2시간 동안 4잔 이상을 마신다는 여성의 비율도 23%로 과음을 하는 경향도 높게 나타났다.
또 약 중독 저널(The Journal of Addiction Medicine)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던2020년 2월과 4월에 여성들의 음주량이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녀를 둔 여성들의 음주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육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엄마들이 와인을 마시며 이러한 고충을 달랜다는 비유로 엄마 주스 ‘마미주스(Mommy juice)’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이처럼 엄마들의 음주가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학교가 문을 닫고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스트레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술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미국에서는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여성들의 음주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와인과 과일향이 첨가된 술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우리나라 소주와 막걸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각 사)
이렇게 여성의 술 소비가 증가하면서 와인과 과일향이 첨가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특히 감귤류와 열대 과일 풍미가 첨가된 술이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아이오와주 대학의 한 교수는 “여성들이 오렌지 주스를 섞은 미모사, 보드카에 토마토주스와 레몬즙을 넣은 블러드메리, 와인과 같은 술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과일주와 함께 우리나라 제품인 과일소주들과 막걸리도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여성들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류 주문을 살펴보면 과일 향이 첨가된 소주나 막걸리의 주문량이 많아졌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자몽과 청포도 향의 소주”라고 답했다.
한편, 뉴욕 브루클린에서 만들어진 소주도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토끼소주로 알려진 이 술은 미국인 브랜든 힐이 직접 한국에서 누룩 발효와 양조를 배운 뒤 뉴욕으로 와 미국 최초의 소주 브랜드를 만들었다. 토끼소주는 소주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록색 병에 담겨 있는 것과 달리 토끼 그림이 그려진 세련된 디자인의 투명한 병에 담겨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역수출되며 소비자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구매하고 있다.
젊은 층 몰려드는 저도주 시장
저도주 성장…과일주·칵테일 등 가볍게 한잔
저알코올·과일 맛 맥주 잘 나가…수입산 강세
코트라 선양무역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가볍게 한 잔 즐기는 젊은 애주가들이 급증하면서 칵테일 음료와 과일주, 저알코올 맥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젊은 층을 말하는 90허우, 95허우 세대 사이에 ‘술 한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CBNData가 발표한 ‘2020년 젊은 층 주류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층의 술 소비가 급속히 늘면서 90허우, 95허우 소비자가 주류 시장의 새로운 소비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남성보다 여성 애주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CBNData 보고서에 따르면 90허우, 95허우 주류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신세대 소비자의 음주 문화는 기성세대와도 차이를 보인다. 독한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보다 가볍게 술을 즐기는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낮은 도수의 술이 젊은 층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CBNData에 따르면 90허우, 95허우 젊은 층은 과일주, 칵테일, 노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중국 주류업계는 저도주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저도주 시장의 규모가 일반 주류 시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잠재력은 크다고 보고 있다. 티몰창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저알코올 주류 시장 규모는 약 35억 위안 수준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도 저도주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과실주 업체 Miss Berry는 설립된 지 1년도 채 안됐지만 MatrixPartners China로부터 수천만 위안 규모의 자본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소다주 브랜드 마리둔둔도 최근 Unileve로부터 수천만 위안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가볍게 한 잔 즐기는 젊은 애주가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애주가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과일주, 칵테일 등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앞으로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각 사)
◇90·95허우가 찾는 제품
먼저, 칵테일 음료를 들 수 있다. 술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술과 음료 중간에 속하는 저알코올 음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칵테일 음료다. 티몰에 따르면 지난해 칵테일 음료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최근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주종이다.
과실주도 젊은 여성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티몰에서 매실주 판매량이 2019년에 비해 90%나 급증했다. 중국 주류업계 신흥강자 장샤오바이에서 출시한 매실주 메이지안과 다양한 과일향과 과즙이 첨가된 과실주 브랜드 Miss berry 등은 출시되자마자 판매고를 기록하며 주류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저알코올 맥주도 인기다. 특히 맥주의 쓴 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맥아향과 달콤한 과일맛을 모두 갖춘 과일맛 맥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Hoegaarden, Lindemans, Delirium 등 수입 브랜드들이 현재 중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일맛 맥주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중국 로컬 주류업체들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과일맛 맥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편, 무역관이 접촉한 주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저알코올 주류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이며 주류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90허우, 95허우로 교체되면서 저알코올 주류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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