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시아, 매출은 껑충! 격리는 휴가처럼!

곡산 2020. 5. 20. 08:57

러시아, 매출은 껑충! 격리는 휴가처럼!

김해나 sunrise@at.or.kr

원고 작성 : 모스크바사무소 alenky@at.or.kr

 

2020년 러시아는 대내외에서 다양한 파도를 헤쳐 나가고 있다. 3월 초 OPEC 회의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석유 소비가 줄자 원유 생산을 줄이자는 감산 문제가 논의 되었다. 그러나 러시아 및 OPEC 비회원국의 반대로 합의는 결렬되었다. 감산 협상 실패로 인한 국제 금융 시장의 충격이 러시아로도 번졌다. 루블화 가치절하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러시아 주요 국영기업 포함 거대 식품 유통업체 X5 Retail Group의 주가가 추락했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누적 확진자가 4000명을 돌파했다. 이에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2일 두 번째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의 휴무 기간을 한 달 가량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민들에게 자가 격리를 촉구하며 필수적이지 않은 상황을 제외하고 외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확진자가 늘어감에 따라 러시아 온, 오프라인 마트에서는 식료품 사재기 등의 혼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민들은 시내 구역마다 있는 대형 매장, 고급 및 중저가 슈퍼마켓으로 몰려가 주식인 메밀, 빵, 마카로니, 고기, 통조림, 화장지, 개인위생용품, 세정제, 세제 등의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주요 상품들의 재고가 충분하니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며 자제를 당부했으나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국과 달리 바비큐 파티를 연상시키는 주류, 고기, 그릴 등의 제품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정부의 바람과 달리 사람들은 자택이 아닌 텅 비어있어야 할 장소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 주류를 대하는 러시아의 자세

ㅇ WHO_러시아 연간 한 사람의 주류 소비량



- 눈이 어마어마하게 쌓인 설원에서 보드카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얼음 깬 물에 맨몸으로 빠지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을 누구나 한 번 쯤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술 하면 러시아, 보드카 하면 러시아. ‘러시아인 알코올 섭취량이 사망률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자료가 나올 정도로, 아직도 이 이미지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과 러시아 당국도 인식하고 있었다. 2003년도를 기점으로 정부는 이미지 쇄신 프로젝트로 반 알코올 정책을 밀어붙였다. 비합법적 양조장 및 암시장 단속, 주류 생산은 국영 회사에서만, 술값 인상, 주류세 33% 인상, 허가 받은 특정 장소에서만 판매, 밤 11시부터 오전8시까지 상점에서 판매 금지를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1인당 연평균 알코올 소비량은 최근 10년새 3.5리터 정도 줄었다.


▶ 2020년 러시아와 주류

- 독주 소비량이 줄어들며 러시아 주류 시장은 수제 맥주와 무알콜 맥주에 대한 새로운 소비바람이 불며 미미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Statista_러시아내 주류 평균 가격 그래프




- 루블화 가치 하락과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주류 소비자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그러나 러시아 주 언론 Argumenti와 러시아 Forbes에 따르면 이 시기 러시아내 주류 판매율은 평균 20% 급상승했다고 한다. 해당 시기 러시아 SNS에는 알코올 섭취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 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졌었다고 한다. 물론 이 루머에 대한 대응으로 공식 기사와 영상이 떴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 울리야놉스크 주 주지사_instagram >

- 또한, 주류 판매를 주제로 울리야놉스크 주의 주지사는 지난 3월 28일 공식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3 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대비 일주일의 휴무기간과 자가격리를 선포 하셨습니다. 그런데 발표 이후 주류 판매량이 40% 증가했고 그릴과 고기의 판매율도 상승했습니다. 여러분 방학도 휴가도 아니고 피크닉을 갈 시기도 아닙니다. 마땅히 지키셔야 할 제한 조치입니다."



- 격리 조치에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지 의심할 수 있는 사진 및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 되고 있다. 휴무 기간 지정 이후 술 마시고 몸을 본인이 지탱하지 못하는 상태로 여럿이 돌아다니는 영상(사진1). 자가 격리로 텅 비어있어야 할 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 단순 독감전염처럼 생각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 피크닉을 즐기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사진2,3,4) 타 도시 길거리에서는 젊은이들이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있다는 기사, 모스크바 소재 공원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자가 격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으며 함께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영상(사진5), 추가로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인, 술이라는 주제로 ‘why Russian don’t get coronavirus! 100% true’ 라는 제목의 음악을 만들어서 조회수 96만의 유명세를 탄 러시아 가수 Vitalia Albatros도 있다.

- 세계적인 경기 침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이 급상승한 주류 업계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술을 구비하며 자가격리를 따르지 않고 휴가처럼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자 한 동안 주류를 일체 구매할 수 없게 된 지역도 생겨났다. 현지 소식에 따르면 최근 자바이칼스키 지방의 주지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자가 격리 기간 동안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바이칼 지역의 주류 판매를 금지할 것을 선포했다.
- 모스크바 또한 주류 판매 금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바로 4월1일 정부의 공식 발표로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런 행동 양상을 계속 보이게 된다면 사실무근이 아닌, 판매금지가 현실화가 될 것이다.

▶ 시사점

 

- 러시아는 이처럼 국가 지정 공휴일, 기념일 및 다양한 시기에도 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류 문화다. 수제 맥주, 무알콜 맥주, 진, 와인 등 새로운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다양한 제품이 꾸준히 진열되고 있다. 우리나라 모 기업도 이러한 추세를 사전에 분석하여 러시아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큰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 맥주, 소주, 막걸리, 과일주, 침출주 등은 러시아인들이 한국 방문 시 기념품 및 지인을 위한 선물로 사가지고 오는 주요 관광 기념품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아직까지 독주와 유명 유럽 브랜드 맥주에 제한되어 있는 러시아인에게 우리나라의 주류는 눈과 입맛을 사로잡기에 좋을것으로 사료된다. 비록 러시아가 전 세계와 나란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경제 침체 시기이나, 이 상황속에서 필자는 한국의 주류제품과 그에 걸맞은 안주류 식품의 수요, 즉 수출 가능성을 엿보았다.


* 참고 및 이미지 출처
1. 그래프출처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9/oct/01/russian-alcohol-consumption-down-40-since-2003-who
2. 참고기사
-https://govoritmoskva.ru/news/229394/
-https://argumenti.ru/society/2020/03/657387
-www.forbes.ru/newsroom/biznes/396283-prodazhi-alkogolya-vyrosli-na-fone-padeniya-rublya
-https://lenta.ru/news/2020/03/29/alco/
-https://www.rbc.ru/business/13/02/2020/5e441e589a7947d935037489
-https://riafan.ru/1264388-v-gosdume-ocenili-shansy-vvedeniya-sukhogo-zakona-po-vsei-rf-v-period-epidemii-koronavirusa
3. 참고 영상 및 기사 https://www.kp.ru/daily/27111/4188430/
4. 참고 영상
https://youtu.be/____YxjDIhM
https://youtu.be/RWN1CAD5P_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