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총수의 외도…외식업 독배 ‘커피도 불안’
한·일·인도식당 줄줄이 실패 후 ‘커피 방점’…공격적 매장확대 주춤 ‘소비자도 시큰둥’
박가영기자(gyp0221@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4-27 00:03:50
▲ 매일유업의 커피브랜드 폴 바셋은 레드오션이라 평가받는 커피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지난해의 경우 33개의 매장을 새로 열며 약 1억4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사진은 서초구에 위치한 폴 바셋 매장 ⓒ스카이데일리
고급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의 사업 확장세가 더뎌지고 있다. 매일유업 오너 김정완 회장의 야심작인 ‘폴 바셋’은 매장 확장 속도는 크게 둔화되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매일유업은 외식사업에 진출해 이미 수차례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커피 사업 성공 여부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폴 바셋 운영법인인 엠즈씨드는 작년에는 한 달 평균 3개의 신규 매장을 개점한데 반해 올해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불과 4개, 한달에 1개 꼴로 신규 매장을 오픈하는데 그쳤다.
우유 시장 부진에 외식업 진출… 잇따라 사업 철수 ‘수모’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유제품 시장은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출산 영향과 높은 원유값 때문에 소비가 줄어들었다. 매일유업 또한 국내 유제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신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매일유업은 한·일식 요리브랜드인 ‘정’, 인도 요리브랜드 ‘달’, 일본 양식 레스토랑 ‘만텐보시’ 등을 잇달아 론칭하며 식품기업으로 사세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실적 부진으로 ‘만텐보시’, ‘달’ 등의 사업을 철수했으며, ‘정’은 개점 4개월 만에 곧바로 문을 닫았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31일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외식 사업에서 낙제점을 받은 매일유업은 커피 시장에 도전했다. 2009년 신세계 강남점에 1호점을 연 폴 바셋은 3년 만에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수익성을 확인한 김 회장은 2013년 폴 바셋 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엠즈씨드를 설립했다.
엠즈씨드 설립 후 매일유업은 폴 바셋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4년 동안 신규 매장 출점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2014년에 14개, 지난해인 2015년에는 33개의 신규 매장을 냈다. 현재는 총 74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폴 바셋을 운영하는 매일유업의 자회사 엠즈씨드 석재원 대표는 2020년까지 폴 바셋 매장 수 200개, 매출 1700억 원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매일유업의 ‘효자’로 자리 잡는 듯했던 폴 바셋은 그러나 김 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이 목표치인 51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9.7% 증가한 484억4334만원을 기록했으나 적자로 반전하면서 당기손실액은 1억3986만원을 기록했다.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는 폴 바셋은 사업의 덩치는 키웠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셈이다.
지난해 매일유업이 엠즈씨드에 제공한 채무 보증액은 204억 원으로, 간접 지원 규모가 전년 대비 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 지나친 고급화 전략 부담 “맛은 있는데 비싸”
포화상태인 커피 시장에 폴 바셋은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가격을 10%가량 높게 책정했다.
폴 바셋은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7월 커피 메뉴의 기본 가격을 약 8% 인하했다. 룽고는 5100원에서 4700원으로, 카페라테는 5700원에서 53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 자료: 각 사 가격표 2016년 4월26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폴 바셋의 커피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유사 용량을 기준으로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각각 4100원, 4600원, 커피빈은 각각 4500원, 5000원에 판매 중이다.
폴 바셋의 고급화 전략에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홍대점에서 만난 김은경 씨(24)는 “폴 바셋에서 판매 중인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자주 오고 싶지만 양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 취업 준비생이라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자주 방문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종로1가점을 방문한 이종희 씨(26)는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가 폴 바셋이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자주 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더 많이 가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대점의 고객 김경도 씨(가명·30)는 “요즘엔 저렴하고 맛 좋은 커피전문점이 많다”며 “폴 바셋의 고급화 전략이 잘 통할 것 같지 않다. 가격이 높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점이 없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이사 회장 [사진=뉴시스]
멤버십 운영에 고객 불만 되레 가중
충성고객 유치를 위한 폴바셋의 멤버십 운영에 대해서도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고객 불만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폴 바셋은 작년 6월부터 ‘폴 바셋 소사이어티’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멤버십 등급을 세 가지로 나눠 혜택을 늘렸다. 멤버십 카드 충전 후 결제하면 ‘크라운’이 적립되고, 12개를 적립하면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면서 폴 바셋은 기존 SK텔레콤 고객에게 제공했던 20% 할인 혜택을 폐지했다. 상당수 고객들은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폴 바셋 멤버십 회원인 박지원 씨(가명. 32)는 “기존 통신사 할인 혜택이 사라져 폴 바셋 멤버십을 이용 중인데 큰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백화점에 입점한 폴 바셋 매장이 많은데 그곳에서는 멤버십 카드 충전이 불가능하다. 멤버십 카드에 잔액이 남아 복합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직원이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거절한 적도 있다. 충전과 사용 모두 어려운 멤버십을 왜 만든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경우 자체 멤버십 제도를 운용하는 동시에 통신사 고객에게 음료 무료 사이즈 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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