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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CJ 왜이러나…상식 이하 “천박한 상술” 논란 확산

곡산 2016. 12. 4. 23:11

CJ 왜이러나…상식 이하 “천박한 상술” 논란 확산

메뉴판에 저가 숨겨 ‘바가지’ 분분…알바생에 고가판매교육에 감시 제기도

유은주기자(dwdwdw0720@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4-12 00:07:32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CJ CGV를 향한 관람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달부터 실행한 좌석별 가격차등제를 놓고서도 이미 상당수 관객들은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좌석차등제는 관람 시간과 좌석배치에 따라 요금을 달리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일명 메뚜기족(가격이 저렴한 좌석 구매 후 비싼 좌석에 옮겨 앉는 관람객)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가격차등제 실시 이후 영화표 값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CGV가 소비자 선택 기회 확대를 빌미로 삼아 실질적으로는 가격 인상 효과와 수익 증대를 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들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CGV가 정작 메뉴판에서는 고객 선택의 기회를 축소시킨 사실이 스카이데일리 취재결과 밝혀졌다.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팝콘·콜라세트 콤보메뉴 중 가장 저렴한 CGV콤보를 메뉴판에 노출시키지 않아 이를 모르는 고객들은 비싼 메뉴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소지기(CGV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더 비싼 메뉴를 팔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관람객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식이하의 천박한 바가지 상술이다. CJ 정말 왜이러나. 재벌기업이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등의 우려 섞인 이야기들이 나돌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CJ CGV의 숨겨진 메뉴와 미소지기에 대한 실적 압박에 대해 현장 취재했다.


▲ CJ그룹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 CGV(사진)의 일부 매장에서 가장 저렴한 팝콘, 콜라 세트메뉴인 ‘CGV콤보’를 메뉴판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확인 결과, 서울 시내 6개 매장 메뉴판에서 해당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저렴한 팝콘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가로챈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CJ그룹의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J CGV(이하 CGV) 일부 매장에서 팝콘콤보 종류 중 가장 저렴한 ‘CGV콤보’를 판매하지 않기 위한 꼼수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CGV의 매점 판매액(별도 기준)은 티켓 판매액에 이어 매출비중 2위를 차지하는 부문이다.
 
비싼 메뉴들만 나열…관람객 다수 CGV콤보 존재 모른 채 1만1000원 콤보 구매
 
CGV 매점의 메뉴판에 1만원대 이상 제품들 위주로만 올려놓기 때문에 일부 고객들은 아예 CGV 콤보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CGV콤보는 CGV에서 판매되는 팝콘(1개)과 콜라(2개) 결합 상품 중 가장 저렴한 8500원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고객들은 메뉴판 상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인 1만1000원대 콤보세트를 고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게 현직 미소지기(CGV 아르바이트생)의 전언이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내 6개 CGV(강남·홍대·신촌·명동·대학로·중계점)을 다녀왔다. 메뉴판을 확인해본 결과, 공교롭게도 6곳 모두 CGV콤보가 메뉴판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왜 CGV콤보가 메뉴판에 없는지 직원에게 물어보자 대부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서울 시내 CGV 6곳을 무작위로 둘러본 결과, 6곳 모두 매점 메뉴판에 CGV콤보가 노출되지 않았다. 전체 메뉴판 역시 구비돼 있지 않아 원래 CGV콤보의 존재를 알고 있던 고객이 아닌 이상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CGV 신촌점, 홍대점, 명동점, 강남점, 중계점 매점 메뉴판. ⓒ스카이데일리
 
CGV 강남점 직원은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한 번 확인해보겠다”고 어딘가를 향한 후 나타나지 않았다.
 
CGV 홍대·신촌점 경우에는 “잘 나가는 제품들 위주로 메뉴판에 진열한 것이다”며 “CGV 콤보는 인기 없는 제품이다”고 답했다.
 
반면 CGV 대학로 미소지기는 “CGV콤보는 잘 나가지만 메뉴판에는 없다”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CGV에서는 메뉴판을 카메라로 찍으려는 기자를 막아섰다. 본사 홍보팀의 허락이 없이 사진을 찍지 못한다며 촬영을 제재했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5년 12월 기준.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CGV 이용객 최은정 씨(26)는 “CGV콤보를 많이 구매한다”며 “그런데 중계점 메뉴판엔 CGV콤보가 없어서 올 때마다 (CGV콤보) 있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CGV콤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한 고객은 “싼 제품은 안팔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냐”며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CGV 관계자는 “콤보메뉴는 기본메뉴만 10가지가 넘고 시즌성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다가 매점 메뉴판에 칼로리·영양성분까지 게재하고 있다”며 “메뉴판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규제품 위주로 노출하다보니 CGV콤보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향후 CGV콤보가 메뉴에 노출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메뉴 숨기고 알바생에게 고가 팝콘판매 강요 논란…“감시당하는 ‘미소지기’” 분분
 
CGV에서 일하는 미소지기들의 대다수는 20대 초중반으로 대학생이거나 취업준비생이다.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이들 중 일부는 팔고 싶지 않은 상품을 억지로 권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호소했다.
 
현직 미소지기 이진혁(26·가명) 씨는 “CGV에서는 팝콘판매를 권유하는 교육을 받고 주문을 받을 때 하는 멘트가 따로 있다”며 “심지어 (더 비싼 팝콘 판매 권유) 멘트를 하지 않았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매니저가 ‘왜 하지 않았냐’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매니저가 지켜보고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추가하시면 더 양이 많은 제품을 드실 수 있다’는 멘트를 한다”며 “고객에게 알맞은 최적의 상품을 권하고 싶은데 바가지를 씌운다는 느낌을 벗을 수가 없어 양심에 찔린다”고 털어놨다.
 
전직 미소지기 배진애(27·가명)씨는 “얼마나 압박이 심했으면 어떤 순진한 동기 언니는 2000원짜리 음료수를 사러온 손님한테 ‘고객님 여기서 5000원만 더 추가하시면 더 큰 사이즈의 팝콘과 콜라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고 권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이 하란다고 한 것인데 심지어 또 그 손님은 미소지기가 그렇게 권하니까 비싼 콤보세트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전·현직 미소지기들 증언에 따르면 매점판매 실적에 따라 시급이 올라간다. 매점판매(30%) 고객서비스(70%)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미소지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빌려 폐쇄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미소지기 평가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매달 평가가 이뤄지고 있었다.
 
▲ CGV의 미소지기(아르바이트생)들은 매달 매점실적을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평가의 30%에 해당돼 시급에 반영되고 있었다. 사진은 미소지기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월 실적평가. [사진=미소지기 제보자]
 
하지만 고객들에게 더 비싼 제품을 권유해서 올린 시급은 고작 100~300원 정도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이용해 팝콘 강매를 조장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소지기 제보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소지기들은 힘들게 영업을 해서 시급 200~300원을 더 받느니 차라리 권유를 적당히 하고 원래 시급을 받는 것에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소지기 기본 시급은 7240원이다.
 
이렇게 매점영업에 CGV가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매점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쏠쏠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CGV 한해 매출 비중 66%가 티켓 판매라면 매점판매는 1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티켓 판매액은 5935억원, 매점 판매액은 1538억원이다. 933억원의 광고 판매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별 매출액은 8968억원이다.
 
CGV 관계자는 “더 비싼 메뉴를 팔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메뉴만 알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추가로 설명 드리는 것뿐이다”며 “매점실적이 시급에 반영되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는 미소지기들에게 인센티브 개념으로 업무 독려 차원에서 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