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은 지금] 롯데그룹 - KT렌탈 인수 설왕설래
진격의 거인, 계열사 시너지 창출 '효자' 얻다
- KT렌탈이 운영하고 있는 KT금호렌터카 제주 오토하우스 전경. KT렌탈은 국내 렌터가 업계 1위 업체다. 롯데그룹이 5월 최종 인수를 앞두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KT렌탈은 2011년 10월 국내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론칭 당시 33대였던 보유 차량 수는 지난해 1,865대까지 늘어났다. 고객이 휴대폰으로 차량을 예약하고 있다.
<이 기사는 FORTUNE KOREA 연중기획 ‘30대 그룹은 지금’ 2015년 5월호 하위 콘텐츠로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 2월 KT렌탈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그룹이 5월 최종 인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인수전 내내 들러리 모드로 일관했던 롯데그룹은 막판에 1조 200억 원을 베팅하며 KT렌탈을 손에 넣었다.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로 두 기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부에선 고가 인수 논란도 일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올해 1분기 국내 M&A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KT렌탈 인수전이었다. 동양생명(1조 1,319억 원) 건보다 규모(1조 200억 원)는 조금 작았지만, 국내 5대 로펌이 모두 KT렌탈 인수전의 법률 자문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1분기 중 5대 로펌이 모두 참여한 M&A는 KT렌탈 건이 유일했다. KT렌탈은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다.
인수 후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MBK파트너스, 오릭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등 유명 사모펀드(PE·Private Equity)가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s)로, 롯데그룹, 효성그룹, 한국타이어, SK네트웍스, GS리테일 등 주요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SI·Strategic Investors)로 참여했다. 예비입찰에는 최대 19개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인수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효성그룹이 예비입찰에서 8,000억 원을 베팅하며 화제가 됐지만, 다른 FI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실패해 본입찰을 포기했다. 다른 후보자들은 예비입찰에서 6,000억 원대나 그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단독 인수 후보자로 유력시됐던 오릭스는 단독 인수 대신 한국타이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형 인수전에서는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FI와 SI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다. 본입찰에서는 MBK파트너스와 IMM이 FI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목받기도 했다.
1차 본입찰에선 SK네트웍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됐다. SK네트웍스는 이전부터 KT렌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롯데그룹이 최종 인수 기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KT렌탈 인수전은 대반전으로 막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1차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후보로 꼽혔지만, 2차 본입찰에선 최고가인 1조 200억 원을 제시해 극적으로 다른 후보들을 제쳤다. 롯데그룹은 예비입찰에서 6,000억 원대를, 1차 본입찰에서 7,000억 원대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이 막판 대역전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롯데가 계획한 잘 짜인 각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차 본입찰에서 베팅한 7,000억 원과 2차 본입찰에서 베팅한 1조 200억 원의 차이가 너무 커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게 그 주장의 배경이다. 실제 인수전에서도 롯데그룹의 전략적 행동으로 보일 만한 부분이 몇몇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인수전 내내 ‘들러리 모드’로 일관했다.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적도 없었고, 예비입찰 및 1차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 금액도 최하위에 가깝거나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막판에 신동빈 회장이 힘을 실어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시장에는 인수전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롯데그룹이 처음부터 전략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 1조 200억 원 인수가는 적정했나
KT렌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업계에서 추산한 적정 인수 비용은 6,000억 원대였다. 롯데그룹이 예비입찰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금액이었다. 효성그룹이 예비입찰에서 8,000억 원을 베팅해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적정 인수가보다 30% 이상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1차 본입찰에서도 적정 인수 비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7,000억 원을 베팅했지만, 막판에 베팅 금액을 1조 원대로 올려버렸다. 업계 추산 적정 인수 비용 및 예비입찰 베팅보다 60% 이상 많은 금액이었다.
많아야 7,000억~8,000억 원대로 예상됐던 KT렌탈 인수가가 1조 원을 넘어서자 시장 일부에선 고가 인수 논란이 일고 있다. KT렌탈은 총자산 2조 6,402억 원 중 자기자본이 3,232억 원, 부채가 2조 3,17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700%가 넘는 기업이다. KT렌탈에 이어 업계 2위인 AJ렌터카의 부채비율이 325%임을 고려하면, 렌털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KT렌탈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1조 원대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 측에선 KT렌탈 인수를 통한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1조 200억 원은 결코 높은 인수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송노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수석은 말한다. “저희는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정 인수가를 추산하는 기준이 기업마다 다르거든요. 인수·피인수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저희는 KT렌탈을 인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1조 200억 원을 들여 인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인수가였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 시점에선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닙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계 1위 기업이니까요. 3~5년 정도는 렌터카 시장(KT렌탈 매출의 85% 이상이 차량 렌털과 관련돼 있다)이 연평균 10% 이상씩 너끈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렇게 보면 5년 후만 생각해도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란 거죠. 롯데그룹이 단기차익을 보고 뛰어드는 FI도 아니고, 중장기적인 사업 구상을 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텐데,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렌터카 수는 45만 9,028대로 2010년의 25만 7,751대보다 78%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2010년 2조 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4조 원대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레저 활동의 증가와 함께 기업용 장기 렌터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KT렌탈이 국내 렌터카 업계 최초로 1조 원 매출을 돌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T렌탈은 지난해 매출 1조 702억 원에 보유 렌터카 수 12만 2,220대를 기록했다. 2013년에 비해 각각 21%, 33% 늘어난 수치다.
◆ 그룹 계열사 시너지의 중심으로
최근 렌터카시장에선 KT렌탈이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KT렌탈의 시장점유율은 26.6%로, 12.7%를 기록한 업계 2위 AJ렌터카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KT렌탈의 전년(2013년) 대비 시장점유율은 1.9%p 증가한 반면, AJ렌터카는 0.85%p 줄어들어 3년 연속 격차가 더 벌어졌다. KT렌탈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AJ렌터카는 2012년부터 2년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일각에선 KT렌탈이 롯데그룹에 인수됨에 따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인 30%대 시장점유율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KT렌탈이 롯데그룹의 구성원이 됨에 따라 계열사 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만 2,000개에 달하는 롯데의 유통 점포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유통망이 전국에 퍼져 있는 데다 마트나 백화점 등은 접근성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고객 접점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KT렌탈에겐 유리한 점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스스로를 ‘레버리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차입한 자금으로 렌터카를 사 운용한 다음 중고차로 되파는 것이 렌터카 업체들의 주된 사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달금리가 낮을수록, 중고차로 팔기 전까지 대여율이 높을수록, 중고차가 비싼 가격에 팔릴수록 렌터카 업체들의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서수현 KT렌탈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말한다. “렌터카 사업은 조달금리가 굉장히 중요한 사업입니다. 최대한 저리로 자금을 끌어오는 게 관건이죠. 이번에 롯데그룹에 인수됨에 따라 KT렌탈의 조달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그룹의 신용도가 워낙 좋으니까요. 인수가 완료되면 KT렌탈의 신용도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대여율도 더 올라가겠죠. KT렌탈 내부에서도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회사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롯데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롯데그룹에선 롯데손해보험이 특히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12만 대가 넘는 KT렌탈 렌털 차량이 모두 롯데손해보험 영업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롯데손해보험은 연 1,500억 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예상한다. KT렌탈 직원 1,000여 명의 퇴직연금을 롯데손해보험 상품으로 전환하면 5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입도 확보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력 확장만으론 더 이상 기업을 성장시키기 어려운 현재 시장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는 롯데손해보험에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을 것”이라며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별 탈 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KT렌탈 인수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4월 9일 운영자금 1,501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보통주 6,700만 주를 유상증자했다.
호텔롯데와 롯데그룹 내 유통사들도 다양한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호텔롯데는 관광객에게 렌터카 대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렌터카 대여 사업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호텔·렌터카 업체 간 제휴가 긴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가 이들을 묶어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경쟁사들과 또 다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 유통사들은 KT렌탈의 베트남 사업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T렌탈은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베트남을 해외시장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롯데그룹 유통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노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수석은 말한다. “저희는 KT렌탈과 롯데그룹이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텔롯데·롯데손해보험·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내 계열사와 KT렌탈을 묶는다면 다양한 연계 마케팅이 가능하죠. KT렌탈도 전국 1만 2,000여 개 롯데 유통망을 활용하면 영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고요. 이제 KT렌탈의 성장이 롯데그룹의 성장과 직결되는 만큼 KT렌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2월 KT렌탈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롯데그룹이 5월 최종 인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인수전 내내 들러리 모드로 일관했던 롯데그룹은 막판에 1조 200억 원을 베팅하며 KT렌탈을 손에 넣었다.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로 두 기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부에선 고가 인수 논란도 일고 있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올해 1분기 국내 M&A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KT렌탈 인수전이었다. 동양생명(1조 1,319억 원) 건보다 규모(1조 200억 원)는 조금 작았지만, 국내 5대 로펌이 모두 KT렌탈 인수전의 법률 자문에 나서면서 화제가 됐다. 1분기 중 5대 로펌이 모두 참여한 M&A는 KT렌탈 건이 유일했다. KT렌탈은 국내 렌터카 업계 1위 업체다.
인수 후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MBK파트너스, 오릭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등 유명 사모펀드(PE·Private Equity)가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s)로, 롯데그룹, 효성그룹, 한국타이어, SK네트웍스, GS리테일 등 주요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SI·Strategic Investors)로 참여했다. 예비입찰에는 최대 19개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인수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효성그룹이 예비입찰에서 8,000억 원을 베팅하며 화제가 됐지만, 다른 FI들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실패해 본입찰을 포기했다. 다른 후보자들은 예비입찰에서 6,000억 원대나 그 이하의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단독 인수 후보자로 유력시됐던 오릭스는 단독 인수 대신 한국타이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대형 인수전에서는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 FI와 SI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다. 본입찰에서는 MBK파트너스와 IMM이 FI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목받기도 했다.
1차 본입찰에선 SK네트웍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 기업으로 거론됐다. SK네트웍스는 이전부터 KT렌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롯데그룹이 최종 인수 기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KT렌탈 인수전은 대반전으로 막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1차 본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인수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후보로 꼽혔지만, 2차 본입찰에선 최고가인 1조 200억 원을 제시해 극적으로 다른 후보들을 제쳤다. 롯데그룹은 예비입찰에서 6,000억 원대를, 1차 본입찰에서 7,000억 원대를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이 막판 대역전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롯데가 계획한 잘 짜인 각본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차 본입찰에서 베팅한 7,000억 원과 2차 본입찰에서 베팅한 1조 200억 원의 차이가 너무 커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게 그 주장의 배경이다. 실제 인수전에서도 롯데그룹의 전략적 행동으로 보일 만한 부분이 몇몇 눈에 띈다. 롯데그룹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인수전 내내 ‘들러리 모드’로 일관했다.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적도 없었고, 예비입찰 및 1차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 금액도 최하위에 가깝거나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막판에 신동빈 회장이 힘을 실어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시장에는 인수전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롯데그룹이 처음부터 전략적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 1조 200억 원 인수가는 적정했나
KT렌탈이 매물로 나왔을 때 업계에서 추산한 적정 인수 비용은 6,000억 원대였다. 롯데그룹이 예비입찰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금액이었다. 효성그룹이 예비입찰에서 8,000억 원을 베팅해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적정 인수가보다 30% 이상이나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1차 본입찰에서도 적정 인수 비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7,000억 원을 베팅했지만, 막판에 베팅 금액을 1조 원대로 올려버렸다. 업계 추산 적정 인수 비용 및 예비입찰 베팅보다 60% 이상 많은 금액이었다.
많아야 7,000억~8,000억 원대로 예상됐던 KT렌탈 인수가가 1조 원을 넘어서자 시장 일부에선 고가 인수 논란이 일고 있다. KT렌탈은 총자산 2조 6,402억 원 중 자기자본이 3,232억 원, 부채가 2조 3,170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700%가 넘는 기업이다. KT렌탈에 이어 업계 2위인 AJ렌터카의 부채비율이 325%임을 고려하면, 렌털기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KT렌탈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1조 원대 인수가가 너무 높다는 주장의 배경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 측에선 KT렌탈 인수를 통한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했을 때 1조 200억 원은 결코 높은 인수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송노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수석은 말한다. “저희는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정 인수가를 추산하는 기준이 기업마다 다르거든요. 인수·피인수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저희는 KT렌탈을 인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다른 경쟁사들보다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1조 200억 원을 들여 인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거죠.”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인수가였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 시점에선 좀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게 비싼 가격도 아닙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계 1위 기업이니까요. 3~5년 정도는 렌터카 시장(KT렌탈 매출의 85% 이상이 차량 렌털과 관련돼 있다)이 연평균 10% 이상씩 너끈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렇게 보면 5년 후만 생각해도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란 거죠. 롯데그룹이 단기차익을 보고 뛰어드는 FI도 아니고, 중장기적인 사업 구상을 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텐데,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더더욱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등록된 렌터카 수는 45만 9,028대로 2010년의 25만 7,751대보다 78%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2010년 2조 원대 초반에서 지난해 4조 원대로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행·레저 활동의 증가와 함께 기업용 장기 렌터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KT렌탈이 국내 렌터카 업계 최초로 1조 원 매출을 돌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T렌탈은 지난해 매출 1조 702억 원에 보유 렌터카 수 12만 2,220대를 기록했다. 2013년에 비해 각각 21%, 33% 늘어난 수치다.
◆ 그룹 계열사 시너지의 중심으로
최근 렌터카시장에선 KT렌탈이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KT렌탈의 시장점유율은 26.6%로, 12.7%를 기록한 업계 2위 AJ렌터카를 여유롭게 따돌렸다. KT렌탈의 전년(2013년) 대비 시장점유율은 1.9%p 증가한 반면, AJ렌터카는 0.85%p 줄어들어 3년 연속 격차가 더 벌어졌다. KT렌탈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AJ렌터카는 2012년부터 2년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일각에선 KT렌탈이 롯데그룹에 인수됨에 따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인 30%대 시장점유율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KT렌탈이 롯데그룹의 구성원이 됨에 따라 계열사 간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만 2,000개에 달하는 롯데의 유통 점포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유통망이 전국에 퍼져 있는 데다 마트나 백화점 등은 접근성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어 고객 접점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KT렌탈에겐 유리한 점이다. 렌터카 업체들은 스스로를 ‘레버리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차입한 자금으로 렌터카를 사 운용한 다음 중고차로 되파는 것이 렌터카 업체들의 주된 사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달금리가 낮을수록, 중고차로 팔기 전까지 대여율이 높을수록, 중고차가 비싼 가격에 팔릴수록 렌터카 업체들의 수익이 늘어나게 된다.
서수현 KT렌탈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말한다. “렌터카 사업은 조달금리가 굉장히 중요한 사업입니다. 최대한 저리로 자금을 끌어오는 게 관건이죠. 이번에 롯데그룹에 인수됨에 따라 KT렌탈의 조달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롯데그룹의 신용도가 워낙 좋으니까요. 인수가 완료되면 KT렌탈의 신용도가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대여율도 더 올라가겠죠. KT렌탈 내부에서도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회사가 더 좋아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롯데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롯데그룹에선 롯데손해보험이 특히 많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12만 대가 넘는 KT렌탈 렌털 차량이 모두 롯데손해보험 영업용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면 롯데손해보험은 연 1,500억 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험업계는 예상한다. KT렌탈 직원 1,000여 명의 퇴직연금을 롯데손해보험 상품으로 전환하면 500억 원 이상의 추가 수입도 확보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력 확장만으론 더 이상 기업을 성장시키기 어려운 현재 시장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KT렌탈 인수는 롯데손해보험에겐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을 것”이라며 “최근 롯데손해보험이 별 탈 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 있었던 것도 KT렌탈 인수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4월 9일 운영자금 1,501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보통주 6,700만 주를 유상증자했다.
호텔롯데와 롯데그룹 내 유통사들도 다양한 협력 방안을 구상 중이다. 호텔롯데는 관광객에게 렌터카 대여 연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렌터카 대여 사업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호텔·렌터카 업체 간 제휴가 긴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롯데가 이들을 묶어 일원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경쟁사들과 또 다른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 유통사들은 KT렌탈의 베트남 사업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T렌탈은 베트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베트남을 해외시장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는 롯데그룹 유통사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노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수석은 말한다. “저희는 KT렌탈과 롯데그룹이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많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텔롯데·롯데손해보험·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내 계열사와 KT렌탈을 묶는다면 다양한 연계 마케팅이 가능하죠. KT렌탈도 전국 1만 2,000여 개 롯데 유통망을 활용하면 영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고요. 이제 KT렌탈의 성장이 롯데그룹의 성장과 직결되는 만큼 KT렌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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