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서미경 일가는 부동산 갑부? 서울 요지 곳곳서 ‘ 떵떵’…공연장 신축
1397억 여 원. 롯데가(家)의 서미경(55) 씨와 그녀의 딸 신유미(31) 씨 일가가 서울과 경남 김해 지역에 보유한 부동산 추정가다. 이들은 어떻게 땅 부자가 된 것일까.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통해 그 속내와 이들이 벌이는 사업 행보를 추적했다.
서 씨는 신격호(90)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다. 1970년대 인기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린 그녀는 1983년 3월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딸 신유미 씨를 낳고 지금까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숨겨진 아내와 딸’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애정으로 묵묵히 존재를 알려왔다. 그의 ‘사랑’은 롯데그룹 계열사의 주식·부동산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서 씨 일가 배후에 있는 유원실업·유기개발·유니플렉스 등의 회사와 이를 품은 엄청난 액수의 부동산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2002년 설립된 유원실업은 서 씨와 신 씨가 각 57.82%, 42.18%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 직영을 선언하며 계약을 해지한 업체 세 곳 중(롯데그룹 계열사인 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유원실업) 한 곳이다. 세 업체 모두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던지라 이번 롯데의 선언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롯데그룹의 비계열사인 유원실업의 최대 주주가 롯데가의 서 씨 모녀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며 화제가 됐다.
이번 매점 사업 중단으로 유원실업은 메인 사업을 잃게 됐다. 서울·경기 지역 알짜 영화관 30여 개의 매점을 독점 운영하며 연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알짜 사업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2007년부터 주력해 오던 부동산 임대업이 하나 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유원실업의 사옥을 살펴본다. 서 씨는 지난해 7월 서초구 반포동 91의 4(656.6㎡)의 토지·건물을 유원실업 소유로 매입해 방배동에서 이전해 왔다. 지하 1층~지상 5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 4층에 유원실업 사무실이 입주해 있으며 나머지 층은 임대로 내놓았다. 현재 3층과 5층은 수개월째 비어 있는 상태다.
빌딩 자산 관리 업체 위더스에셋 인베스트먼트의 배상균 대표는 “공실이 있지만 서래마을이라는 특수성이나 희소성이 있어 임대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은 3.3㎡당 8000만 원으로, 가격은 160억 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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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회사 본사 사무실 등으로 이용
이 부동산은 롯데와 묘한 인연이 있다. 서 씨의 지인으로 알려진 이성진 씨가 1982년 부지를 매입하고 1991년 10월 16일 서 씨가 이 씨와 함께 이곳 건물의 50 대 50 공동 명의자로 등장했다.
서 씨는 이 건물을 담보로 2002년 4월 16일 서 씨가 이사로 올라 있는 (주)유기개발을 채무자로 채권 최고 금액 9억1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했다. 이어 2002년 10월 1일 롯데건설주식회사가 토지·건물을 매입하더니 2012년 7월 2일 서 씨의 회사인 유원실업이 67억 원을 주고 다시 사들였다.
유원실업의 본래 사옥이었던 서초구 방배동 851의 18(502.6㎡)과 주차장 부지인 851의 17(255.6㎡) 역시 서 씨 소유의 부동산이다. 현재는 서 씨가 이사로 올라 있는 유기개발과 유니플렉스의 본사 주소로 등록된 곳이다.
현재 이 건물에는 식당이 들어와 운영 중이다. 배상균 대표는 이 두 필지의 값어치를 87억 원으로 매겼다. 낙후된 건물에 대한 장점은 없지만 동네 시가를 고려하면 식당 부지는 3.3㎡당 4000만 원, 주차장 부지는 3500만 원 정도 호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기개발과 유니플렉스의 대표이사는 서 씨의 친오빠인 서진석 씨다. 그는 유원실업의 이사로 재직하는 등 동생 서 씨가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사업 전면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2000년에 설립된 유기개발은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11개 음식점을 직영하는 업체로, 연매출은 121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2011년 말 강남구 삼성동의 땅 552㎡와 부지에 들어선 건물을 개인으로부터 202억 원을 주고 매입해 사옥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서 씨 일가의 사업 중 가장 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유니플렉스다. 공연 기획·운영을 목적으로 2010년 8월 출범한 이 회사는 현재 종로구 동숭동 1의 94(760.04㎡)에서 공연장을 짓고 있다. 시공사인 성수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6월 오픈을 앞둔 이 공연장의 규모는 지하 5층, 지상 6층으로 각 600석, 300석의 2개 공연장이 마련될 예정이다.
유니플렉스는 애초 공연 제작·기획에 참여하려던 계획과 달리 공연장 대관 사업을 중점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 프로그램은 뮤지컬 공연 기획 전문 업체인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대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상균 대표는 “공연장은 공사비가 일반 건물 3.3㎡당 350만~400만 원 드는 것과 달리 800만~1000만 원 정도 들어가 건물 완공 후 값어치가 급등한다”며 “건물 가격만 116억 원, 부지는 183억 원 정도로 총 300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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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업까지 사업 영역 넓혀
공연장이 들어서는 동숭동 1의 94는 현재유니플렉스의 단독 소유물이다. 이전 소유자는 서 씨 모녀였다. 서 씨는 2009년 10월 12일 62억5000만 원에 건물을 매입하며 딸 신 씨를 50 대 50 공동소유자로 올렸다. 그리고 서 씨 모녀는 기존 지하 3층, 지상 7층 건물에서 임대업을 벌였다. 같은 날 건물 옆 1의 99(382㎡)도 67억 원에 매입했다.
이곳은 기존에 있던 건물을 헐고 현재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차장 운영은 세를 얻은 다른 임차인이 맡고 있다. 이곳 역시 서 씨 모녀의 지분이 절반씩으로 공동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유니플렉스 출범 후 모녀는 그해 8월 16일 부동산을 유니플렉스에 사업 양수도 계약으로 넘겼다. 부동산 사업 양수도 계약은 일반 임대 업자가 법인 임대 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변경할 때 부동산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다. 실질적인 사업자가 보유한 자산을 자신이 설립한 법인에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취득·등록세가 면제된다.
이번 서 씨의 공연장 사업 진출을 두고 항간에는 일산 킨텍스의 한류월드 공연장 사업에도 손을 뻗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700억 원의 큰 규모로 서 씨가 롯데건설과 함께 시공사와 공연장 운영권을 획득하는 시나리오를 짜 볼 수는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간 서 씨가 속해 있는 사업들 모두 롯데그룹의 크고 작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롯데그룹이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차후 공연 사업 운영 과정에서 자금 지원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 씨 모녀의 부동산 임대 사업은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강남구 신사동 650의 8(606.2㎡) 역시 서 씨 모녀가 2분의 1씩 공동소유로 된 토지·건물이다. 신 총괄회장의 소유물이었던 것을 2007년 10월 9일 두 사람에게 증여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에는 미용실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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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1990년대 싼값 주고 사들여
배상균 사장은 “신사동 645의 21에 있는 385.55㎡(116평)의 토지·건물을 지난해 5월 제일모직이 93억 원을 주고 샀다. 그런데 서 씨 모녀의 부동산은 제일모직이 산 물건에 비해 위치 등 조건이 좋아 훨씬 높게 가격이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 씨의 부동산은 3.3㎡당 8000만 원으로 183억 원의 가격이 예상되지만 3.3㎡당 1억 원으로 가격이 올라도 인기가 높을 매물이라는 것이다.
서 씨의 등기부상 현 주소지인 방배동 1의 133(659㎡)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빌라 6채 모두 서 씨 모녀의 공동소유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등기상 구분은 돼 있지만 롯데 특수 관계자들(가족)이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임대나 매매로 거래할 수 있는 건물이 아니다”고 했다. 이곳은 방배롯데캐슬빌라오스카로 신 총괄회장의 서울 거처로도 알려진 곳이다. 2008년 빌라로 승인 받기 전 단독주택이었을 당시에는 서 씨 1인 소유였지만 2008년 9월부터 딸 신 씨와 2분의 1씩 공동소유 형태로 바뀌었다.
이후 신 씨는 이 빌라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빌라 신축 직후인 2008년 10월 7일자로 채무자 신유미, 채권 최고액 12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같은 날 당시 유기개발도 2회에 걸쳐 채권 최고액 8억400만 원, 7억80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이 당시(2008년 10월 말)는 신 씨가 롯데쇼핑 주식 2만8903주(지분율 0.1%)를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때 서 씨가 사는 집으로 유명했던 반포동의 또 다른 롯데캐슬빌라오스카(반포동 97의 6)는 모두 서 씨 소유였지만 2007년 1월 모두 분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부동산을 살펴보면 1980~1990년대 싼값을 주고 사들인 것으로 서울 요지에 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개 롯데그룹이 추진했던 개발부지로 현재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건물은 낙후돼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동숭동 공연장은 조금 다르다. 기존의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올려 이곳에 대관 사업 및 유원실업의 매점 사업, 유기개발의 외식 사업 등을 열어 자사 수익형 부동산으로 만들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 지역에도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받은 부동산이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추진했던 개발 부지 인근 지역 토지 소유자 현황에서 김해시 일대 약 30만㎡(9만750평)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땅의 가치는 약 3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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