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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털고 비상’ 나선 농심의 승부수, 신사업 잇단 진출…해외 진출도 ‘적극’

곡산 2013. 12. 2. 08:40

‘악재 털고 비상’ 나선 농심의 승부수, 신사업 잇단 진출…해외 진출도 ‘적극’

비즈니스 포커스

농심은 올 들어 한때 생산을 중지했던 신라면 블랙을 재출시하고 해외시장을 넓히는 등 라면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생수·커피·프리믹스(빵류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분말)…. 농심이 최근 3개월 동안 새롭게 개척에 나선 시장이다. 여기에 해외시장 유통망까지 손을 뻗으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올해 신춘호 회장이 제시한 경영 지침은 ‘도전’이다”는 농심 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농심은 이 같은 공격 경영을 바탕으로 올해 2조8000억 원, 그룹 전체 매출 4조8000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와 확대보다 안정을 추구해 온 농심의 이러한 광폭 행보의 배경은 무엇일까.



올해 신춘호 회장의 경영 지침은 ‘도전’

농심은 지난해 잇단 악재로 최대 위기를 겪었다. 주력 사업인 라면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하얀 국물’ 라면 바람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며 시장점유율 하락을 경험했다. 라면 값 담합을 이유로 약 108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데다 해외시장의 벤조피렌 파동을 겪었으며 15년간 독점 유통하며 농심 전체 매출의 10%(2011년 1900억 원)를 차지한 ‘삼다수’도 잃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신사업 확대와 해외시장 공략으로 악재를 털어내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근 재빨리 출시한 신제품을 살펴보면 국내에 보급된 적 없는 백두산 물, 녹용 성분이 첨가된 강글리오 커피, 우리 쌀로 만든 프리믹스 등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인다. 수십 년간 라면으로 쌓아올린 유통의 강점에 차별화를 입힌 셈이다.

무엇보다 농심이 공들이는 분야는 커피 사업이다. 농심은 3년 내 커피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믹스커피 출시에 이어 액상커피 출시도 알렸다. 커피 공장 증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 역시 커피 사업에 대한 의지를 뒷받침한다.

현재 강글리오 커피는 농심의 국내 6개 공장 중 라면 스프를 생산하는 안성 공장 한 곳에서만 제조한다. 그러나 생산 설비 규모가 크지 않아 대규모 커피 제조 설비 증설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의 첫 커피 제품인 강글리오 커피. 농심은 3년 내 커피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농심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커피 생산량을 대폭 늘리더라도 커피믹스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농심이 커피 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잃은 삼다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라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과연 커피가 연 1900억 원에 달하는 삼다수 만큼의 수익성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삼다수의 이탈로 농심의 매출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당장 커피가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커피 생산 공장의 확대가 재무구조에 우호적으로 작용할지 역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롯데칠성음료와 서울우유까지 뛰어든 커피 시장에 대응할 무기로 (녹용 성분 함유 등)혁신적인 제품을 꼽았지만 커피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이므로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호응을 얻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력 제품인 라면 시장의 지속적인 정체는 농심을 해외로 움직이게 했다. 비록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하지만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라면 사업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해외시장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방동 농심 사옥.


월마트와 직접 공급 계약 체결

최근 농심은 유럽과 미국의 유통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영국 4대 메이저 유통 회사인 모리슨과 스위스 최대 유통 회사 미그로스, 네덜란드 공항 매점 그랩앤드플라이와 잇달아 신라면 등 라면 제품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는 미국의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목표를 2012년에 비해 30% 정도 높게 잡으며 해외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낵 부문의 성장, 백산수 공급 확대로 20%의 성장이 가능하다”며 “미국에서는 월마트와의 직접 공급 계약 체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이번 변화에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힘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동생인 신 회장은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제품 개발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강글리오 커피는 신 회장이 지인들과 찾은 골프장에서 녹용을 섞은 커피 맛을 본 후 제품 개발을 지시해 탄생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강글리오’라는 이름도 직접 지었고 백산수 역시 그가 직접 작명했다. 또한 농심의 뚝배기 시리즈 역시 신 회장의 야심작이다. 밀가루 일색인 면 시장에서 쌀가루를 이용한 면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 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농심 내부에서도 신 회장을 만나려면 회장실이 아닌 농심의 식품연구소 연구·개발(R&D)센터로 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신 회장의 제품 개발에 대한 욕심은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농심에 대한 신 회장의 애착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형제들을 경쟁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은 2003년 농심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친 신 회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그 이후에도 영업실적이나 제품 개발과 같은 주요 현안은 직접 챙기는 등 아직까지 모든 실권을 완전히 넘겨주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 경영권 분쟁 여부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기도 한다.

지난해 신동원 부회장이 악재에 휘청하는 사이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4월 농심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농심은 실적이 악화된 반면 메가마트의 성적표는 꾸준히 상승세를 탄 데다 이전까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만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었던 터라 신동익 부회장의 등장은 후계 경쟁설에 힘을 실었다.



● 농심그룹 지분 현황 ●
 
2·3세 지분 구조 ‘관심’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형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경영 마찰을 일으킨 후 농심으로 독립했다. 신 회장의 이러한 전례가 있었던 만큼 농심그룹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 회장의 3남 2녀 형제들이 보유한 지분 구조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농심은 2003년 7월 농심에서 투자사업 부문을 떼어내 지주회사인 농심홀딩스를 신설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전인 2002년 말 주력사인 농심의 지분은 신춘호 회장이 9.96%, 신 회장의 장·차남인 신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각각 2.78%, 0.36%를 보유했었다.

그러나 농심홀딩스 신설 후 신동원 부회장과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농심홀딩스에 대한 신동원 부회장의 지분은 36.88%,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은 19.69%에 달한다.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 19.69%와 율촌화학 지분 6.08%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지분이 없는 대신 메가마트 지분 57.9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신현주 농심기획 부회장은 장녀 박혜성, 차녀 박혜정과 함께 농심그룹의 계열사 쓰리에스포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농심기획 지분 40%도 가지고 있다. 막내딸 신윤경 씨를 제외하고는 4남매가 모두 그룹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신윤경 씨의 남편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이다.

농심가 3세들은 2003년 할아버지인 신춘호 회장에게 증여받은 농심홀딩스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을 활용해 매년 꾸준히 지분을 늘려오고 있다. 총 11명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48%에 달한다. 농심홀딩스 최대 주주인 신동원 부회장 (36.88%)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19.69%)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또한 당시 대부분 미성년자였던 3세들의 평균 연령이 20대를 넘어서면서 경영 참여도 가시화되고 있다.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농심그룹에 입사한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의 장녀 박혜성 이사는 20대 중반부터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