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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우수농식품생산현장]백제물산

곡산 2010. 5. 13. 21:56

[기획-우수농식품생산현장]백제물산
쌀국수 등 가공식품 생산물량 절반 해외 수출
33년 노하우 축적 쌀냉면 등 10여 종 제조
청와대에도 납품…미국·일본 이어 독일 등 유럽으로 시장 확장

옛말에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낯선 말이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식품수급표를 보면 1970년대 국민 한사람이 섭취한 에너지 가운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51%였는데 ’07년에는 절반 수준인 28%대로 떨어졌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드는데다 지난해 기록적인 대풍작으로 인해 쌀 잉여물량이 16만t이나 넘쳐 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남는 쌀 소비를 위해 쌀라면, 쌀과자, 쌀막걸리 등 쌀가공식품의 소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쌀 가격을 인하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등 쌀가공식품육성정책을 펴고 있지만, 쌀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기존 밀가루를 사용한 제품을 쌀로 대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쌀가공기술을 축적해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유럽시장까지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위치한 백제물산이 바로 그곳이다.

백제물산을 찾아 떠나는 날은 마침 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따뜻한 햇살을 벗삼아 서울에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토굴 새우젓과 김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군 광천읍. 이곳에서 세계로 수출되는 쌀국수, 쌀떡국 등 우리 쌀가공식품이 만들어진다.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한 주의 시작이니만큼 조금은 여유있을 줄 알았지만 계속해서 걸려오는 주문 전화와 바이어 상담으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백제물산 김미순 대표를 만났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에 위한 백제물산은 3000평의 대지에 1000평 규모의 공장에서 쌀국수, 쌀떡국, 쌀냉면 등 100여가지 쌀가공식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난 1978년 문을 열었다.

올해로 창업 33년을 맞는 백제물산은 지난해 65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 중 절반을 해외수출이 차지하는 만큼 수출비중이 높은 편이다. 주로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되며 미국의 알엔지사를 통해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까지 수출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9월에는 청와대에 쌀국수 납품을 시작했으며 쌀국수 소비확산을 위한 시범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

백제물산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마친 김미순 대표는 우선 쌀국수 생산 시설을 둘러보자며 공장으로 기자들을 안내했다.

사무실 옆에 위치한 공장에는 현재 관리와 생산인력을 합쳐 6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원재료인 쌀을 쌀가루로 만드는 분쇄공정이었다. 현재 쌀국수의 원료로 어떤 쌀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표는 현재 가격경쟁력 때문에 쌀국수 원료로 국내산 정부미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쌀가공식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료곡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쌀가공식품 생산에 적합한 고아미벼가 현재 원료곡으로 인정되지 않아 가격경쟁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정부미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고아미벼는 ㎏당 2000원 정도인데 원료곡으로 인정이 되면 ㎏당 12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간다. 원료의 가격 인하는 곧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도 자연스레 쌀가공식품을 찾는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농진청으로부터 고아미벼 1t을 지원받아 500㎏은 시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 500㎏은 근처 부지에서 재배해 자체적으로 원료곡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또 현재 일본의 경우 쌀가공 비율이 16~17%에 달한다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쌀가공 비율을 20%대까지 높이려면 원료곡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품질이 좋은 원료곡만 충분하다면 쌀 함량을 80%까지 높인 제품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면서 가공기술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쌀국수 성형 공정으로 자리를 옮긴 김 대표는 물에 불린 쌀을 분쇄해 일정량의 배합비에 따라 소맥분을 혼합해 반죽을 하고 나면 이제 준비 단계를 지나 쌀국수 생산의 핵심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는 혼합된 반죽을 성형기에 넣으면 뽀얀 명주실 같은 쌀국수가 뽑아져 나오는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과 조명이 어우러져 신비스럽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일정한 굵기로 뽑아져 나온 면은 일정한 크기로 절단이 돼 숙련된 인력에 의해 두 번 접히게 된다.

일정한 크기로 잘려 포장되는 쌀국수와 달리 국수를 접는 모습을 신기해 하는 기자에게 김 대표는 이 과정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근 1년여간의 고민과 연구 끝에 나온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존 쌀국수처럼 일정한 크기로 잘라 포장을 하려면 포장하기 전 일정한 중량을 맞추기 위해 30명의 근로자들이 일일이 저울로 무게를 재야 했단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느낀 김 대표는 1년여 동안 원재료 비용만 1억 원을 투자해 일정 중량에 맞게 절단되는 설비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았다. 이 설비로 인해 기존 30여명이 필요했던 작업이 13명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켰으며 면을 자르지 않아도 돼 식감 또한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삼단으로 접힌 쌀국수는 이제 숙성실로 옮겨진다. 적당한 온도에서 48시간 동안 숙성과정을 거쳐야 쫄깃한 식감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어 김 대표는 냉동과정을 소개했다. 냉동실은 1년 365일 내내 영하 15도를 유지하는데 얼마 전 방송촬영을 위해 방문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한 겨울 바깥 날씨보다 더 추운 이곳에서 일하느라 고생했다며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냉동실에서 24시간 동안 냉동과정을 거치면 건조실로 옮겨진다. 김 대표는 기존 쌀국수와 다르게 면을 접어 건조하기 때문에 곰팡이 등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6개월에 걸쳐 새로운 건조 시설을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면을 접은 상태에서 건조과정을 거치면 곰팡이 등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6개월에 걸쳐 태양열과 바람을 이용하는 건조설비까지 개발했다. 건조과정을 거치면 수분함수율이 14%대로 떨어져 1년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이제 마지막 단계인 포장단계. 이곳 포장라인은 보통 다른 기업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대부분 자동화설비로 이뤄져 설비 운영인력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과정이 바로 포장공정인데, 이곳에는 수작업으로 포장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 부분은 아니지만 경험에 의하면 기계보다는 수작업으로 포장한 제품이 더 맛있다며 생산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맛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또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들은 대부분 일한 지 20~30년이 넘었다며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인력난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정부의 쌀가공식품 활성화 정책에 따라 주문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인력이 더 필요하지만 대부분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이라는 편견 때문에 일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 대표는 아직 대규모 설비와 HACCP 등 안전성을 위한 시설, 원료곡 확보 문제 그리고 쌀가공식품에 대한 정부차원의 홍보 등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지만 쌀가공기술에 대한 품질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을 지난해 매출보다 20% 정도 높은 80억 원으로 잡았다며 의지를 나타냈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없이 마음껏 농사를 짓고, 쌀가공업체들은 꾸준히 소비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쌀가공식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사업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가을철 토실토실한 쌀알처럼 풍성한 결과를 맞기를 기대해본다.

최승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