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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겨에서 단백질 추출…“1조원 시장 공략”

곡산 2009. 9. 5. 19:27

쌀겨에서 단백질 추출…“1조원 시장 공략”
‘위기가 기회’ 세계속 한국기업 현장을 가다 ③ CJ제일제당
쌀 부산물에서 고부가가치 식품소재 추출기술 첫 개발
하얼빈에 중국기업과 공장 건설…연 1200t 생산 전망
한겨레 이정연 기자
» 지난달 4일 김장훈 베이다황씨제이(CJ)식품과학기술유한책임공사 총경리가 중국 하얼빈시 개발구에 세우고 있는 ‘쌀 단백질’ 생산 공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금 한창 쌀 단백질 생산공장을 짓고 있는데, 벌써부터 주문이 밀리고 있어요. 파일럿 라인(시범 생산시설)에서 만들어내는 물량이 달릴 정도니까요.”

지난달 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에서 승용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진 씨제이(CJ)제일제당의 ‘쌀 단백질’ 건설 공장. 씨제이가 중국의 최대 곡물기업인 베이다황농업고분공사와 손잡고 총 면적 140만㎡의 터에 쌀 단백질 공장을 세우고 있다. 한-중 합작회사인 베이다황씨제이식품과학기술유한책임공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장훈 총경리는 “곧 세계 식품업계에 쌀 단백질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쌀겨에서 단백질을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한 씨제이제일제당은 거대한 곡물자원을 보유한 베이다황농업고분공사와 함께 쌀 단백질 대량 생산공장을 지어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시장으로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연간 1200t의 쌀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오는 11월 완공돼 내년 3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김홍기 씨제이제일제당 부장은 “여기서 400㎞ 떨어진 곳에 현미유와 쌀겨를 공급할 쌀 도정 공장도 동시에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쌀 단백질은 벼를 도정하고 난 뒤 나오는 쌀겨에서 기름을 추출한 뒤 뽑아낸 식물성 단백질이다. 김 총경리는 “쌀겨가 기존에는 가축 사료로 쓰이거나 버려졌던 것을 고려하면 쌀 단백질 생산은 쌀 부산물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물’에서 ‘주산물’을 생산해 부가가치 높은 식품 소재를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 오는 11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씨제이(CJ)제일제당의 쌀 단백질 생산공장 건설 현장. 여기서 연간 1200t의 쌀 단백질이 생산된다.
식음료와 분유, 시리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식물성 단백질은 주로 콩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과 유전자조작식품(GMO) 우려 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쌀 단백질은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등의 장점 때문에 콩 단백질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해 식품용 단백질과 현미유 시장은 세계적으로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연평균 성장률이 15%인 거대 시장이다. 이 가운데 식물성 단백질 시장은 해마다 20%씩 성장해가고 있으며, 그 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씨제이제일제당은 추산했다.

실제로 지난해 콩 단백질 전문 다국적기업인 ‘쏠레’는 콩 단백질로만 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씨제이제일제당의 소재 사업부문 담당인 이재호 부사장은 “기술 보유여부에 따른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어서 생산 기술력을 확보하면 짧은 시간 안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쌀 단백질에 대한 세계 식품기업의 관심과 주문이 쏟아지면서 내년에 완공할 공장만으로는 공급을 못할 것으로 회사쪽은 판단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세계 식품기업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1200t의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여 바로 추가 공장 신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품 과학과 바이오 소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씨제이제일제당은 식품조미소재인 핵산 시장에서 40%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700억원 규모였던 핵산 시장은 연간 10%가량 성장하고 있고, 씨제이제일제당은 2013년에 여기서만 2400억가량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가축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 아미노산 첨가물인 ‘라이신’ 시장에서도 지난해 점유율 20.3%로 세계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얼빈(중국)/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