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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두산주류를 품에 안은 롯데는 OB맥주 ‘접수’에 나선다. OB맥주를 인수하면 롯데는 소주는 물론 맥주, 위스키, 와인, 전통주에 이르는 전 주종을 갖추게 된다. 유통·식음료 왕국 롯데가 주류 왕국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밀러·아사히 등 세계적 주류업체 나서
OB맥주 지분 100%를 갖고 있는 AB인베브가 2월18일 홍콩에서 마감한 OB맥주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그룹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밀러맥주를 생산하는 SAB밀러, 타이거맥주 제조사인 아시아퍼시픽브루어리(APB), 일본 아사히맥주, 기린홀딩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블랙스톤, 콜버그크라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세계적인 사모펀드(PEF)도 참여해, 주류업체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다국적 맥주회사인 AB인베브가 OB맥주 매각을 진행하는 것은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B인베브는 지난해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 앤호이저부시를 520억달러에 인수했다. 롯데에 소주 부문을 매각한 두산은 1999년 진로쿠어스한테 카스를 4800억원에 인수하면서 맥주사업 재기를 시도했으나 2001년 OB맥주를 AB인베브에 5600억원에 팔아치웠다.
AB인베브는 지난해 말 매각 주간사로 JP모건과 도이치방크를 선정했고, 이들 기관은 홍콩을 기점으로 매각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AB인베브는 지난 1월 설 연휴 직전 벨기에 본사 임원을 OB맥주로 보내 이호림 사장 등 OB맥주 관계자들에게 본사 차원에서 매각이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예비입찰은 3월 중순께 있을 본입찰을 앞둔 사전 탐색 성격이 짙다. 별다른 구속력도 없어 인수 작업의 향방을 점치기는 이르다. 관건은 인수 금액이다. AB인베브는 OB맥주의 매각 가격으로 20억~25억달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입찰 참여업체들은 10억~15억달러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 가격을 둘러싼 신경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OB맥주 매각과 관련한 기업들은 슬쩍 매각 금액을 흘리며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 취재원에 따라 수조원의 차이를 보인다. <블룸버그>는 지난 2월3일 OB맥주를 20억달러에서 최대 25억달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일 현재 원-달러 환율(1481원)로 계산하면 2조9600억~3조7천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2월6일치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아사히맥주가 한국 롯데와 함께 OB맥주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하면서 인수 금액을 1천억∼1500억엔으로 전망했다. 19일 원-엔 환율(1584원)로 계산하면 1조5800억~2조3700억원이다. <블룸버그> 취재원은 AB인베브, <니혼게이자이>의 취재원은 아사히 쪽인 것으로 보인다.
2조원대 실탄 준비 완료
롯데는 꾸준히 실탄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리아는 잇달아 무보증 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월29일 2천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롯데리아도 2월 안으로 200억원어치의 CP를 발행한다. 두 회사 모두 알짜기업으로 소문나 굳이 빚을 얻을 필요가 없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롯데제과·롯데호텔·호남석유화학 등 롯데 계열사들은 채권 발행으로 1조7천억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했다. 롯데쇼핑의 2천억원을 합치면 2조원 가까운 금액이다. OB맥주 인수 자금으로 시장에서 나도는 금액과 얼추 비슷한 규모다. 롯데는 인수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롯데 쪽은 “사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롯데는 두산주류 인수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두산주류 매각 입찰에 참여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롯데칠성은 이미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비롯해 전통주 ‘천인지오’, 수입 포도주를 갖춰놓고 주류사업을 하고 있다. 1997년에 출시된 스카치블루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8%를 차지하며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임페리얼’과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에 이어 3위권에 올랐다. 롯데칠성 지분의 85%를 가진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맥주도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밀러’ ‘하이네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주류를 인수함에 따라 소주 ‘산’ ‘그린’을 비롯해 약주 ‘국향’ ‘군주’, 포도주 ‘마주앙’ 등도 확보했다. 롯데칠성은 두산주류가 만들던 소주 ‘처음처럼’의 제조원을 롯데로 바꾸고 소주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일단 ‘처음처럼’ 브랜드는 유지된다. 아직 독자적인 제품을 선보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다 ‘참이슬’과 맞서 끌어올린 브랜드 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소주 전쟁은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 을지로 두산타워의 두산주류 인력은 3월 안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3M 빌딩으로 옮긴다. 위스키 브랜드 ‘스카치블루’ 사업부도 같은 건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롯데마트 매장에선 ‘처음처럼’이 전진 배치되고 진열 공간도 늘어났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롯데가 롯데자이언츠 구단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에 설치돼 있는 무학소주 광고판을 철거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에 대해 롯데 쪽은 “자이언츠에 확인해보니 광고판 철거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롯데마트도 그렇다. 아무리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매출을 고려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본격적인 마케팅 경쟁은 3월쯤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쪽은 “팔은 안으로 굽는 게 아니냐. 롯데가 소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유통망을 활용할 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긴장 속 “점유율 격차 크다”
하이트·진로 쪽은 롯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매망 체인이 없는 두산과 달리 동네구멍 가게까지 유통망을 갖고 있는 롯데의 파괴력을 그냥 넘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재상장을 추진 중인 진로는 여러모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재상장을 위해 실적을 높여야 하는데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롯데가 유통망과 자금력으로 초반에는 선전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쪽은 “롯데가 막강한 유통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소주를 사는 것은 결국 소비자다. 소비자는 ‘참이슬’을 더 선호한다. ‘참이슬’은 ‘처음처럼’보다 5배 이상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말했다. 진로 ‘참이슬’의 시장점유율은 51%, 두산의 ‘처음처럼’은 11% 정도 된다. 맥주시장은 하이트가 58%, OB가 카스를 포함해 41%를 차지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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