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난해 전세계 ‘유전자조작농산물’(이하 GMO 농작물) 재배 면적이 1억ha를 돌파했다고 하네요. 한반도 전체 면적의 5배나 되는 넓이입니다. 이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농업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가 펴낸 ‘2006 생명공학 작물 국제현황 보고’에 따른 수치입니다. 미국의 칼젠사가 잘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Flavr Savr)를 개발한 뒤, 미국의 몬샌토가 대두를, 스위스의 노바티스가 옥수수를 170만ha에 재배해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지 10여 년 만에 60배 이상 증가한 셈이지요. 모두 22개 국가에서 1030만 명의 농민들이 GMO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 GMO 농작물은 안전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유전자를 핵 형질전환으로 바꾼 콩.(사진/ REUTERS/ BOGDAN CRISTEL) |
여기에 우리나라 농민은 한 명도 속해 있지 않지만 머지않아 GMO 농작물이 지구촌을 뒤덮을 태세입니다. 2015년 무렵에는 40여 개국에 걸쳐 2억ha에서 GMO 농작물이 재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식량 문제를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합니다. ISAAA의 설립자이자 회장을 맡고 있는 클라이브 제임스 박사는 “세계는 지금 기아와 영양실조로 1시간에 1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빈곤 사망자를 줄이는 최고의 약품이 식량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전통적인 작물 생산 방식에 생명공학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더군요.
핵 형질전환의 부작용
실제로 인구 문제를 생각하면 식량 문제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2000년 기준 60억 명이던 세계 인구는 2050년에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2050년에 대비하려면 현재의 지구촌 농경지 15억ha에서 식량 생산량을 2배 이상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경작할 수 있는 면적은 1998년 0.25ha에서 2050년에 0.15ha로 줄어드는데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량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렵겠지요. 세계 곡물 수확량은 1980년대 해마다 2.1%씩 증가했는데 1990년대 들어서는 1.0% 증가하는 데 그쳤지요. 그래서 개발도상국들은 GMO 농작물 재배 면적을 해마다 크게 넓히고 있답니다.
사실 지구촌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우선 인구 증가율을 적절한 선에서 안정화하는 게 필요하지요. 물론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기아 인구가 최근 10여 년 사이 4천만여 명이나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식량 분배 체제를 개선하는 것도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만으로 기아·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8억5천만여 명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하기는 어렵겠지요. 기술적 방법으로 식량 생산량을 최적화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면적에서 식량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GMO 농작물을 개발했습니다. 주로 형질전환에 적합한 DNA를 재조합해 식물세포에 이식해 재분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외래 유전자를 작물에 이식할 때 핵형질 전환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이런 방법은 이식 유전자의 삽입 위치에 따라 제초제 내성 수준이 불안정하게 나타나고 생태계 파괴 가능성이 제기됐지요. 예컨대 삽입 유전자가 환경에 침투하면 잡초나 해충이 면역력을 가져 ‘슈퍼 잡초’나 ‘슈퍼 해충’으로 바뀌거나, 외래 유전자가 생태계에 파고들면서 돌연변이가 생겨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 GMO 농작물은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시아 최대 GMO 농작물 재배국인 인도의 농민이 면화를 옮기고 있다. |
엽록체에 이식하는 방법을 찾아라
현재 GMO 기술에 따라 21개 작물, 107개 품종이 승인을 받았습니다. 2년 전에 견줘 5개 작물, 35개 품종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미 콩은 재배 면적의 57%에서 유전자 재조합 종자가 쓰이며 옥수수는 25%, 면화는 13%, 유채는 5%씩입니다. 이들 농산물을 식량으로 수입하도록 허가한 나라가 51개국이나 됩니다. GMO 농작물의 시장 규모는 올해 6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네요. 게다가 세계 작물 종자 시장의 21%를 차지하고 있는 GMO 종자가 2010년 무렵에 80%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GMO 농작물과 식품에 대한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GMO 농작물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기존의 핵 형질전환 방법을 대체하려고 합니다. 엽록체 같은 식물의 색소 유전체에 유용 유전자를 이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지요. 이를 이용하면 모계유전으로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유전적 발현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기술적인 방법을 확립하더라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GMO 농작물과 식품이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합니다. 한 유전자가 다른 종에 도입되는 경우 새로운 물질이 생산돼 독성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네요. 게다가 항생제 내성 표시 유전자가 장내 박테리아와 병원균에 퍼지면서 항생제 내성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세포 감염으로 인해 질병 바이러스를 재활성화하거나 운반체가 세포에 들어가 치명적인 암까지 유발할 것이라는 가설도 나왔지요. GMO 농작물이 널리 확산되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GMO 농작물과 식품이 치명적인 유혹임이 틀림없어요. 국내에 수입되는 GMO 콩만 해도 2005년에 100만t이 넘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식용유를 만드는 데 쓰이지요. 물론 식용유에 GMO 표시는 없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최종 제품에 GMO 관련 DNA나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두업계 관계자들은 가공품에 비GMO 콩을 이용하면 해마다 1조8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GMO 표시제를 거부할 이유는 아닌 듯합니다. 정말로 GMO 농작물의 효용성이 있다면 생산과 유통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라도 가공품 표시제를 두려워하지 말아야겠지요.
△ GMO 농작물은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에너지 작물을 연구하는 생명공학 연구자. |
주목받는 ‘에너지 작물’
이런 논란이 지속되면서 시장이 위축될 기미를 보여서인지 GMO 농작물이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답니다. 제초제·병충해 저항성으로 수확량을 증대시키고(제1세대), 유통 기간을 연장하도록 가공 특성을 향상시키더니(제2세대), 의약용 성분을 강화한 기능성 건강식품(제3세대)으로 거듭나려는 것이지요. 예컨대 비타민A 합성을 돕는 베타 카로틴이 강화된 ‘황금쌀’ 개발에 이어, 오메가-3 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병을 예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요즘 국내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전성이라는 먹구름을 제거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바이오 에탄올과 디젤을 생산하는 ‘에너지 작물’을 주목할 만합니다. 예컨대 다년생 식물의 일종인 ‘스위치그래스’ 같은 식물이 다량의 에탄올을 생산하도록 성장이 빠르고 물을 적게 흡수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탄소를 순화하고 격리하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GMO 작물의 태생적 문제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에너지 작물 재배지 인근의 생물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이지요. GMO 농작물이 식량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쉽게 뚫리지 않을 듯합니다. 정말로 생태계와 인간에 이로운 GMO 농작물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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