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유전자조작 식품 “정체를 밝혀라” | ||
2008 03/18 뉴스메이커 766호 | ||
콩·옥수수 가공식품 ‘혼입허용치 3%’이하면 표기 안해 소비자 모르고 먹어
지난 2월 25일 한국전분당협회와 대상, 두산CPK, 삼양제넥스, 신동방CP(CJ 계열) 등 협회 소속사 4곳은 “GMO 옥수수를 수입하는 계약을 하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4개 업체는 국내 전분·전분당 시장의 9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옥수수 하나 수입한다고 뭐 큰일이 생기겠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 생물체)에 대해 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상하지 못한 위험 항상 도사려 유전자조작은 원하는 형질의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떼내어 다른 생명체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 기술을 사용해 벼, 감자, 옥수수, 콩 등 농작물을 재배하면 ‘유전자조작 농작물’이라 하고, 이 농산물을 가공해서 만든 식품을 ‘유전자조작 식품’이라고 한다. 문제는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농작물이 이론과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또 새로운 유전자가 삽입되어 세포 자체가 엉뚱한 유전자로 나올 수 있다. 즉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항상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GMO 개발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식량문제 해결 ▲식품 영양 개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GMO 식품에 대한 위험성 역시 ‘설왕설래’ 수준이고, 과학적으로 ‘위험하다’ ‘안전하다’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다국적기업 입장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농작물을 대량으로 키워내는 매력적인 일이다.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뿌려도 작물은 죽지 않고 잡초만 죽는다면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 GMO 농작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유전자조작식품반대생명운동연대의 자료에 따르면 1994년 미국 칼진이라는 회사가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미국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얻어 시판한 것이 최초다. 그 후 몬산토 기업이 1996년부터 유전자조작 콩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GMO 농작물의 천국으로 콩, 옥수수 등이 시판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옥수수 수입업체는 중국, 브라질, 미국 등에서 Non-GMO를 수입했다. 하지만 중국이 옥수수의 국외 반출을 점검하기 시작했고,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서 대체연료 바이오에탄올의 생산이 늘면서 옥수수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옥수수의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급등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올해 가뭄 때문에 옥수수 작황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진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수입을 발표한 대상 측은 “국내외 곡물 수급 환경이 열악하고, Non-GMO 옥수수를 쓰면 식품회사는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 소비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GMO 옥수수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GMO 옥수수 수입을 반대하는 단체도 수입업체의 어려움을 인정한다. 녹색시민권리센터 조윤미 본부장은 “미국이 바이오에너지인 에탄올을 옥수수로 만드는데, 작황이 떨어져서 옥수수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 “GMO 옥수수와 Non-GMO 옥수수 가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GMO 옥수수를 수입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 중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면 해결할 수 있는데, GMO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이번에 수입하는 GMO 옥수수는 쪄서 먹는 옥수수가 아니다. 쪄서 먹는 옥수수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양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하는 GMO 옥수수는 다양한 식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옥수수는 물엿과 전분, 포도당, 과당, 옥분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이 재료는 우리가 흔히 먹는 당면, 라면 통조림, 콜라, 사이다, 사탕, 비스킷 등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심지어 옥수수는 파스, 의약품, 백상지, 기름, 카스테라, 연탄을 만드는 데도 사용한다. GMO 콩과 GMO 옥수수는 예전부터 수입했다. 하지만 수입한 농작물이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 3%’ 이하를 충족하면 GMO 농작물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옥수수 1t을 수입할 때, GMO 옥수수가 30㎏ 이하로 섞여 있다면 별 문제가 없는 것. 또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규제받지 않았다. 수입 농작물을 전량 조사한다는 것은 시간과 인력 면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샘플 조사를 하는데, 환경단체의 전문가는 “3% 이하면 된다는 제도의 비현실성 때문에 수많은 GMO 옥수수나 콩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식용유도 100% 가까이 GMO 콩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된장이나 두부의 원료가 되는 콩도 GMO 콩의 비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소비자 알권리·선택권 보장해야”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권영근 소장은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인 3%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유럽은 1%, 일본은 5%니까 그 중간점을 맞춘다고 나온 것이 3%였다”고 비판한다. 또 “미국이 유럽에 GMO 농작물을 수출할 때는 GMO와 Non-GMO 농작물을 서로 구분하지만, 우리나라는 섞여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 신소재식품팀 박선희 팀장은 “GMO뿐 아니라 식품이든 의약품이든 무작위검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면서 “수입업체가 3% 혼입 비율을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분리유통증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한다. 또 “안전이 입증된 것만 국내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조윤미 본부장은 “유통과정에서 분리유통을 한다고 증명하지만 섞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GMO 농산물을 쓴 식품에는 GMO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으로 아직 불안정한 GMO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것. 권영근 소장은 “유럽의 경우에는 모든 성분을 표시한다”면서 “그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이자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조윤미 본부장 역시 “미국에서 알레르기가 증가하고 있는데, GMO의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면서 “GMO 옥수수나 GMO 콩을 어쩔 수 없이 수입한다면 표시제라도 강화해야 소비자들이 모르면서 먹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비의도적 혼입 허용치 3%’ 때문에 대부분 GMO 옥수수나 GMO 콩이 가공된 식품에 표시되지 않았다. 또 가공 단계에서 GMO가 추출되는 단백질이 없다면 GMO 식품이라는 것을 표시하지 않아도 됐다. 따라서 소비자가 먹는 식품에 GMO 농작물을 사용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GMO 식품의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입장은 GMO 식품에 반감이 많은 소비자에게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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