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기술혁신 혹은 중국시장 개척 | |
‘Going Concern(계속 기업)’
일반 기업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정의다. 기업 경영이란 조직이 끊임없이 재투자해 계속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움직임이 멈추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게 기업 생태계 속성. 어떤 산업군이든 생성-성장-성숙-소멸의 단계를 거친다. 이 산업의 일생 중 성숙 산업군에 속한 일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가만히 있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성숙 산업이란 일반적으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업종군을 의미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제조업 51개 산업군 중 20개 산업군이 연평균 명목 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을 보인다. 신광철 롯데경제연구소 경영전략팀장은 구체적으로 “섬유 및 화학제품, 할인점, 식음료, 가구 부문이 가장 두드러진 성숙 산업”이라고 평했다. 유호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장이 정체된 성숙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업종 전환을 제외하곤 크게 두 가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섬유·화섬업체들, 전자관련 소재회사로 변신 ■ 첫 번째는 기술력을 특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 그는 “섬유 산업 등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으로 극세사 기술을 개발 및 활용해 의료 산업이나 정보통신업에 활용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54년 직물 업체로 출발한 제일모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제일모직은 기존 직물 사업이 성숙기에 들어섰음을 감지하고 89년 화학수지공장을 준공해 화학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난연성 소재인 스타렉스로 GE에 도전했고,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화학 사업이 또다시 성숙 단계에 올랐다고 판단해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재료 사업을 90년대 중반 새로 전개했다. 이태훈 제일모직 과장은 “지난 94년 반도체회로보호재(EMC)를 출시하면서 전자재료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초엔 경기도 의왕사업장에 통합 R&D(연구개발)센터를 완공해 사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2007년 3분기 매출액 7919억원, 영업이익 691억원, 순이익 4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7.1% 증가한 수치.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합성수지를 만드는 케미컬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115억원, 292억원으로 전체 실적 가운데 절반에 가깝다. ■ 식음료 업체, 가까운 대국 중국에 군침 ■ 성숙 산업에서 벗어나는 또 다른 방법은 해외시장 공략이다. 신광철 팀장은 “기술력 향상이나 개량이 쉽지 않은 식음료, 패스트푸드, 가구 등의 업종에서 두드러진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내수시장 정체를 아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산업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히 세계 최고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핵심이다. 식품류 중 특히 조제분유는 출산율 감소, 모유수유율 증가, 수유기간 단축 등으로 인해 2002년 2만1000톤이었던 분유 소비량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 1만3000톤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업계 선두로 꼽히는 남양유업 경우 ‘17차’ 등 음료 사업 진행과 더불어 분유 사업 내에선 2002년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시키며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진출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다. 최재호 남양유업 과장은 “10년 내 회사 전체매출 30%를 해외시장에서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3억인구 중국시장의 매년 출생인구는 2000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임을 감안해 2005년 9월 산둥성 칭다오시에 ‘칭다오CNC국제무역공사(QINGDAO China Namyang Co., Ltd)’를 설립한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상하이, 베이징, 칭다오 등 주요 대도시별로 제품 출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남양의 분유·샤니의 양산 빵 중국진출 ■ 분유 산업 못지않게 국내에서 불황을 겪고 있는 곳이 바로 양산빵업계. 양산 빵이란 베이커리 빵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슈퍼마켓 봉지 빵을 의미한다. 현재 전체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양산빵시장에선 삼립, 기린 등 여러 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샤니가 시장점유율 48%로 업계 1위를 차지한다. 샤니는 요즘 치열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샤니는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일일 10만봉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완공하고 상하이 이마트 3개점(뤼홍, 무딴장, 취양디엔), 편의점인 ‘랑요진빤’ 60개점을 비롯해 유통 전문업체인 ‘리엔화’ 20개점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식빵 매출이 중국 베이커리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장 상황에서 샤니의 ‘바로그대로토스트’가 상하이 이마트 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샤니는 내년도 중국 현지에서만 100억원 매출을 일굴 계획이다. 비단 유아식, 양산 빵 등 식품 제조업뿐 아니라 식음료 서비스업도 내수 정체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는 현재 성숙을 넘어 사양산업으로까지 불린다. 업계 자료에 의하면 패스트푸드시장은 2002년 1조2401억원을 정점으로 꾸준히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런 탓에 롯데리아는 그동안 베트남 등 꾸준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 왔다. 롯데리아는 한창 패스트푸드업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 내년 5월, 첫 중국 현지 지점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역시 13억인구가 갖는 구매력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식품과 비슷한 사례로 사무가구도 들 수 있다. 한국의 사무가구시장은 수년째 1조원 규모로 답보 상태다. 산업 경기가 최근 조금씩 살아난다고 하지만 이젠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면서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란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유 선임연구원은 “내수 시장은 어렵지만 퍼시스 등 일부 선두 업체는 특별한 해외진출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퍼시스는 현재 수출의 80% 이상을 중남미, 중동에서 거두고 있지만 올해 영역을 확대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의자 기업 시디즈를 자회사로 설립했다. 퍼시스 측은 “다른 가구 품목이 수출 품목으로는 물류비의 부담이 큰 반면, 의자는 단품의 형태로 수출이 가능해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 육성의 중심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수출 대 내수 비중을 70 대 30으로 가져갈 예정이란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는 전략은 얼마나 통할까. 유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환경 변화를 수반하므로 글로벌(Global) 전략과 현지화(Localization)를 병행하는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해외성공사례 】 ◆ 유니레버, 인도 저소득층 공략해 성공 = 해외 선진기업들은 과거 성숙 산업 구도를 어떻게 돌파했을까. 신광철 롯데경제연구소 경영전략팀장은 “현재 우리 성숙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주로 신흥시장 공략을 통해 활로를 찾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펩시콜라, 네슬러 등 세계적인 식품 기업들 모두 여기에 속하며 유니레버와 같은 일부 생활용품 기업도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호현 선임연구원은 “가장 재미있는 진출 사례는 유니레버”라고 말했다. 힌두스탄레버란 이름으로 인도 시장에서 저소득층을 공략한 전략이다. 인도 저소득층은 구매욕구가 있더라도 충분한 구매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구매 가능한 저가의 제품이 존재한다면 이를 자주 구입할 의사는 갖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 소형화, 간소화 전략을 구사했다. 대용량 포장제품을 탈피하고 4센트짜리 1회용 샴푸비누세트를 출시하는 등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다른 기업에도 파장을 일으켜 코카콜라 또한 힌두스탄레버의 전략을 벤치마킹해 저용량 콜라를 내놓음으로써 매출이 급신장한 바 있다. [이윤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30호(07.11.1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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