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의 유통업체 브랜드 대응전략
최근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유통업체 브랜드의 성장과 제조업체의 대응전략을 살펴보았다.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주부 K씨. 평소와 같이 신선식품 코너에서 우유를 고른다. 평소 즐겨 마시던 S 브랜드를 집으려는 찰나, 옆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 다른 브랜드에 눈이 간다. 포장에 특별한 브랜드명 없이 ‘우유’라는 글자만 덩그라니 적혀 있고, 아래 할인점 이름이 적혀 있다. 가격은 S 브랜드 보다 25%나 저렴. 살짝 혹한다. 게다가 뒷면에 적힌 제조원을 확인해 보니 우유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업체. K씨는 망설일 필요 없이 ‘우유’를 선택한다.
K씨가 고른 우유는 유통업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이다. 유통업체 브랜드란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하청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직접 생산하여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하는 제품으로, 제조업체 브랜드(NB, National Brand)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최근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수익성 향상과 차별적인 마케팅을 위해 자체 브랜드 상품의 판매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체 브랜드의 급속한 판매 확장으로 제조업체 브랜드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유통업체 브랜드의 성장을 살펴보고, 제조업체의 대응전략을 해외 사례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다.
유통업체 브랜드의 빠른 성장세
국내에서 유통업체 브랜드는 ’97년 이마트가 할인점 최초로 ‘이플러스 우유’를 선보인 이후 현재 대형 할인점 매출의 10~15% 가량(’06년 기준, 이마트 9.7%, 홈플러스 16.5%, 롯데마트 10.4%)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들이 향후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유통업체 브랜드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 브랜드 열풍은 대형 할인점 뿐만 아니라 편의점, 홈쇼핑 등 타 유통형태로 확산되고 있고, 상품 카테고리 또한 초반에는 범용화 정도가 큰 식품, 생필품 부문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의류, 가전제품 등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통업체 브랜드의 성장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국내에 유통업체 브랜드가 등장하기 전에 이미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Sam’s Choice(월마트), Safeway Select(세이프웨이), Nature’s Classics(K마트) 등 유통업체 브랜드가 시작되었고, 현재 유통업체 브랜드는 소매시장 매출의 15%~4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경우 매출의 40%가 자체 브랜드 상품에서 발생하고 있고, 독일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만을 취급하는 알디(Aldi)와 같은 소매점도 존재한다.
대형 유통점의 새로운 수익원 및 차별화 수단
국내에서 최근 급속하게 유통업체 브랜드가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형 유통점의 포화와 경쟁 강화가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 성장을 촉진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유통산업연구소에 의하면 국내 대형 할인점은 ’06년 기준 340여개로 국내 시장의 잠재 수요를 감안하면 거의 성숙기에 달했다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신규 점포 출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연평균 신장율이 ’98년~’02년 37%에서 ’03년~’06년 9.2%로 떨어졌으며, 대형 3사의 기존 점포 신장율도 1% 미만으로 전형적인 성숙 시장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형 할인점들은 새로운 수익원과 타 할인점과 차별화된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 두 목적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으로 자체 브랜드 개발에 주목한 것이다. 유통업체 브랜드는 제조업체 브랜드에 비해 광고 등 마케팅 비용과 복잡한 유통비를 줄임으로써 절감된 비용의 일부를 가격 할인으로, 일부는 유통점의 추가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통업체 브랜드의 수익률은 제조업체 브랜드 대비 약 10% 가량 높다.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브랜드는 해당 유통점에서만 독점으로 판매하는 제품으로 고객들이 유통업체 브랜드의 매력적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게 만든다면, 고객의 점포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PB 성장으로 고민하는 제조업체
그렇다면 기존에 할인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던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 브랜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유통업체 브랜드의 등장 초기 유통업체 브랜드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제조업체 브랜드 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점은 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구매를 꺼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인지도 있는 중견 기업과의 공급 계약, 자체 품질 관리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고,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라는 점을 점포내 광고 등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게다가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제조업체 브랜드와 나란히 전시하면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골든존(golden zone, 제품 소비층에 맞는 눈높이의 판매대 공간)을 자체 브랜드 위주로 구성하는 등 유통업체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고려 상표군(Consideration Set)으로 빠르게 진입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표 1>과 같이 시장의 대표 브랜드의 매출마저 유통업체 브랜드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이 골든존을 자체 브랜드로 채우고 있고, 제조업체 브랜드 제품과 유사한 포장, 유사한 위치 진열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제조업체 브랜드를 찾기 힘든 판매대에 진열함으로써 유통업체 브랜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등의 이의 제기를 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주는 유통업체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유통업체의 주장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유통업체들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제품 구색의 다양성, 원하는 제품을 손쉽게 구매 등)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제조업체의 유통업체 브랜드 대응 전략
이러한 유통 갈등 상황에서 제조업체 브랜드가 유통업체 브랜드에 대응해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 사례를 종합해 보면 제조업체의 대응전략은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자사 브랜드와 유통업체 브랜드를 모두 공급하는 이중 전략, 유통업체 브랜드만 공급하는 유통업체 브랜드 전문 생산 전략, 자사 브랜드와 유통업체 브랜드의 중간 형태인 PNB(Private National Brand)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 마지막으로 자사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는 전략 등이다. 어떤 전략이 적합한지는 해당 제조업체의 여건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런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 전략의 이점과 위험을 이미 유통업체 브랜드가 일찍부터 존재한 해외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1.이중 전략(Dual Strategy)
이중 전략은 <표 2>와 같이 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으로, 기존의 자사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잉여 생산 시설을 활용해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는 추가적인 수익, 카테고리 점유율 증대, 유통업체와의 원활한 관계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고, 유통 업체는 기존 해당 시장에서 좋은 품질을 가졌다고 알려진 제조업체를 안정된 공급원으로 확보해서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중 전략은 전략 선택 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영국의 스낵 제조회사인 유나이티드 비스켓(United Biscuit) 사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유나이티드 비스켓의 이중 전략
1980년 후반, 영국 스낵시장 1위 제조사인 유나이티드 비스켓은 잉여 생산시설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소매 유통점에 유통업체 브랜드를 생산 공급했다. 유통업체 브랜드 생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자 유나이티드 비스켓은 자사 브랜드 파워 증대를 위해 투입해야 할 마케팅과 제품 혁신을 위한 투자에 소홀하게 되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추가적인 가치를 전달해 주지 못하는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대신, 제조업체 브랜드와 비슷한 품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한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이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유통업체 브랜드를 선택하였다. 이로 인해 ’88년에서 ’94년까지 유나이티드 비스켓 사의 자사 브랜드 매출과 영업 이익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결국 ’95년 대형 적자를 기록했다.
자사 브랜드와 유통업체 브랜드를 동시에 유지하는 이중 전략은 많은 함정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유나이티드 비스켓 사례에서와 같이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이 자사 브랜드 상품의 매출을 깎아먹는 자기잠식현상(Cannibalization)이다. 제조사는 유통업체 브랜드가 자사 브랜드와 별도로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소비자들이 판단하기에는 유통업체 브랜드는 제조업체 브랜드의 대체재였던 것이다. 소비자 인식이 이와 같이 형성된 원인은 유통업체 브랜드와 차별화 되는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 브랜드에 추가적인 가치를 담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질적 기능 가치를 소비자 니즈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 및 혁신을 통해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브랜드가 전달하는 감성적 가치를 제품 패키지, 광고 등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창조하고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 브랜드와 제조업체 브랜드를 소비자의 인식 속에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비슷한 위치가 아닌 별도의 영역으로 자리잡게 한다면 유통업체 브랜드 공급에 의한 자기잠식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유통업체 브랜드 전문 생산 전략
제조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유통업체 브랜드만을 생산하는 전략은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중하위권 브랜드 제조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이다. 한국과 같이 인건비 등의 비용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 전략을 취하기 힘드나, 인도나 중국 등 저비용으로 생산 가능한 국가에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고려해 볼 만한 전략 대안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생활 용품 유통업체 브랜드 제조사 맥브라이드(McBride) 사를 통해 유통업체 브랜드 전문 생산 전략을 가진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맥브라이드 사의 PB 전문 생산 전략
맥브라이드 사는 유럽에서 가장 큰 생활 용품 유통업체 브랜드 제조사이다. OEM 업체로서 맥브라이드 사의 핵심 역량은 브랜드 제조업체의 신제품/신기술의 빠른 파악 및 복제 능력, 유연한 생산 설비이다. 맥브라이드 사는 박람회, 문헌조사, 시장 트랜드 조사 등을 통해 브랜드 제조업체가 진행 중인 신제품 기술 정보를 빠르게 파악한 후, 해당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내놓는 시점에 맞춰 복제된 유통업체 브랜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한 예로 피앤지(P&G)가 아리엘(Ariel)이라는 혁신적인 세제를 내놓기 전에 맥브라이드 사가 영국 유통점인 코업(Co-op)에 모방 제품을 공급했다. 또한 유통업체가 요청하는 다양한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유연한 생산 라인을 갖추었다. 제품 사양에 따라 자동적으로 기계 모드가 전환되어 별도의 시간, 투자를 들이지 않고 쉽게 다양한 제품을 유통업체가 요청하는 납기에 맞춰 생산할 수 있었다. 이런 역량을 바탕으로 맥브라이드 사의 매출은 2000~2001년 871백만 달러에서 2004~2005년 967백만 달러로 상승했고, 영업 이익 또한 43백만 달러에서 63백만 달러로 성장했다.
맥브라이드 사와 같이 유통업체 브랜드만을 전문으로 생산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사 대비 생산 비용이 낮아야 하고, 유통업체의 주문에 맞춰 빠르게 생산 라인을 변경할 수 있는 유연성이 기본적으로 갖춰줘야 한다. 또한 시장의 트랜드 및 제조업체 브랜드 상품의 신제품/신기술에 대한 빠른 정보 획득 및 구현 역량도 유통업체 브랜드 전문 생산 전략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역량이다. 하지만 이 전략의 한계는 유통업체 브랜드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 브랜드 대비 이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맥브라이드 사의 영업 이익률은 6.5%임에 반해 피앤지, 유니레버 등의 영업 이익률은 15~20%로 높다. 유통업체의 지속적인 가격 인하 요구에 대해 이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량 수요처 발굴 및 혁신적인 비용 절감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유통업체 브랜드 상품 전문 생산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체 브랜드 브랜드의 혁신적인 제품 및 기술을 모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체 브랜드의 신기술/신제품에 대한 보안 강화, 모방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이 강화되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3.PNB(Prviate National Brand) 공급 전략
유통업체가 타 점포와 차별화된 제품 구색을 갖추고자 하는 니즈가 강하다면, PNB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PNB(Private National Brand)는 제조업체 브랜드와 유통업체 브랜드의 중간 형태로 제조업체가 해당 유통 채널의 특성과 소비자의 구매 성향에 맞게 생산하고, 이를 특정 유통업체에만 독점 판매하는 방식이다. 즉,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이 제조업체에게 있다는 면에서는 제조업체 브랜드(National Brand)와 유사한 반면,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유통업체 브랜드(Private Brand)와 공통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에스티 로더(Estee Lauder)의 사례를 보자.
에스티 로더의 PNB 공급 전략
코올스(Kohl’s)는 미국 전역에 1000개 가까운 점포를 가진 대형 중가 백화점으로, 타 점포와의 차별성을 위해 코올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브랜드를 원했다. 코올스의 이런 니즈는 명품 브랜드(Prestige Brand)에서 대중 시장(Mass Market)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찾고 있던 에스티 로더의 니즈와 맞아 떨어졌다. 두 브랜드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에스티 로더의 대중 시장 타겟 브랜드들을 코올스의 전용 브랜드로 독점 공급했다. 여성 피부과 의사를 활용해 피부 컨설팅을 해 주는 전문 스킨케어 화장품 ‘Good Skin’, 애슐리 쥬드(Ashley Judd)가 모델로 활동 중인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American Beauty’, 메이크업 전용 브랜드 ‘FLIRT’ 등이 코올스 전용 브랜드이다.
유통업체는 범용화되어 있는 제품으로 채워져 있는 다른 유통점과 경쟁하기 위해 자신의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제품 구색을 갖추길 바란다.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고객을 점포로 유혹할 수 있는 차별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이 점포를 빛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PNB 제품은 유통업체의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유통업체 브랜드와 달리 제품 기획 및 브랜드 관리를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에스티 로더와 같이 전략적인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PNB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기존의 브랜드 및 제품 라인에 수량만 늘려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크기, 모양, 성분, 패키지, 브랜드 등 기존 제품과 다른 속성을 가진 제품을 추가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운영하기 위한 추가적인 브랜드 관리비, 생산 라인 투자비 등 비용을 꼼꼼히 계산해야 한다.
4.자사 브랜드 강화 전략
기존의 제조업체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은 업계 선두 브랜드들이 주로 취하는 전략으로 실제로 코카콜라, 하이네켄, 켈로그, 피앤지, 질레트가 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범용 제품 성격이 강한 유통업체 브랜드 대비 자사 브랜드를 차별화, 고급화시키기 위해 마케팅 및 제품 혁신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하인즈 케첩(Heinz Ketchup)의 자사 브랜드 강화 전략
초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하인즈 케첩은 이후 브랜드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 약화되자 유통업체 브랜드에 매출을 내주었다. 이에 하인즈는 자사 브랜드의 재기를 위해 제품 혁신과 이를 알리는 광고 캠페인을 동시에 진행했다. 우선, 기존 케첩의 불만 사항이었던 ‘한참을 기다려야 케첩이 나온다’ ‘내용물이 뚜껑에 묻어 지저분해 진다’라는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거꾸로 세우는 인체 공학적인 모양의 패키지, 잔여물 없이 깔끔하게 개폐가 가능한 뚜껑을 고안 했고, 제품의 맛 또한 매력적으로 바꾸었다. 이와 더불어 제품의 리뉴얼과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광고 캠페인을 실시한 결과 매출이 6%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방법이지만, 많은 제조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유통업체 브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식품, 생활용품 등의 제품군의 경우 한 회사가 다양한 세그먼트(Segment)를 타겟으로 하는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멀티 브랜드(Multi-brand) 체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유통업체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브랜드 파워를 증대시키려 해도, 한정된 자원을 여러 브랜드를 위한 R&D 및 마케팅에 분산시키다 보니 그 효과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이에 피앤지를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기 위해 유통업체 브랜드 대비 자사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영역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통업체 브랜드가 범접할 수 없는 자사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피앤지(P&G)의 브랜드 구조조정
피앤지는 앨런 래플리(A. G. Lafley) CEO 시절 브랜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유통업체 브랜드와 차별화가 힘든 식료품 브랜드들은 타사에 매각 하는 등 과감히 비중을 줄이고, 이익률이 높고 진입장벽이 높아 유통업체 브랜드를 견제할 수 있는 건강, 미용 제품은 클레롤(Clairol), 질레트(Gillette) 등 동종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비중을 확대했다. 이런 브랜드 구조 조정을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반을 건강과 미용 부분으로 구성하게 됐다. 피앤지는 브랜드 감사(Brand Audit)를 통해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 핵심 브랜드를 선정해 혁신을 위한 R&D 투자, 마케팅 비용 등을 집중하고 있다.
고객가치 증대할 수 있는 전략 취사 선택해야
이제까지 유통업체 브랜드의 위협에 대응하는 제조업체의 전략들을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 중 어떤 전략이 최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각 기업 마다 제조업체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 유통 구조, 비용 구조, 제품 기술력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 기업의 현실 속에서 각 전략으로 인한 이득과 손실을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자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이다. 자사의 비용 구조가 타사 대비 경쟁력이 있어 타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유통업체 브랜드 생산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반면, 자사가 기술 혁신, 브랜드 관리에 핵심 역량이 있어 고객에게 새로운 기능적, 감성적 가치를 창조해 전달해 줄 수 있다면 자사 브랜드 강화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자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자사가 핵심 역량을 토대로 고객들에게 타사보다 더 높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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