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K뷰티 시대는 지금부터…미국 공략 나선 올리브영
27년 운영 노하우·현지화 운영
내년 상반기까지 5개 매장 확보

미국 상륙
[로스엔젤레스=김아름 기자] 명품 브랜드가 늘어선 패서디나의 콜로라도 대로. 로스엔젤레스(LA) 동북부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고소득 상권이다. 지난 5월, 이곳에 한 K브랜드가 간판을 새로 올렸다. 문을 열기 전부터 수십명의 고객들이 줄을 섰다. 북미 대륙에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의 진짜 주인공. 바로 CJ올리브영이다.
최근 몇 년간 K뷰티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K뷰티의 미국 수출액은 22억달러를 돌파했다. 당연히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에서 줄곧 수입 화장품 1위를 지키던 프랑스를 밀어내고 K뷰티가 수입 화장품 1위로 올라섰다.

미국 시장은 '스타 브랜드'도 다수 만들어 냈다. 연 수천억원대 매출을 내는 대표 K뷰티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에이피알은 전체 매출의 49%를 북미에서 거둬들였다. 올해 켄달 제너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된 아누아 역시 북미에서 절반 가까운 매출을 낸다.
이 K뷰티 열풍의 뒤엔 '올리브영'이 있었다. 올리브영은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외국인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올리브영에서 K뷰티 제품을 구매하고, 돌아가서도 K뷰티 브랜드를 찾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올리브영 어워즈'는 K뷰티 브랜드들의 성공 보증수표가 됐다. 다음 차례는 당연히 올리브영의 직진출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을 찾아 K뷰티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 봤다.
같지만 다르게
올리브영은 지난 5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을 오픈했다. 개장 초엔 오픈런이 이어질 만큼 큰 관심을 받았고 지금도 일 평균 1000~1500명이 방문하는 K뷰티 핫스팟으로 자리잡았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은 단순히 K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다. PDRN, 시카, 레티놀 등 핵심 성분과 효능을 설명하고 주요 브랜드와 K스킨케어 루틴을 소개하는 K뷰티 앰배서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은 800㎡, 240평의 대형 매장이다. 400여개 브랜드, 5000여종의 상품을 운영 중이다. 미국 뷰티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카테고리 중심의 큐레이션을 적용했다. 또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의 전 과정에 체험과 경험 요소를 배치해 K뷰티를 낯설게 여기는 현지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양 옆에 자리잡은 4평 규모의 대형 팝업이 눈에 띈다. K뷰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지금은 아누아와 라운드랩의 차지다. 2개월마다 브랜드를 교체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개별 브랜드를 보다 깊게 알릴 예정이다.

스킨케어의 왕국답게 전체 매장의 25% 이상은 스킨케어에 할애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도 여기다. 클렌징의 경우 한국식 이중세안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고객들을 위해 클렌징 오일과 워터, 밤 등으로 구성된 'STEP1', 클렌징폼 등으로 구성된 'STEP2'를 구별해 놨다.
제품만 나눠 놓은 건 아니다. 미국에서 올리브영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한국을 찾는 고객만큼 K뷰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은 큐레이션 강화에 집중했다. 브랜드와 상품 뿐만 아니라 PDRN이나 시카, 콜라겐 같은 주요 성분들의 효능을 설명하고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이나 성분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찬가지로 토너 패드처럼 현지에서 생소한 제품군의 경우 브랜드 매대에만 진열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체험 공간에 배치,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사용법과 형태를 익힐 수 있게 했다. 실제로 패서디나점에서는 고객들이 토너 패드를 얼굴에 붙인 채 다른 제품들을 쇼핑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체험형 뷰티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미국 맞춤형 서비스'는 체험 공간이다. 스킨케어 구역에는 최근 미국 내에서 신규 뷰티 트렌드로 떠오르는 뷰티 디바이스를 자유롭게 이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디바이스 옆에는 아이패드가 있어 자신의 스킨케어 루틴에 맞춘 디바이스 사용법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중앙에는 패서디나점의 시그니처 서비스인 '스킨스캔' 존이 있다. 스킨스캔은 고객의 피부 사진을 촬영해 모공의 크기와 주름의 깊이 등을 분석하고 결과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피부 유형과 종합점수, 열감, 자극도, 트러블, 모공 상태 등의 세부 내용과 관리가 필요한 성분 등을 측정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준다.
강명지 CJ올리브영 미국법인 MD팀장은 "하루 평균 15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는데 이 중 150여명이 스킨스캔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결과를 받은 뒤 매장을 자유롭게 둘러보며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보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킨스캔을 통해 자신의 피부 측정을 마치면 '더 뷰티 랩'에서 1대 1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내 피부에는 어떤 클렌징 제품이 맞는지, 세럼은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지, 마스크팩은 언제,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등을 안내해 주는 초개인화 서비스다. 또한 한국보다 모발 유형과 질감이 다양한 미국의 특성에 맞춰 스킨스캔의 연장선상에서 '스캘프 스캔' 서비스도 제안하고 눈동자 색을 바꾸는 '컬러렌즈' 역시 메이크업 루틴으로 여기는 고객들을 위해 메이크업 구역에서 판매한다.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은 기존에 K뷰티를 잘 알지 못하던 현지 고객들에게 K뷰티와 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을 알리는 표지판 역할도 한다. 한국의 올리브영은 K뷰티 고관여 고객들이 방문하지만 패서디나점의 경우 주변의 쇼핑 시설을 방문했다가 자연스럽게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도 많다는 게 CJ올리브영 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 방문한 아디냐(19세)는 "학교가 근처여서 지나가다가 문을 연다는 걸 알게 됐다"며 "올리브영이 한국의 뷰티 스토어라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최근 LA에서 올리브영의 핑크색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며 "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을 브랜딩하는 동시에 입점 브랜드를 고객들이 재미있고 쉽고 편리하게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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