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다이소도 아닌데…쇼핑백 든 외국인 가득한 '핫플' 정체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신생 브랜드, 외국인 반응 즉석 확인
아기상어·헬리녹스·서울굿즈까지
K콘텐츠 한데 모여 관광객 발길 붙잡아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DDP로 이어지는 길목부터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가 잇달아 들렸다. 화장품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들은 DDP 안팎을 오가며 전시장을 둘러봤다.
최근 DDP가 신생 K뷰티 브랜드의 ‘데뷔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명동과 성수가 이미 이름이 알려진 화장품을 사는 쇼핑 명소라면, DDP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은 중소 브랜드들이 외국인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을 처음 알리고 반응을 시험한다.
대표적인 공간이 DDP 지하 2층의 뷰티 복합문화공간 ‘비더비(B the B)’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이곳에는 글로벌 인기 제품뿐 아니라 서울 소재 중소·인디 화장품 브랜드가 함께 진열돼 있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직접 발라보고 인공지능(AI) 피부·두피 분석이나 퍼스널컬러 진단, 증강현실(AR) 헤어스타일 체험까지 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현재는 여름철 피부 진정·쿨링 등을 주제로 한 뷰티 기획전도 진행하고 있다.

신생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곳이 일종의 실전 테스트베드다. 비더비에는 연간 약 60만 명, 하루 평균 2000명이 찾는다. 2022년 문을 연 뒤 올 3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약 2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방문객도 35만 명을 넘어섰다. SBA는 입점 업체에 방문객의 제품 평가와 선호도 등을 수집해 시장조사 결과로 제공하고 해외 팝업·상설매장 진출도 지원한다. 제품을 출시해 광고비를 쏟기 전에 세계 각국 소비자의 반응부터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효과가 가능한 것은 DDP를 찾게 만드는 콘텐츠가 뷰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도 관광객들은 화장품만 보고 돌아가지 않았다. 아기상어 전시를 관람하고 DDP디자인스토어에서 ‘SEOUL MY SOUL’이나 해치가 들어간 상품을 살펴본 뒤 다시 뷰티 공간으로 이동했다. 서울 굿즈 가운데 외국인에게는 엽서·서울 역사 기념품과 서울마이소울·해치 상품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패션과 음악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최근까지 DDP에는 헬리녹스 체어 500여 개와 휴식 공간 등이 마련돼 K패션·K팝 콘텐츠를 즐기려는 방문객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관광객이 ‘화장품 매장 하나’를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뷰티·패션·캐릭터·디자인을 한 공간에서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DDP의 뷰티 허브 역할은 이달 더 커진다. 서울시는 오는 22~25일 DDP 아트홀과 어울림광장에서 ‘2026 서울뷰티위크’를 연다. 25일에는 창업 7년 이내 뷰티·뷰티테크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유통업체 등을 상대로 사업을 알리는 피칭대회도 열린다. 지난해 서울뷰티위크에는 뷰티기업 296곳과 국내외 바이어 250곳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DDP가 기존 ‘전시 공간’에서 K뷰티 브랜드를 발굴해 해외 소비자에게 처음 보여주는 쇼케이스로 기능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지에서 이름 없는 화장품을 직접 써보게 하고 그 반응을 데이터로 쌓은 뒤 해외 진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K뷰티의 세계 시장 진출이 빨라지면서 DDP가 화장품업계의 새로운 ‘신인 등용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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