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팔아서 270억 '전국 1위' 찍었다…돈 쓸어담은 의외의 지역 [권용훈의 트렌드 워치]
전통주 출고량 3% 줄었지만 금액 6% 증가
막걸리 고급화·지역특산주 프리미엄 영향
GS25 전통주 매출 2.4배…양조장 전국구
저도주·칵테일·양조장 관광으로 접점 확대

막걸리는 경기도, 과실주는 전북, 증류식 소주는 경북, 약주는 충남. 지난해 지역특산주 출고 실적을 뜯어보니 술마다 ‘본진’이 뚜렷하게 갈렸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술이 늘어난 데다 온라인과 편의점 등 유통망을 타고 지역 양조장의 판로가 전국으로 넓어진 결과다. 전체 전통주 출고량은 줄었지만 출고금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전통주 시장의 무게중심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얼마나 프리미엄을 받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 전통주 출고액 268억 … 전국 1위
16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의 ‘2025년 지역특산주 주류별·지역별 출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기도의 지역특산주 출고액은 268억15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컸다. 출고량도 4504㎘로 1위였다. 이 가운데 탁주 출고액이 198억6300만원으로 74.1%를 차지했다. 경기 지역특산주 시장의 4분의 3이 막걸리인 셈이다.
경기도를 턱밑까지 추격한 곳은 전북이다. 전북의 출고액은 257억2200만원으로 경기와 불과 10억9300만원 차이였다. 하지만 출고량은 2719㎘로 경기보다 39.6% 적었다. 전북이 훨씬 적은 술을 출고하고도 비슷한 금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차이를 만든 것은 과실주다. 전북의 과실주 출고액은 157억3000만원으로 지역 전체 출고액의 61.2%를 차지했다. 해당 통계에 잡힌 전국 과실주 출고액 236억2800만원 가운데 66.6%가 전북에서 나왔다. 출고액을 출고량으로 단순 환산하면 전북 지역특산주의 L당 출고금액은 약 9460원으로 경기(약 5950원)보다 59% 높다. 개별 제품 판매가격과 동일한 수치는 아니지만 지역별 주종 구성에 따라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경북과 강원에선 ‘독한 술’이 강했다. 경북의 증류식 소주 출고액은 36억7600만원, 일반증류주는 30억9100만원이었다. 두 주종을 합치면 67억6700만원으로 경북 전체 지역특산주 출고액의 47.5%다. 강원도 증류식 소주 출고액이 34억1300만원에 달했다. 충남에서는 약주가 46억2300만원으로 두드러졌고 전남은 탁주 123억7100만원, 리큐르 32억4500만원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역마다 ‘잘하는 술’이 갈리는 것은 지역특산주 제도 자체가 지역 농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특산주는 농업인 등이 직접 생산하거나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온라인 판매와 주세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지역에서 많이 나는 쌀과 과일 등 원료와 기존 양조 기술이 결합하면서 서로 다른 술 산업이 형성되는 구조다.
"덜 마시지만 더 비싼 술 산다"
최근 더 큰 변화는 전통주 시장 자체의 ‘고급화’다. 2025년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합친 전통주 출고량은 2만2284㎘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그런데 출고금액은 1374억원에서 1459억원으로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주류 출고량이 5.2%, 출고금액이 3.6% 각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출고액을 물량으로 단순 환산한 전통주 L당 출고금액은 약 5980원에서 6550원으로 9.5% 상승했다.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술은 막걸리다. 지역특산주 탁주 출고량은 2024년 1만2238㎘에서 지난해 1만2852㎘로 5.0% 늘었다. 출고금액은 같은 기간 482억2000만원에서 609억8000만원으로 26.5% 뛰었다. 단순 환산한 L당 출고금액이 1년 새 약 3940원에서 4745원으로 20% 넘게 오른 셈이다. ‘싸게 많이 마시는 술’이었던 막걸리가 프리미엄 생막걸리와 지역 양조장 제품 등으로 영역을 넓힌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편의점 유통망이 지역 전통주의 전국 판매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에서 지난해 1~11월 전통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배 늘었다. 특히 중소 양조장 전통주 매출은 5.4배 증가했다. GS25는 지난해에만 중소 양조장 19곳을 새로 입점시켰다. 과거 지역 음식점이나 특산품 판매점에 머물던 전통주가 편의점 유통망을 타고 전국 소비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에서도 젊은 소비자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롯데백화점의 2030세대 전통주 구매액은 지난해 전년보다 약 130%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전통주를 ‘K리큐르’로 묶어 신제품 선출시와 단독 상품, 팝업스토어 등을 확대하고 있다.
술을 파는 방식도 병 판매에서 ‘경험 판매’로 넓어지고 있다. 농식품부가 지역 양조장을 관광·체험 공간으로 육성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은 올해 5곳이 추가돼 전국 69곳으로 늘었다. 양조장 견학뿐 아니라 시음과 체험 프로그램, 지역 관광 상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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