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만으론 부족…美 스낵시장, 경험과 가치로 승부한다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7.16 17:38
‘Sweets & Snacks Expo 2026’을 통해 본 트렌드
껍질 벗겨먹는 필러블 젤리 등 ‘인터랙티브 캔디’ 눈길
플레이버 제품, 피클 맛 팝콘·커피 향 캔디 등 차별화
기능성 스낵 프로바이오틱스·콜라겐 등 함께 담아
말차·우베 주목받는 원료…아시아 소재, 주류에 편입
유자·고구마·발효 원료 등 활용한 K-푸드도 가능성
미국 스낵시장이 '맛 중심 경쟁'에서 '경험과 가치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먹는 재미를 더한 인터랙티브 캔디와 기능성을 강화한 스낵, 말차와 우베 등 글로벌 플레이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스낵의 역할도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하나의 경험 상품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의 제과·스낵 전문 박람회 'Sweets & Snacks Expo 2026'에서는 인터랙티브 캔디, 피클맛 스낵, 기능성 스낵, 커피 플레이버, 한정판 제품, 말차와 우베가 올해 시장을 이끌 핵심 키워드로 제시됐다. 이번 박람회에는 10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해 제품과 출시 예정 제품을 공개했다.

'먹는 제품'에서 '즐기는 콘텐츠'로
KATI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변화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캔디(Interactive Candy)'였다.
최근 미국 소셜미디어에서는 과일 모양 젤리의 껍질을 실제 과일처럼 벗겨 먹는 '필러블 젤리(Peelable Jelly)'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맛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벗기고(Peel), 터뜨리고(Pop), 깨뜨리는(Crack) 과정을 촬영해 공유한다.
이는 제품의 맛과 향뿐 아니라 촉감과 소리, 시각적인 요소까지 소비 경험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낵의 구매 기준도 맛에서 재미와 공유, 자기표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미국 스낵업계도 제품 개발 단계부터 개봉 방식과 식감, 섭취 과정까지 소비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스낵은 더 이상 입으로만 소비되는 식품이 아니라 시각과 촉각을 포함한 경험형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플레이버 경쟁도 진화
'먹는 재미'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요소라면 플레이버는 제품을 차별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피클 열풍은 감자칩과 팝콘 등 짭짤한 스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클맛 사워캔디, 피클 달걀, 딜 피클과 레모네이드 풍미를 결합한 또르티야칩 등 기존의 제품 분류를 넘어서는 조합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피클 특유의 신맛과 짠맛, 향신료 풍미는 소비자에게 강한 자극과 분명한 인상을 준다. 특히 익숙한 스낵에 예상하지 못한 맛을 적용함으로써 호기심 구매를 유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도 음료 영역을 벗어나 스낵의 주요 플레이버로 확장되고 있다. 커피향 초콜릿과 에스프레소 캔디, 카페인을 함유한 스낵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맛과 각성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스낵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인기 맛을 반복하기보다 문화적 배경과 스토리를 담은 새로운 플레이버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백질 넘어 콜라겐·프로바이오틱스로
건강과 기능성도 미국 스낵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축이다.
과거 기능성 스낵은 단백질 함량을 높인 바와 칩 제품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콜라겐, 비오틴, 비타민, 식이섬유 등을 함께 담은 복합 기능성 제품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콜라겐 펩타이드와 비오틴, 비타민 E를 첨가한 팝콘이 혁신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팝콘이라는 대중적인 간식에 피부와 미용을 연상시키는 성분을 결합해 새로운 소비 목적을 부여한 것이다.
건강 성분을 담았다고 해서 맛과 재미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건강을 위해 맛없는 제품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맛과 식감, 간편함을 유지하면서도 영양적 이점을 제공하는 제품을 기대한다.
두바이 초콜릿 다음은 말차와 우베
지난해 미국 디저트시장을 뜨겁게 달군 두바이 초콜릿은 점차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일부 레스토랑과 디저트 매장에서는 여전히 관련 메뉴가 판매되고 있지만 업계의 관심은 이를 이을 다음 플레이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말차와 우베가 가장 주목받는 원료였다. 말차는 음료와 디저트에 이어 초콜릿과 쿠키, 아이스크림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우베는 천연 색감과 부드러운 단맛을 앞세워 새로운 디저트 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말차와 우베의 부상은 아시아 원료가 미국 주류 식품시장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 일부 소비층에 머물던 원료가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 개발을 이끄는 핵심 플레이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확인된 변화, 세계 시장의 공통 흐름
미국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특정 국가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은 건강과 클린라벨, 식물성 원료, 친환경 포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말차와 우베처럼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 강조하는 요소는 다르지만 시장의 변화 방향은 같다. 소비자가 더 이상 맛과 가격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상 이점과 새로운 경험, 환경적 가치, 문화적 스토리까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스낵시장은 '맛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K-푸드가 준비해야 할 것
이러한 변화는 국내 식품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말차와 우베가 세계적인 플레이버로 성장한 것처럼 김과 유자, 흑임자, 고구마, 발효 원료 등 한국 식재료도 충분히 글로벌 스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원료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현지 소비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제품을 재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은 기능성을 더한 건강 스낵으로, 흑임자와 고구마는 색과 스토리를 살린 디저트 플레이버로, 유자와 고추장은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칩이나 팝콘, 견과류 등에 접목해 새로운 풍미를 제안할 수 있다.
패키지 역시 제품 경쟁력의 일부다. 온라인에서 한눈에 특징이 드러나는 디자인과 개봉 과정의 재미, 휴대성과 소포장 전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업계는 앞으로 글로벌 스낵 경쟁이 단순히 새로운 맛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능성과 식감, 디자인, 문화적 스토리까지 하나의 제품 안에 담아내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K-푸드의 경쟁력도 '얼마나 한국적인가'보다 한국의 원료와 식문화를 세계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과 가치로 얼마나 재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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