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리포트] 미국 젠지는 '맥싱'으로 나를 가꾼다

[우먼센스] 맥싱(-maxxing) 열풍이 불고 있다. 틱톡에서 #룩스맥싱(#looksmaxxing)을 검색하며 조회수는 108억뷰를 넘겼다.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하다. 피부 관리, 헤어스타일, 운동, 자세 교정을 비롯해 보톡스, 성형수술 처럼 외모를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콘텐츠를 포함한다. 또 다른 해시태그인 #슬립맥싱(#sleepmaxxing)은 4000만뷰를 돌파했다.
최대화하다(maximize)를 줄인 말인 '맥싱'은 롤플레잉 게임(RPG)에서 캐릭터 능력치를 최대로 올리는 전략에서 출발해 2010년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쳐 틱톡으로 건너온 신조어로 무엇이든 최적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새벽 기상, 운동, 독서, 루틴 인증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묶어낸 '갓생' 열풍과 유사한 의미다. 다만 갓생이 성실함의 언어라면 맥싱은 삶을 의식적을 설계하고 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맥싱은 잠, 외모, 식단, 재테크를 넘어 연애와 혼자 사는 방식까지 최적화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자신을 가꾸는 방식인 것이다.

목표로 나아가고 성취감을 만드는 방식
젠지 사이에서 맥싱이 유행하게 된 건 이 세대가 처한 현실과 이어진다. 집 값은 오르고, 취업 시장은 좁아지고 경제 전망은 밝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 SSRS가 2025년 젠지를 대상으로 미국 경제 및 금융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젠지의 87%는 미국 경제를 걱정한다고 답했다. 집값도 취업도 내 뜻대로 안 된다면 적어도 내 수면과 식단만큼은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응용심리학대학의 잠밀라 로스달(Jamilla Rosdahl) 연구원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낄 때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로 눈을 돌린다"고 설명하기도.
젠지가 맥싱에 끌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은 유튜브로 요리를 배우고 앱으로 운동 루틴을 짜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방식으로 공부하며 자랐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방법이 있고 그걸 찾아 따라 하면 실제로 달라진다는 경험을 반복해온 세대다. 그들에게 자신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행위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막연한 습관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는 것. 한 예로 "일찍 잔다"는 말은 습관처럼 들리지만, "슬립맥싱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략처럼 느껴진다. 자기 자신을 설계하고 있다는 감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서사가 생긴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성공 지표가 흔들리는 시대에, 맥싱은 젠지가 스스로 성취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됐다.

산업 트렌드를 만드는 맥싱 열풍
맥싱은 새로운 소비와 행동 방식을 만들고 있다. 식단 영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건 프로틴맥싱(proteinmaxxing)과 파이버맥싱(fibermaxxing)이다. 2024~2025년을 단백질 열풍이 지배했다면 지금은 식이섬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센셜(Datassential)은 식이섬유를 단백질에 이은 차세대 건강 트렌드로 지목했으며 소비자의 54%가 고식이섬유 식품과 음료에 관심을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식이섬유를 음료의 차세대 기능성 성분으로 언급했고 맥도날드의 크리스 켐프진스키 최고경영자는 2026년을 좌우할 트렌드 1순위로 식이섬유를 꼽았다. 국내 시장 또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오뚜기는 기존 즉석밥 대비 식이섬유를 약 3배 높인 제품을 출시했고 동원F&B는 스테디셀러 요구르트에 사과 3개 분량의 식이섬유 9g을 담은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CJ프레시웨이는 한 끼 급식만으로 하루 식이섬유 권장량의 60%를 채울 수 있는 단체급식 식단을 선보였다. 틱톡에서 시작된 언어가 국내 대기업의 제품 전략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수면은 맥싱이 가장 극적으로 바꿔놓은 영역이다. 슬립맥싱(sleepmaxxing)은 단순히 일찍 자는 것이 아니다. 마그네슘 보충제 복용 기상 직후 햇볕 쬐기 수면 추적 링과 스마트 매트리스 활용까지 잠을 하나의 퍼포먼스로 만든다. 시장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수면 기술 기기 시장은 2024년 약 249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였으며 2034년까지 연평균 18.5%씩 성장해 1,347억 달러(약 19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워치의 수면 측정 기능과 핀란드 스타트업 우라(Oura)의 수면 추적 링이 젠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된 건 솔로맥싱(solomaxxing)이다. 연애를 하지 않는 상태를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그 시간과 돈을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은행 'BMO'가 2026년 발표한 리포트에서 미국 내 1회 데이트 평균 비용이 189달러(약 27만 원)에 달한다고 밝히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2025년 전국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미혼이며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 중 21.4%가 앞으로도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26.3%까지 올라갔다. 관계에 쓸 에너지를 나에게 먼저 투자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최대화할지 고를 수 있는 힘이다
맥싱의 긍정적인 면은 분명하다. 슬립맥싱이나 파이버맥싱처럼 건강한 습관으로 이어지는 맥싱은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루 권장량의 식이섬유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파이버맥싱은 실제로 필요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고, 수면의 질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슬립맥싱도 수면 습관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긍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운동을 삶의 중심에 두는 짐맥싱(gymmaxxing) 또한 식단, 루틴, 회복 방법까지 철저하게 설계하고 그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며 운동을 전파하고 있다. 즉, 좋은 습관에 이름이 붙으면서 더 오래 지속되고 더 많은 사람이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최대화를 전제로 한 맥싱 언어에는 그림자가 있다. 현재 상태를 늘 부족한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구조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면과학 전문가 칼리어라 와이스(Carleara Weiss) 박사는 PRWeek에 수면을 하나의 상품처럼 만드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이상적인 수면에 도달하기 위해 제품을 계속 구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슬립맥싱 콘텐츠에는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방법들이 쏟아진다.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자면 코로만 숨을 쉬게 돼 수면의 질이 높아진다는 입 테이핑이 대표적으로, 코로 숨을 쉬면 수면의 질이 나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입 테이핑이 효과적이라는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마그네슘과 타트체리 주스를 섞어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슬리피 걸 목테일(sleepy girl mocktail)도 틱톡에서 수백만 뷰를 기록했지만 수면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맥싱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날수록 검증된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이 같은 언어 아래 뒤섞이는 문제도 커지고 있다.
결국 맥싱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느냐는 실제로 최적화를 이루는 방법을 다루는지에 달려있다. 웰니스 미디어 <라이징 트렌즈(Rising Trends)>는 파이버맥싱 슬립맥싱처럼 건강 습관 중심의 맥싱은 점점 주류 웰니스 콘텐츠로 흡수되며 더 넓게 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룩스맥싱(Looksmaxxing)의 극단적 형태 중 하나인 뼈 두드리기(얼굴 뼈를 충격으로 자극해 턱선을 만드는 행위)처럼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맥싱은 플랫폼의 유해 콘텐츠 정책에 따라 점차 걸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갓생이 한국에서 정착했던 것처럼 맥싱도 결국 트렌드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갓생이 극단적인 자기 통제보다 지속 가능한 루틴이 강조되기 시작했듯 맥싱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모든 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 했다가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식을 찾아갈 것이란 의미다. 미국의 젠지가 맥싱을 통해 진짜로 찾고 싶은 것은 완벽한 최적화가 아니라 무엇을 최대화할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힘이지 않을까.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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