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분석,동향

가성비-최고급 제품 동시 증가…‘K자형 양극화’ 심화

곡산 2026. 6. 22. 12:07

가성비-최고급 제품 동시 증가…‘K자형 양극화’ 심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6.22 07:56

한정된 자산 우선 순위 소비…웰니스 영역 과감한 지출
제과·커피·유가공 등 최고급 선호…백화점 디저트 인기
개인화 추세 1ℓ 생수·소형 피자·소포장 김치 등 두각
비만 치료제 복용자, 건강 식음료 구매액 18% 증가
그릭요거트·단백질 음료·고급 식용유 두 자릿수 성장
육류 스낵 섭취량 89% 급증…유산균은 복합 기능성
닐슨아이큐 ‘엘더퍼의 ERG 틀’로 시장 분석

경기 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무작정 지출을 줄이기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욕구의 우선순위에 따라 소비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재 성격의 식품은 극도로 실용성을 따지는 반면, 자신을 위한 보상이나 웰니스 영역에는 과감히 지출하는 ‘이중적 소비 행태(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닐슨아이큐 조사 결과 고물가 속에서 필수재 식품은 실용성을 따지되 자신을 위한 보상이나 웰니스 영역에는 과감히 지출하는 ‘K자형 양극화’소비 행태가 심화됐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사진=Gemini)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닐슨아이큐(NIQ)는 16일 ‘2026년을 형성하는 주요 소비 트렌드’를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하고, 엘더퍼의 ERG(존재·관계·성장) 이론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한 국내 식품·음료(FMCG) 시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닐슨아이큐는 현재 국내 경기와 소비 지표가 일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민간 소비 증가율은 완만한 가운데,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고물가·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최근 다시 100 이하로 하락하는 등 비관적 인식이 우세하다고 진단했다. 닐슨아이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한정된 가계 안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소비를 유연하고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성장을 바라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실속형 소비와 ‘작은 사치’의 공존 (존재 욕구)

닐슨아이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불황 장기화로 한국 소비자 44%는 저가 및 가성비 채널 이용을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프로모션보다 애초에 기본 가격이 합리적인 PB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상시적 합리 가격을 갖춘 제품의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NB(제조사 브랜드)의 프로모션 대량 구매 행태는 전년 대비 3%p 감소한 반면, 저가 PB(유통업자 브랜드) 상품은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했다. 편의점 생수 시장에서도 가성비 제품군이 6.9% 성장해 대조를 이뤘다. 또한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만 원대 저가 위스키 시장이 159% 성장하는 등 가성비 중심의 실용 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주류, 제과, 커피, 유가공 등 식품 카테고리 전반에서 가성비 제품과 최고급 제품의 판매 비중이 동시에 증가하는 양극화 현상도 관찰됐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정서적 만족을 얻으려는 ‘작은 사치’ 지출은 과감해져, 백화점 3사의 디저트류 매출 성장률은 신세계 25.0%, 현대 23.2%, 롯데 20.0%를 기록했다. 편의점 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인 하겐다즈 판매액도 꾸준히 성장했다. 가성비와 최고급 제품 선호가 동시에 나타나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식품 카테고리 전반에서 관찰되는 셈이다.

아울러 최근 ‘요아정’(34일) ‘두쫀쿠’(21일) ‘버터바’(11일) 등 디저트 트렌드의 확산과 소멸 주기가 빨라지면서 팝업스토어 평균 운영 기간이 전년 대비 7일 감소하는 등 트렌드 반감기가 단축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완벽한 제품보다는 빠른 시장 진입(속도와 실행력)을 통한 선점 효과가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초개인화 가구 맞춤형 품목과 홈코노미 (관계 욕구)

1인 가구(36%) 증가와 무자녀 가구 확산 등 초개인화에 따른 식품 시장의 용량별 구조 재편도 포착됐다. 일상이 개인화되면서 1L 생수, 소형 피자, 1~2kg 소포장 김치, 조각 과일 등 개인의 생활 방식에 맞춘 소형 제품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전체 생수 시장이 6.0% 감소하는 가운데 1인 가구용 1L 생수는 15.8% 성장했고, 냉동 라지 피자가 14.0% 역성장할 때 스몰 피자는 12.4% 성장했다. 1kg 미만 소용량 김치도 4.1%의 성장률을 보였다.

집안에서의 미식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홈코노미 트렌드도 굳어졌다. 집에서 카페 수준의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중적인 캡슐 커피 머신 매출이 20%대의 침체를 겪는 사이, 고가의 반자동 머신 매출액은 지난해 4분기 37%, 올해 1분기 27%로 급격히 반등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특히 반려묘)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돼 펫푸드 시장도 프리미엄화되는 추세다. 전체 펫푸드 시장이 전년 대비 9.2% 성장한 가운데, 고가인 ‘슈퍼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량 성장 기여도가 3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가볍고 부담 없는 형식으로 마음을 전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특별한 의미를 담은 ‘각인 한정판 위스키’처럼 정서적 만족과 관계 유지를 위한 지출에는 흔쾌히 지갑을 열고 있다. 가격 할인 대신 개인의 특별한 관계성을 겨냥한 ‘조니워커 블루 각인 프로모션’의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42.4%라는 고성장을 견인했다.

비만 치료제 확산과 정밀 웰니스 솔루션 (성장 욕구)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 성격인 ‘성장 욕구’ 소비는 불황에도 멈추지 않는 핵심 엔진으로 지목됐다. 특히 비만 치료제(GLP-1)의 복용 목적이 당뇨 치료(2020년 70%)에서 체중 감량(2024년 53%)으로 전환되며 복용자의 식음료 지출 패러다임이 재설계됐다.

특히 비만 치료제(GLP-1)의 목적이 치료에서 ‘자기 관리’로 전환돼 반복 사용(습관성 소비)이 늘어남에 따라 복용자들을 중심으로 식단 재설계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제 복용자는 소비를 줄이기보다 저당, 고단백, 저탄수화물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소비 구조를 재구성하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조사 결과, 복용자의 건강 식단 구성을 위한 식음료 구매 금액은 복용 시작 직후 비사용자 대비 약 18% 이상 급증했으며, 이후에도 7% 수준의 견고한 소비를 유지했다. 이들은 저당(48%), 고단백(44%), 저탄수화물(36%) 식품을 선호하며, 복용 270일 경과 시 단백질이 포함된 육류 스낵 섭취량이 89% 폭증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최근 건강, 안정감, 위생을 통해 현재 상태를 잘 유지하는 ‘웰니스’ 자체가 성장의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FMCG 시장에서도 건강 관리가 일상적 습관으로 안착하면서 품목별 명암이 갈렸다. 그릭요거트(30.4%), 고급 식용유(24.2%), 단백질 음료(17.2%) 등 대안 품목이 거센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반면, 일반 식용유(-13.5%), 기호음료(-2.9%), 일반 가공육(-5.9%)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건강식품과 일반 식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교차 구매’ 비중도 2024년 하반기 1%에서 2025년 하반기 11%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순 유산균 제품보다 ‘장+다이어트(+22%)’ ‘장+다이어트+프로틴(+129%)’ 등 복합 기능성을 결합한 솔루션형 제품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닐슨아이큐 관계자는 “AI 검색과 SNS 추천으로 탐색은 단순해졌으나 소비자의 기준은 훨씬 높아졌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단순 노출보다 데이터 기반의 신뢰성 있는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며 “소비 행동이 파편화되고 트렌드 주기가 짧아진 만큼, 광범위한 메시지보다 세분화된 소비자의 상황과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는 브랜드가 앞으로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