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6.17 10:22
“가맹점 수보다 냉동고 점유율”…외식 브랜드와 식품기업 경계 무너져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
한때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푸념이었던 이 말이 이제는 국내 치킨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배달비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매장과 배달앱을 떠나기 시작하자 치킨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 무대는 다름 아닌 냉동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시장이다.
최근 CJ제일제당은 냉동치킨 히트상품 ‘소바바 치킨’을 독립 브랜드 ‘소바바’로 출범시켰다. 같은 시기 BBQ는 HMR 중심 유통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교촌은 소스와 HMR 사업 확대를 지속하고 있으며, 맘스터치 역시 가정용 치킨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개별 기업의 사업 확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치킨산업 전체가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치킨 전쟁의 무대 바뀌어
국내 치킨산업은 크게 세 번의 경쟁 단계를 거쳤다.
첫 번째는 가맹점 확대 경쟁이었다. 전국 주요 상권에 얼마나 많은 점포를 확보하느냐가 시장 지배력을 결정했다.
두 번째는 배달 플랫폼 경쟁이었다. 배달앱 등장 이후 치킨 브랜드들은 매장보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소비자와 만났다.
그리고 지금 시작되는 세 번째 경쟁은 HMR 경쟁이다.
과거 소비자는 치킨을 먹기 위해 매장을 찾았지만, 이제는 쿠팡, 컬리, 이마트, 롯데마트, 홈쇼핑, 라이브커머스에서 치킨 브랜드를 구매한다.
치킨 소비가 외식에서 내식(內食)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바바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
이 변화의 중심에는 CJ제일제당의 소바바가 있다. 소바바는 원래 ‘고메’ 브랜드 안에 있던 냉동치킨 제품이었다. 하지만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며 냉동치킨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판매량 2,000만 봉을 돌파했고, CJ제일제당은 결국 소바바를 독립 치킨 브랜드로 분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주목할 점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냉동치킨’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바바’를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비비고가 왕교자 하나의 제품을 넘어 브랜드가 됐던 과정과 닮아 있다.
BBQ의 실험…“치킨집에서 식품회사로”
BBQ도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BBQ는 올해 1분기 HMR 중심 유통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판매 채널 역시 11개에서 18개로 확대됐다.
BBQ몰을 비롯해 컬리,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CJ온스타일, 카카오쇼핑라이브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하며 외식 브랜드를 유통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BBQ는 최근 닭강정과 양념치킨 중심 제품에서 벗어나 닭갈비와 밀키트형 제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브랜드 IP 기반 HMR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맹점 매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사업을 새로운 수익축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교촌·맘스터치도 뛰어든 HMR 시장
교촌 역시 이미 수년 전부터 소스류와 HMR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교촌은 허닭과 협업을 통해 닭가슴살 기반 HMR 제품 사업을 추진했으며, 최근에도 소스 및 간편식 사업을 신사업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교촌의 소스·HMR 사업은 일정 규모까지 성장한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교촌은 HMR과 함께 수제맥주, 소스류 등으로 브랜드 확장을 시도하며 종합 식품·외식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맘스터치 역시 최근 가정용 치킨 제품을 선보이며 냉동 치킨시장에 진입했다. 이는 치킨 브랜드들이 더 이상 외식시장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왜 지금 HMR인가
배경은 명확하다. 최근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80.5%가 물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67.3%는 외식과 배달 소비를 줄이고 가정 내 조리를 늘렸다고 응답했다.
배달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5000~3만 원 수준까지 상승한 반면, 냉동치킨은 1만 원 안팎 가격으로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에어프라이어 보급 확대와 냉동식품 기술 발전은 HMR 치킨 시장 성장의 결정적 배경이 되고 있다.
소비자는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브랜드 경험은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은 가맹점 확대 없이도 전국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진짜 경쟁은 ‘브랜드 IP’
그러나 향후 승부는 단순히 맛이나 가격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바바는 황민현을 활용한 디지털 캠페인과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BBQ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유통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결국 치킨기업들은 닭을 파는 회사에서 브랜드를 유통하는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누가 더 많은 매장을 보유했는가보다 누가 더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했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치킨 브랜드의 IP화(IP Business)가 본격 시작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소바바를 제외하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HMR 사업 매출 규모나 비중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교촌 역시 HMR을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별도 매출 비중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BBQ 또한 전체 매출에서 HMR이 차지하는 비중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는 ‘대세 시장’이라기보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선점 경쟁’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킨업계는 지금 외식기업에서 식품기업으로 변신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는 방향성은 분명해, 향후 5년간 치킨 시장의 승자는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의 냉동고와 온라인 장바구니를 가장 많이 점유한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품분석,동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성비-최고급 제품 동시 증가…‘K자형 양극화’ 심화 (0) | 2026.06.22 |
|---|---|
| HMR부터 스낵까지…손 많이 가던 부침개의 ‘이색 진화’ (0) | 2026.06.19 |
| [마켓트렌드] 월드컵이 바꾼 술·간식·음료의 공식… "경기보다 소비 경험이 더 중요" (0) | 2026.06.18 |
| [뉴스레터] 5월 트렌드 Pick - 중동사태가 왜 라면값,빵값,치킨값을 올릴까? (0) | 2026.06.14 |
| [민텔 글로벌 마켓트렌드] 일본에서 인기 있는 ‘소스 및 조미료’ (1) | 2026.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