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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논할랄 표시’ 붙이자 매출 10% 감소”…외식 현장이 먼저 겪은 인니 할랄의 현실과 과제

곡산 2026. 6. 20. 16:39

“한식당 ‘논할랄 표시’ 붙이자 매출 10% 감소”…외식 현장이 먼저 겪은 인니 할랄의 현실과 과제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6.19 09:44

종교적 선택권 보장 위한 ‘정보 제공’ 불구 소비 심리에 영향
현지 업체, 한국 스타일 메뉴로 시장 진입…기준 선점이 유리
매운 어묵볶음 등 분식·토스트·잡채·야채만두 등 유망 품목
‘커피 믹스’ 한국 식문화 콘텐츠로 소비…디저트처럼 인기
할랄 대응 가능한 간편식·카페형 메뉴 등이 우위 확보 분야
[이슈 추적] 10월 할랄 인증 의무화 앞둔 인도네시아 시장을 가다③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인도네시아의 할랄 인증 의무화는 단순히 인증서 한 장을 준비하는 규제 대응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자 2억8000만 명의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새로운 시장 질서의 시작에 가깝다.

그동안 본지는 [이슈 추적] ‘10월 할랄 인증 의무화 앞둔 인도네시아 시장을 가다’를 통해 현지 할랄 정책의 방향성과 제도 운영 원칙을 살펴보고, 현지 수입유통기업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복잡한 유통 구조와 한국 기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과제를 짚어왔다.

이번 마지막 순서에서는 자카르타 현지 한식당 운영자의 목소리를 통해 외식 현장에서 이미 시작된 변화를 들여다본다. 논할랄(Non-Halal) 표시를 둘러싼 소비자 반응과 현장 대응 사례는 할랄 의무화가 단순히 제조업체와 수출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인터뷰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같은 무슬림 소비자라고 해도 지역과 세대, 소비 성향에 따라 반응은 크게 다르다. 결국 제도보다 먼저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시장 진입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할랄은 통관을 위한 서류가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언어에 가깝다. 한국 식품과 외식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증 여부를 넘어 현지 소비자와 유통 구조, 문화적 특성을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고 없이 찾아온 할랄청 직원

트레이드파트너스와 만난 현지 한식당 운영자는 최근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오후, 자카르타의 모 한식당에 할랄제품보장청(BPJPH) 직원 3명이 찾아왔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에 논할랄 표시가 없다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이상 할랄 인증 대상은 아니지만, 그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논할랄 식당이라면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표시를 부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표시의 규격이나 색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위치에 부착하라”는 것이 전부였다. 흥미로운 점은 제보자가 공무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였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신고를 통해 민간 감시가 이미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논할랄 표시 하나가 바꾼 것들

업주는 처음에 눈에 잘 띄는 빨간색 표시를 크게 부착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다.

현지 한식당 운영자는 “인도네시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 표시가 ‘들어오지 말라’는 신호처럼 받아들여진다”라며 “표시가 크고 눈에 띌수록 그런 인식은 더욱 강해진다”라고 말했다.

이후 표시 크기를 줄이자 매출은 일부 회복됐다. 그러나 한 달 뒤 다시 방문한 할랄청 직원은 표시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더 눈에 띄는 위치에 흰색 배경을 추가해 부착하도록 요구했다. 업주 입장에서는 매출과 규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식당은 추가 조치도 시행했다. 돼지고기 메뉴 주문 시 나무젓가락과 나무 숟가락을 별도로 제공하고, 조리 공간도 구분했다. 번거로운 과정이었지만 무슬림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지 한식당에서 표시한 ‘논할랄 표시’. 할랄청 직원의 지적에 따라 흰색 종이를 붙여 눈에 더 잘 띄도록 했다. (사진=트레이드파트너스)

구분되는 인도네시아 무슬림 소비자

운영자는 무슬림 소비자를 크게 강성층, 중간층, 유연층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강성층은 논할랄 표시가 붙은 식당 자체를 기피한다. 중간층은 같은 식당에서도 할랄 메뉴만 선택한다. 반면 유연층은 신앙 안에서도 보다 개방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며, 도시 거주자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젊은 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지방으로 갈수록 강성층 비중이 높고 대도시로 갈수록 유연층 비중이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외식기업 입장에서는 입지 선정과 메뉴 전략 수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다.

10월 이후 외식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운영자는 10월 의무화가 당장 시장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변수는 논할랄 표시 규정의 구체화 여부다. 현재는 표시 방식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어 업주 재량이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표시가 규격화되면 그때는 영향이 분명히 생길 겁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조율이 가능하지만, 규정이 생기면 그 여지가 사라지게 되죠.”

논할랄 표시로 인해 매장 방문을 꺼리는 소비자 일부가 배달이나 온라인 주문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지만, 변화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트레이드파트너스는 논할랄 표시를 단순한 규제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할랄 정책의 핵심은 소비자의 종교적 선택권 보장에 있다. 따라서 논할랄 표시는 영업 제한 수단이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 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제공 장치’에 가깝다. 다만 현장에서는 표시 자체가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도 취지와 실제 시장 반응 사이에 일정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향후 외식업체의 경쟁력은 메뉴 자체보다 운영 체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돼지고기와 비돼지고기 메뉴를 함께 운영하는 식당의 경우 원재료 보관, 조리도구 사용, 조리 공간 구분, 종업원 교육 등 운영 프로세스 전반이 소비자 신뢰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는 인증 여부보다도 매장에서 보여주는 위생·분리 관리 수준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기회는 한국 스타일 메뉴에 있다

인도네시아 외식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경쟁자는 다른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 현지 브랜드다. 현지 기업들이 한국 스타일 메뉴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소비자는 아직 한국의 오리지널 음식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맛의 기준이 없는 시장에서는 먼저 소비자에게 각인된 맛이 곧 기준이 된다. 결국 먼저 진입해 오리지널의 기준을 선점하는 것이 지금 인도네시아 외식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유망 메뉴로는 매운 어묵볶음 등 분식류와 토스트, 잡채, 야채만두 등이 꼽힌다.

매운 분식류는 현지 소비자의 강한 매운맛 선호와 맞닿아 있다. 토스트와 잡채, 야채만두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간편할 뿐 아니라 현지에도 유사한 빵 문화와 면·채소 요리가 존재해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할랄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 역시 공통된 강점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식당에서는 한국 커피믹스가 디저트처럼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한국 식문화를 경험하는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외식 브랜드의 시장 선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상당수 소비자가 K-드라마와 SNS를 통해 한국 음식을 접했을 뿐 실제 원조 브랜드를 경험한 적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장은 이미 성숙한 단계가 아니라 형성되는 단계에 가깝다.

따라서 향후 할랄 대응이 가능한 분식, 간편식, 카페형 메뉴는 현지 브랜드보다 한국 브랜드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된다.

트레이드파트너스 시각 - 메뉴보다 먼저 소비자를 이해하라

할랄 의무화는 외식기업에도 예외가 없다. 핵심은 인증 여부가 아니라 소비자를 얼마나 세밀하게 이해하느냐다. 할랄 식당으로 운영할 것인지, 논할랄 표시 식당으로 운영할 것인지, 그 출발점은 상권 내 소비자 성향에 대한 이해다.

오리지널 한국 음식의 기준을 현지 소비자에게 먼저 각인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인도네시아 외식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한편 이번 인도네시아 현지 조사를 진행한 트레이드파트너스는 “할랄 인증은 통관을 위한 서류도, 종교적 규범의 이행도 아니다. 2억8000만 소비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한 10월 18일 의무화 이후 유통 현장과 외식 시장에서 할랄 표시 규정이 강화될지, 한국 식품의 시장 지위가 어떻게 재편될지, 소비자 행동이 실제로 달라질지는 아직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 제도 변화가 실제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이번 시리즈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명확하다. 정책 현장에서는 제도가 움직이고 있었고, 유통 현장에서는 채널 구조가 변하고 있었으며, 외식 현장에서는 소비자 행동이 이미 달라지고 있었다.

할랄 의무화는 10월 18일 시작되는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수년 전부터 진행돼 온 시장 재편 과정의 결과물이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인증서 한 장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소비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기적인 시장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