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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P-1 시대, 미국 밥상이 바뀐다-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174)

곡산 2026. 6. 17. 07:05

GLP-1 시대, 미국 밥상이 바뀐다-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174)

  •  Jay Lee
  •  승인 2026.06.16 07:43

다이어트의 주류로 부상…성인 8명 중 1명 복용
고단백 음료 등 관련 식품 급증…2034년 400억 불
발효식품·두부 등에 기회…소포장 밀키트 등 확장

이종찬 대표(J&B Food Consulting)

최근 오젬픽이 주사형에 이어 알약 버전까지 출시되면서 GLP-1 약물은 이제 다이어트의 주류가 됐다. 미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성인 8명 중 1명(12.4%)이 복용 중이며, JP모건은 2030년 사용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제약업계의 혁명이 식음료 산업의 지형도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

GLP-1 약물을 복용하면 하루 섭취 칼로리가 1000㎉ 가까이 줄어든다. 적게 먹되 영양은 더 촘촘하게 채워야 한다. 시장은 이미 빠르게 반응했다. 고단백 음료·간식·소용량 밀키트 등 신제품 수(SKU)는 2024년 대비 47% 급증했고, 네슬레·다농·코나그라가 GLP-1 전용 R&D 예산을 신설했다. 2034년 이 시장 규모는 약 4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 행동의 구조적 변화"라고 단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른바 ‘헤일로 효과’다. GLP-1 친화 제품 구매자의 62%는 실제 약물 비복용자다. 고단백·저칼로리·고섬유 포지셔닝 자체가 건강 의식 소비자 전반에게 어필하면서 시장 수요가 약물 사용자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서빙사이즈 제어, 단백질 강화, 전해질 보충 음료 등 GLP-1 친화 카테고리는 사실상 미국 건강식품 시장 전반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 기업에 열린 네 가지 기회가 보인다.

첫째, 발효식품이다. 김치·된장·청국장은 프로바이오틱·섬유질·저칼로리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천연 GLP-1 파트너다.

둘째, 두부·식물성 단백질이다. GLP-1 사용자는 근육 손실 방지를 위해 체중 1㎏당 1.2~1.5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두부 기반 고단백 제품이나 간편식은 이 수요에 최적으로 부응한다.

셋째, 초소형 포장 밀키트다. GLP-1 사용자들은 대용량 포장을 다 먹기 전에 부패를 걱정한다. 1~2인 소포장 밀키트는 코스트코·홀푸즈 바이어들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넷째, 기능성 수분 보충 음료다. GLP-1 부작용인 구역·탈수 증상으로 전해질 음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다섯째, 저당·저칼로리 디저트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이 있는 곤약, 알룰로스, 식물성 원료 기반 제품들은 체중 관리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K-전통 죽과 기능성 밀키트 시장의 확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화가 잘되면서도 영양 밀도가 높은 프리미엄 전복죽, 낙지죽 등은 소량으로 고영양을 섭취해야 하는 미국 비만 치료제 복용자들에게 훌륭한 한 끼 대용식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두부, 버섯 등을 활용해 단백질 함량을 높인 ‘고단백·저칼로리 K-밀키트’를 소포장 형태로 제안해 볼만 하다.

결국 GLP-1 확산은 단순한 다이어트 유행이 아니라 미국 식품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얼마나 맛있는가"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적은 양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발효 기술과 소포장 노하우는 이 변화에 누구보다 잘 맞아 있다. 오젬픽이 열어놓은 이 문을 먼저 통과하는 한국 브랜드가 다음 K-푸드 신화를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