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6.13 15:31

칠레에게 한국은 단순히 돼지고기를 수출만 하는 시장이 아니라 지난 25년 동안 함께 생산 기준을 바꾸고, 품질을 맞추고, 신뢰를 쌓아온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칠레포크(ChilePork) 관계자들이 한국 시장을 대하며 가장 강조한 말은 ‘장기적 관계’였다. 이들은 칠레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가격보다 품질에 두었다. 브라질이나 스페인처럼 대규모 물량으로 승부하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고급 시장의 요구에 맞춰 생산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칠레 돼지고기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완전한 수직계열화, 안정적인 품질, 철저한 추적관리, 지리적 방역 안전성, 그리고 한국 시장에 맞춘 부위별 규격 개발을 제시했다.
이들은 “칠레산 돼지고기가 한국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것은 책임 있는 단백질 식품이 공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달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열린 '칠레포크 국제 양돈 산업 세미나 2026' 행사에 앞서 가진 칠레포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25년 신뢰가 만든 시장" 한국이 특별한 이유
Q. 한국 돼지고기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칠레가 보는 한국 시장의 의미는 무엇인가.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Juan Carlos Domínguez, 칠레카르네 회장)= 한국은 칠레포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칠레는 2001년부터 한국 수입업체들과 함께 일하면서 생산 기준을 한국 시장의 요구에 맞춰 조정해 왔다. 다른 나라들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남는 물량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칠레는 처음부터 수출, 특히 아시아 시장을 중심에 두고 산업을 구축했다.
A. 니콜라스 로젠펠드 (Nicolás Rosenfeld, 아그로수퍼 국제영업 총괄)= 한국은 아그로수퍼에 매우 전략적인 시장이다. 과거의 역사 때문만도 아니고, 현재의 중요성 때문만도 아니다. 우리는 미래를 보고 있다. 한국은 우리 사업부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A. 프란시스코 에체베리아 (Francisco Echeverría, 코엑스카 수출 매니저)= 코엑스카에게도 한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는 20년 이상 한국에 수출해 왔고, 오랜 기간 좋은 파트너들과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20년 이상 이 시장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A. 홍경철 (아그로수퍼 한국지시장)= 칠레는 한국과 FTA를 체결한 첫 번째 국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칠레를 대표하는 매우 가치 있는 시장이다. 칠레산 돼지고기의 한국 수출은 25년 전부터 시작됐고, 한국 시장은 지금도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 품질 경쟁력의 비결은 전 과정 관리
Q. 칠레산 돼지고기의 품질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가장 큰 특징은 완전한 수직계열화다. 칠레의 주요 수출기업들은 사료 원료, 사료 생산, 사육, 도축,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이 구조는 추적 가능성을 높이고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해 준다.
A. 니콜라스 로젠펠드= 수직계열화는 품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칠레산 제품을 구매하면 어떤 제품을 받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동물이 어떤 농장에서 자랐는지, 어떤 사료를 먹었는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는지까지 관리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정확한 크기, 일정한 품질, 안정적인 제품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A. 홍경철= 한국 소비자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호한다. 국내산과 수입산 가격 차이가 있어도 품질을 중시한다. 그래서 칠레포크의 목표는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다. 한국 시장에 맞는 삼겹살과 목살을 생산하기 위해 칠레 기술진과 경영진은 오래전부터 한국을 방문했고, 한국 파트너들도 칠레를 찾아 생산 방식을 공개했다.
■ 사료부터 도축까지… 수직계열화의 힘
Q. 칠레 돼지고기 산업의 수직계열화는 어떤 강점이 있나.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칠레 돼지고기 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완전한 수직계열화다. 현재 칠레포크를 구성하는 주요 수출기업들은 사료 원료 생산부터 사료 제조, 양돈, 도축, 가공,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이는 생산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경쟁력의 핵심이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사료업체, 농장, 도축장, 유통업체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 단계마다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칠레의 수직계열화 시스템에서는 가치사슬 전체를 하나의 구조로 관리하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비용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 각 단계별로 별도의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생산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추적관리와 품질이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이 어떤 농장에서 생산됐고 어떤 사료를 먹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축·가공됐는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수직계열화는 단순히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식품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A. 니콜라스 로젠펠드= 수직계열화는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동물의 성장 과정, 사료, 유전적 특성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은 언제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시장은 특히 제품 규격과 품질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다. 일정한 크기와 지방 분포, 안정적인 품질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시장에서 칠레산 돼지고기가 신뢰를 얻고 있는 이유다.
또 칠레의 주요 수출기업들은 20년 이상 한국 시장과 함께 성장해 왔다. 삼겹살과 목살 등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부위에 맞춰 규격을 개발하고 생산 체계를 조정해 왔으며, 이러한 맞춤형 생산 역시 수직계열화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한국인이 좋아하는 삼겹살, 칠레가 연구한 25년
Q.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삼겹살과 목살에 맞춰 어떤 노력을 해왔나.
A. 홍경철= 한-칠레 FTA는 2004년에 발효됐지만, 칠레산 돼지고기의 한국 수출은 2001년부터 시작됐다. 시장 개방 전부터 칠레의 기술진과 경영진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고기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또 한국 파트너들이 칠레를 방문해 한국식 삼겹살과 목살을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지금도 매년 고객을 칠레 시설로 초청한다. 시장과 트렌드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고객의 목소리를 생산 현장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A. 니콜라스 로젠펠드= 칠레의 돼지 유전적 특성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돼지와 매우 유사하다. 한국 시장이 칠레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돼지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삼겹살, 목살 등 한국 바비큐와 식당에서 사용하는 부위에 대해 오랜 기간 규격을 개발해 왔다. 한국 시장을 잘 알고 있고, 그 요구에 맞춰 생산을 조정해 왔다.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칠레는 하나의 품질, 즉 프리미엄 품질을 유지한다. 한국과 일본은 칠레산 돼지고기에 가장 높은 품질 기준을 요구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전체 생산 품질을 그 기준에 맞추고 있다.
■ "핵심은 품질...생산 효율 높여 가격 경쟁력 유지"
Q. 최근 돼지고기 가격 상승 속에서 칠레포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글로벌 애그리트렌즈 CEO
A. 브렛 스튜어트 (Brett Suart, 글로벌 애그리트렌즈 CEO)= 최근 한국 돼지고기 가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올해 약 1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고, 예년보다 이른 바비큐 시즌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은 비료와 옥수수,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사료비와 생산비 증가로 연결된다. 다만 칠레는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 있어 아시아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경쟁국보다 유리한 부분이 있다.
A. 홍경철=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과제다. 이에 칠레 기업들은 생산 효율을 높이고 수율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료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다만 칠레포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다. 한국 시장은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소비자 역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 칠레포크는 생산 효율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품질 수준은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 태양광·바이오가스·항생제 저감… ESG 축산의 현주소
Q. 지속가능성, 동물복지, 항생제 저감 등 글로벌 축산 트렌드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지난 10년 동안 칠레 돼지고기 산업은 지속가능성의 여러 영역에서 진전을 이뤄 왔다. 탄소발자국뿐 아니라 동물복지, 항생제 사용 저감, 순환경제 전환이 주요 과제다. 항생제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줄여 왔고, 브라질보다 낮으며 유럽연합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A. 프란시스코 에체베리아= 코엑스카는 칠레 남부에 대규모 태양광 패널 시설을 구축했다. 이는 칠레 돼지고기 산업이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례 중 하나다.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또 다른 기업은 돼지 분뇨를 활용해 가스를 생산하는 데 투자했다. 이처럼 칠레 돼지고기 산업은 지속가능성을 생산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 ASF 없는 나라, 칠레가 가진 최대 경쟁력
Q.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질병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칠레의 방역 경쟁력은 무엇인가.
A. 브렛 스튜어트= 전 세계적으로 동물 질병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유럽의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구제역, 중국의 구제역, 전 세계 가금 산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모두 글로벌 축산업의 큰 리스크다.
칠레는 지리적으로 동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 조건을 갖고 있다. 동시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엄격한 수입 프로토콜을 운영한다. 칠레에는 PRRS, 즉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이 없고,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없다. 이는 칠레가 매우 안전한 생산 기반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방역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산업 전체의 이동 정보를 플랫폼에 축적하고, 특정 질병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동 경로를 조정하거나 특정 지역을 분리할 수 있다. 이를 스마트 조닝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AI는 위생·방역 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 AI가 돼지를 선별하는 시대
Q. AI 기술은 생산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AI와 영상 기술을 활용해 도축장으로 보낼 돼지를 더 정확하게 선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도축장에서는 같은 크기와 같은 중량의 돼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를 활용하면 출하 적기에 맞는 돼지를 더 정확히 골라낼 수 있다.
A. 홍경철= AI와 디지털 기술은 결국 품질 관리와도 연결된다. 한국 시장은 매년 트렌드가 바뀌고 요구도 달라진다. 고객을 칠레 시설로 초청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생산 현장에 반영하는 과정이 계속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중국은 시장, 한국은 파트너"
Q. 한국, 일본, 중국 시장은 각각 어떤 차이가 있나.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칠레에게 핵심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도 중요한 시장이지만 성격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20년 이상 함께 관계를 쌓아온 전략 시장이다. 칠레는 이 두 시장의 요구에 맞춰 생산 모델을 바꿔 왔고, 앞으로도 전체 물량의 50~60%는 한국과 일본으로 향할 것이다.
중국은 스팟 시장에 가깝다. 생산 상황이나 질병 발생에 따라 수요가 크게 움직인다. 반면 한국은 칠레의 강력한 파트너다.
A. 니콜라스 로젠펠드= 제품 구성도 다르다. 한국은 주로 삼겹살과 목살 중심이고, 일본은 등심과 어깨 부위 중심이다. 중국은 뼈와 머리 등 다른 부위 수요가 있다. 각 시장은 칠레의 수출 제품 믹스를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 "우리는 식탁을 책임진다"
Q. 한국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A. 후안 카를로스 도밍게스=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칠레포크만의 공로가 아니다. 한국의 수입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칠레 기업과 함께 이 관계를 만들어 왔다.
칠레산 돼지고기가 한국 가정의 식탁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음식이다. 그래서 칠레포크는 한국 가정의 식탁에 품질 좋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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