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커피 한 잔에도 ‘집중력’을 찾는 시대…버섯커피가 상징하는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

곡산 2026. 6. 15. 08:09

커피 한 잔에도 ‘집중력’을 찾는 시대…버섯커피가 상징하는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

장회정 기자입력 2026. 6.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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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에미상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 드라마 <우리들의 사계절>(The Four Seasons)에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중년 남성 닉(스티브 카렐)은 한참 ‘어린’ 연인 지니의 친구이자 아유르베다 셰프가 내온 버섯커피를 마주한다. 마지못해 한 모금 마신 그는 “일반커피를 줄까요?”라고 묻는 셰프에게 “버섯의 풍미가 살아있네요”라고 말한다. 칭찬인지 당황스러움인지 모를 그 반응에 주변 ‘젊은이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섯을 넣은 커피는 미국 드라마 속 힙스터들의 과장된 취향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버섯커피는 미국과 유럽의 웰니스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능성 식음료 중 하나로 떠올랐다. 단순히 새로운 맛의 음료가 아니라, 현대인들이 커피 한 잔에 기대하는 것이 ‘각성’을 넘어 ‘집중력’과 ‘뇌 건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섯커피는 대체 무엇일까

버섯커피라고 해서 표고버섯이나 양송이버섯을 갈아 넣은 음료를 떠올리면 오해다. 대부분의 제품에는 노루궁뎅이버섯(사자갈기버섯), 영지버섯, 차가버섯, 동충하초 등 이른바 ‘기능성 버섯’ 추출물이 사용된다.

이들 버섯을 분말이나 추출물 형태로 가공한 뒤 커피 원두와 혼합하거나, 아예 카페인을 최소화한 음료로 만든다. 맛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소비자들은 “흙내가 약간 느껴지는 커피”, “견과류 향이 가미된 라테” 정도로 표현한다. 드라마 속 닉처럼 “버섯 맛이 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 제품은 일반 커피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각성’보다 ‘집중’을 원한다

버섯커피 열풍의 배경에는 현대인의 변화한 욕구가 있다. 다수의 노동자에게 커피는 잠을 깨우기 위한 음료로 기능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알림과 메신저, 이메일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단순한 각성보다 오래 지속되는 집중력을 원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특히 코로나19 이후 뇌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기억력과 집중력, 인지 기능을 관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노루궁뎅이버섯 같은 기능성 버섯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노루궁뎅이버섯이 신경 성장 인자(NGF) 생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다만 아직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단계이며, 버섯커피 자체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버섯커피를 ‘두 번째 커피’로 선택한다.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은 경우가 많아 오후 시간대에도 부담이 적고, 과도한 카페인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심장 두근거림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자기관리법

버섯커피의 인기는 단순한 식품 트렌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능성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단백질을 강화한 커피, 콤부차, 기능성 탄산수, 아답토젠 음료(Adaptogenic) 등이 대표적이다. ‘적응 물질(adaptive agent)’에서 유래한 ‘아답토젠’은 인체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적응하도록 돕는 천연 성분을 말한다. 영국에서는 약용 버섯과 같이 천연 성분이 함유된 음료를 ‘아답토젠 음료’라고 부른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 이후 많은 직장인들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더 잘 집중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 웰니스 업계에서는 집중력, 생산성, 정신적 선명함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버섯커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단순히 잠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뇌와 집중력을 관리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소비하는 셈이다.

커피에 몸에 좋다는 식재료를 더 해서 먹는 유행은 한국에 이미 있었다. 항염·항산화 및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며 강황이나 계핏가루를 넣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버섯커피는 대중적인 음료는 아니다. 하지만 저속노화, 혈당 관리, 고단백 식단, 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루궁뎅이버섯 분말이나 추출물은 이미 건강식품 시장에서 익숙한 제품군이다. 여기에 커피 문화가 결합하면서 일부 프리미엄 카페와 온라인 건강식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버섯커피가 소개되고 있다. 특히 커피를 하루 여러 잔 마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싶지만 커피 습관은 유지하고 싶다”는 수요가 존재한다. 버섯커피는 바로 그 틈새를 공략하는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버섯커피의 효능을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능성 버섯이 건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제품마다 함량과 품질이 다르고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주장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