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왜 먹냐" 외면받았었는데…지금은 1조원어치 팔린다 [맛있는 이야기]
서양은 김 재배 어려워…'혐오 음식' 취급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슈퍼 푸드로 귀환
편집자주
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국산 김의 인기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20여개국에 11억달러의 김을 수출하며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바다에서 양식한 뒤 말려 종이처럼 만드는 마른 김은 한국, 일본, 중국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며, 한때 미국 유럽 등 서구권에선 '혐오 식품'으로 취급됐다. 왜 서양은 그동안 김의 맛에 눈뜨지 못했을까.
양식 어려운 김…동아시아에서만 번성
김 산지가 한정적인 이유는 까다로운 양식 환경에 있다. 한국김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김은 바다의 수온(5~8도 내외), 물의 염도, 심지어 수심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는 예로부터 갯벌이 발달하고 염수의 영양분이 풍부해 김이 자라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조상들은 약 13세기부터 바다에서 김을 따 요리해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양식은 1640년대 전남 광양의 어부 김여익이 고안한 '섶꽂이' 방식을 도입하며 시작됐다.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김을 양식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와 달리 서구에는 김을 양식할 만한 해안선이 부족했다. 유럽을 둘러싼 대서양과 북해는 파도가 거칠고, 수심도 깊은 탓이다. 과거 한반도에서도 해안가 바위에 들러붙은 자연 김을 채취하기 위해 어부의 몸에 줄을 감고 바닷물로 뛰어드는 위험천만한 노동을 감수했는데, 유럽 해안 환경에서는 더욱 힘들었다.
유럽에선 '농부 음식'으로 격하됐던 김
유럽에서도 김을 식량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존재했다. 영국, 아일랜드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래버브레드(Laverbread)가 대표적이다. 영어로 김을 뜻하는 래버(Laver)와 빵(Bread)을 합친 단어로, 문자 그대로 '김으로 만든 빵'이다. 래버브레드는 김조각을 뭉쳐 큰 덩어리로 만든 뒤, 곡물가루를 묻힌 다음 튀겨 먹거나, 혹은 밀빵에 스프레드처럼 발라먹곤 한다.

그러나 래버브레드는 대기근으로 식량이 바닥났을 때 어쩔 수 없이 구해 먹곤 하는 '빈자의 음식(Poor man's food)', 혹은 '농부 음식(Peasant food)'이었다. 이 때문에 김은 서구권에서 기피되는 식자재로 낙인찍혔다. 1650년대 조선으로 표류한 네덜란드 뱃사람 헨드릭 하멜이 집필한 '하멜 표류기'에도 하멜이 김을 대접받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당시 하멜은 김을 "검은 종이 같다"며 혹평했다.
'건강한 칩'으로 화려한 복귀
오늘날 서구권에서 김은 슈퍼 푸드로 취급된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각종 무기질 영양소가 풍부한 김이 웰빙 음식 열풍과 결합해 젊은 세대에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은 미국, 유럽에서 이제 '식품'이 아닌 '스낵'으로 취급받는다. 말린 김에 참기름을 발라 구운 뒤 갖은양념으로 간한 조미김 덕분이다. 조미김은 마치 감자칩처럼 바삭하지만, 과자와는 달리 글루텐도 없고 열량이 높지도 않다. 미국 코스트코 등 대형 할인 매장은 김의 이런 특성에 착안해 "건강한 칩"으로 김을 홍보하고 있다.
또 소금으로만 간해 밥에 얹어 먹는 우리와 달리, 소금 식초, 칠리라임, 아보카도, 치즈 등 다양한 시즈닝으로 상품 다양화를 꾀하는 것도 서양 수출 김의 독특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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