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돌고 돌아 ‘클래식’… 2026년 MZ들의 소비 키워드 ‘근본이즘’

곡산 2026. 2. 13. 07:49

돌고 돌아 ‘클래식’… 2026년 MZ들의 소비 키워드 ‘근본이즘’

강석봉 기자입력 2026. 2. 12. 15:14

어제 뜬 밈(Meme)이 오늘 식어버리는 마이크로 트렌드의 홍수 속에 지친 소비자들이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변하지 않는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26년 소비 트렌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근본이즘(Fundamentalism)’이 급부상하고 있다. 근본이즘은 단순히 옛것을 추억하는 레트로와는 결이 다르게, 기술적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제품의 본질과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헤리티지에 지갑을 여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근본이즘을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제품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된 의미 있는 소비의 한 형태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본질적 가치에 투자하려는 변화가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최근 캐릭터부터 F&B, 디지털까지 전 산업군에서 근본이즘을 키워드로 한 제품들이 잇따라 히트를 기록 중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관절인형의 부활, ‘오시토이’

IPX(구 라인프렌즈)의 인형 키링 브랜드 오시토이(OSITOY)

 

‘근본 찾기’의 움직임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캐릭터·키링 시장에서 가장 클래식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빠르게 소비되고 교체되는 ‘패스트 키링’ 트렌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클래식한 인형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테디베어 관절인형은 아날로그적 매력을 극대화한 근본 키링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손길에 따라 시선을 맞추고 목과 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여 자세를 바꿀 수 있어 감정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 IPX(구 라인프렌즈)가 선보이는 인형 키링 브랜드 ‘오시토이(OSITOY)’가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어로 ‘osito’는 ‘작고 사랑스러운 곰’을 뜻하는 애칭으로, 여기에 toy를 더해 다양한 형태와 감성을 지닌 인형을 선보인다. 어린 시절 고전 완구에 대한 향수가 있는 3040세대에게는 추억을, 빈티지한 감성을 ‘힙’한 취향으로 여기는 1020 여성들에게는 소장 가치가 높은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IPX가 브라운(BROWN) 15주년을 맞아 선보인 관절 인형 형태의 ‘브라운 15주년 한정 스웨이드 에디션’은 그간 부드럽고 포근한 모습의 브라운을 레트로한 관절 인형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팔, 다리 관절을 하나씩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인에 선물하기에도 좋은 패키지와 구성으로 출시 이후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외에도 브라운은 15년간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각 분야에서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작년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패션 브랜드 ‘렉토(RECTO)’와의 ‘브라운 15주년 에디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로파 서울(LOFA Seoul)’과의 ‘브라운 세라믹 컬렉션’, 네덜란드 조명 브랜드 ‘미스터마리아(Mr Maria)’와의 두 번째 협업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선보인 바 있다. 브라운이 가진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와 시대를 아우르는 ‘변치 않는 가치’를 제시, 단순한 인형을 넘어 ‘오래도록 간직할 가치’를 전달 중에 있다.

 

36년 만에 돌아온 원조 라면의 맛, 삼양1963

대한민국 최초 라면의 헤리티지를 담아 우지를 활용한 ‘삼양 1963’

 

식품업계 또한 자극적인 퓨전 메뉴 대신 맛의 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국내 최초 라면의 정통성을 살린 ‘삼양1963’을 출시하며 프리미엄 국물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에 ‘우지(소기름)’를 다시 사용한 제품으로, 60여년 전 출시된 삼양라면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세대 라면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삼양 1963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개를 돌파하며 뜨거운 시장 반응을 얻었다. 이는 가격이 약 1.5배 비싼 프리미엄 라면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네이버 사전 예약이 5분 만에 마감됐고, 총 방문객 1만명을 넘기며 이목을 끌었다. 이번 제품은 과거 라면의 핵심 재료인 우지를 활용해 원조의 맛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단순 복고가 아닌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재해석해 익숙한 듯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본질적인 맛과 제품의 정통성에 기꺼이 지갑을 열 용의가 있음을 체감케 한다.

 

‘노이즈’가 감성이 되다, 올드 아이폰과 빈티지 카메라 열풍

(왼) 아이폰 SE, (오) Kodak의 ‘차메라(Charmera)’

 

알고리즘·AI 보정·과잉 기능에 피로를 느낀 MZ세대 사이에서 최신 기종 대신 과거 모델의 아이폰을 찾는 ‘올드 아이폰’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다. 노이즈·색 번짐·낮은 해상도가 그대로 남는 초기 구형 아이폰 특유의 결과물이 ‘옛 아이폰 감성 사진’으로 재조명되며 촬영 목적의 서브폰 수요가 확대되는 중이다. 특히 아이폰 6S나 아이폰 SE 같은 구형 모델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재평가받으며 중고 마켓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아이폰 6S의 등록 건수는 전년 대비 519% 증가했으며, 거래량도 28% 늘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도 13년 만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Kodak이 선보인 초소형 카메라 ‘차메라(Charmera)’는 1980년대 일회용 카메라 감성을 키링과 접목해 재해석한 제품으로, 출시 직후 품절 대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단순히 ‘옛것’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사진의 해상도와 화질, 자동 보정 등의 기술이, 사진이 가진 본질인 ‘순간을 기록한다’는 가치를 가리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서 역시 본질적 가치에 투자하려는 변화가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세대의 소비패턴이 SNS 인증용의 단발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유행을 좇기보다 시간이 검증한 가치와 ‘본질’에 집중하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석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