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2.04 13:00
“분리배출도 놀이처럼”…재미와 보상 더해 일상 속 ‘녹색 문화’ 뿌리내리다
[Part 05. 지속가능한 확산]
진정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완성은 기업의 생산 라인이 아닌,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포장재를 개발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더라도, 최종 소비 단계에서 올바른 분리배출과 회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원순환의 고리는 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식품업계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자원순환의 주체로 참여하도록 이끄는 ‘문화 확산’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발간한 ‘2025 식품산업 자원순환 우수사례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섯 번째 파트 ‘지속가능한 확산’ 편은 이러한 산업계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파트에서는 소비자의 환경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기획된 다양한 환경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수거 활동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의 의무로만 떠넘기는 대신, 쉽고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참여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자원순환을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다.
소개된 사례들은 우체통을 활용한 커피 캡슐 회수, 초등학생을 찾아가는 환경 교실, IoT 기술을 접목한 멸균팩 수거기 등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폐기물이 다시 소중한 자원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업사이클링 굿즈나 기부 활동으로 연결함으로써 참여의 효능감을 극대화했다. 이는 자원순환이 어렵고 귀찮은 숙제가 아니라, 나의 참여가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 긍정적인 경험임을 각인시키는 과정이다.
‘친환경’을 넘어 생존을 위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必)환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남양유업, 동서식품, 매일유업, 빙그레, 정식품, 한국 코카콜라, CJ제일제당 등 7개 기업의 사례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이 변화의 물결은 우리 사회 전반에 자원순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 남양유업, 초등학생 편지에서 시작된 ‘친환경 교실’…미래 세대와 동행

남양유업의 대표적인 자원순환 캠페인인 ‘찾아가는 친환경 교실’은 2021년 창원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보낸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남양유업은 요구르트 제품에 분리배출 표시선을 도입하는 등 패키지를 개선하고, 이를 계기로 해당 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진행하며 프로그램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이 사연이 알려지며 전국 각지에서 교육 요청이 쇄도했고, 현재의 체계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게 됐다.
남양유업은 ‘Save the Earth’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빨대와 병뚜껑 등 소형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이를 서울 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 전달해 모빌, 키링 등 새활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또한 환경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론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보드게임을 활용한 분리배출 실습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 수년간 약 4만 개의 병뚜껑과 4만 5천여 개의 빨대를 수거했으며, 15만 개 이상의 폐소재를 새활용 제품 제작에 기부했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 역시 매우 높게 나타나, 2024년 1학기 참여 교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10점 만점에 9.7점을 기록했다. 교사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참여 신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공교육 현장에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남양유업은 앞으로 교육 대상을 더욱 확대하고 프로그램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약 2,500명의 학생과 대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연령대별 수준별 맞춤 교육을 통해 미래 세대가 올바른 자원순환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 동서식품, “우체통에 쏙”…커피 캡슐 재활용의 장벽을 허물다

동서식품은 국내 재활용 체계에 캡슐 처리 경로가 부재하고, 높은 물류비용과 번거로운 회수 절차로 인해 소비자 참여가 저조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우체통’을 회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환경부 및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공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 혁신적인 회수 체계를 마련했다.
동서식품은 ‘캡슐 비우고 우체통에 쏙’이라는 직관적인 메시지를 바탕으로, 우체통 규격에 맞는 전용 수거 봉투와 캡슐 분리 도구(오프너)를 제작해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소비자가 캡슐 안의 커피박을 제거한 뒤 알루미늄 캡슐만 봉투에 담아 가까운 우체통에 넣으면 되는 간편한 방식이다. 또한 온라인 수거 신청 시 카카오 알림을 통해 수거 현황을 안내하는 등 참여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이러한 접근성 개선은 즉각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캠페인 시작 6개월 만에 약 5만 개의 수거백이 출고됐으며, 전국 1641개 우체국과 8000여 개의 우체통이 오프라인 회수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이를 통해 초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제품의 사용부터 회수, 재자원화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를 고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서식품은 앞으로 카누(KANU) 공식 스토어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더 많은 우체국에 수거 봉투와 분리 도구를 비치할 수 있도록 우정사업본부와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수거된 알루미늄으로 만든 굿즈나 분리 도구를 참여 고객에게 리워드로 제공해 자원순환의 효능감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 매일유업, ‘새가버치’ 프로젝트로 멸균팩의 가치를 되살리다

매일유업은 높은 재활용 가치에도 불구하고 회수율이 낮은 멸균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회수 체계 구축에 집중했다. 2023년부터 카카오메이커스와 협업해 ‘멸균팩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론칭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동시에 전국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에 IoT 회수기를 설치해 오프라인 접근성까지 확보했다.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통해 수거된 멸균팩은 핸드타월이나 캘린더 등으로 재탄생됐으며, 판매 수익금은 결식 우려 아동과 환경 교육 지원 사업에 기부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했다. 또한 IoT 회수기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신세계포인트 등 리워드를 제공하고, 보상 포인트를 배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해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새가버치 프로젝트’에는 1만여 명의 소비자가 참여해 약 7톤의 멸균팩을 수거했으며, IoT 회수기를 통해서도 5개월간 2.1톤을 수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주변에 재활용을 권유하거나 가정 내 분리배출 습관이 변화했다고 응답하는 등 인식 개선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매일유업은 2025년부터 ‘새가버치 프로젝트’를 상시 수거 체계로 확대 운영하고, 종이팩 재활용 제품 공모전을 개최해 소비자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IoT 회수기 설치 매장을 20곳에서 46곳으로 늘리고 사내 회수기도 확충해 멸균팩 회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공병이 반사경으로…즐거운 자원순환 경험

빙그레는 미래 세대인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자원순환을 즐거운 놀이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기획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진행한 ‘새활용 체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요플레 용기로 화분을 만들거나 아이스크림 용기로 가습기를 만드는 체험형 수업을 제공했다. 또한 테라사이클과 협력해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분바스틱(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맛우유 스틱) 캠페인’을 추진했다.
특히 ‘분바스틱 캠페인’은 3주간 수거된 2160개의 바나나맛우유 공병과 폐플라스틱 1톤을 100%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굿즈를 제작했다. 이 굿즈 판매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액의 1455%를 달성하며 조기 종료됐고, 수익금 전액은 환경 단체에 기부됐다. 또한 자전거 대회 현장에 ‘슈퍼부스트 업박스 스테이션’을 설치해 행사 기간 발생한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80.2%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빙그레는 캠페인별로 타깃 층을 명확히 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새활용 교실은 초·중·고등학생을, 제로스테이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해 자원순환 인식 확산의 범위를 넓혔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즐겨 먹는 제품의 용기가 새로운 물건으로 변하는 과정에 높은 흥미를 보였다.
빙그레는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을 지속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미래의 ‘그린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내 환경 동아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 정식품, 시민과 함께 종이팩을 구출하다…자원봉사 연계 활성화

정식품은 종이팩의 낮은 재활용률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2년부터 중앙자원봉사센터, 포장재재활용공제조합 등과 협력해 ‘종이팩 수거 자원봉사 활성화’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는 시민들이 종이팩을 수거하는 활동을 자원봉사 시간으로 인정해 주거나 지원 물품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역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정식품은 캠페인 확산을 위해 각 주체별로 역할을 분담하고, 어린이집 등 교육 기관을 거점으로 활용했다. 유아 눈높이에 맞는 종이팩 분리배출 교육 자료를 개발해 제공하고, 아이들이 직접 멸균팩을 세척해 수거함에 넣는 ‘멸균팩 구출작전’ 등을 통해 가정 내 실천까지 유도했다.
그 결과 캠페인 참여 협력기관은 2022년 10개소에서 2024년 1613개소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종이팩 수거량 또한 2022년 약 4.2톤에서 2024년 약 66톤으로 15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정식품과 협력한 중앙자원봉사센터는 2024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식품은 지난 3년간의 자원순환 자원봉사 활동 성과를 기록하는 아카이빙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운영 모델을 지역사회에 공유하고, 단순한 기부를 넘어 시민 참여와 교육이 결합된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모델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 한국 코카콜라, ‘원더플’ 캠페인으로 보틀 투 보틀 시대를 열다

한국 코카콜라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응하고, 폐페트병을 다시 음료병으로 만드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20년 ‘원더플(ONETHEPL)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 번(ONE) 더(THE) 사용하는 플라스틱(PL)’이라는 뜻을 담은 이 캠페인은 소비자가 투명 음료 페트병을 올바르게 분리 배출하면 이를 수거해 유용한 굿즈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즌 6를 맞이한 원더플 캠페인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모두의 챌린지’와 대학생 중심의 ‘캠퍼스 챌린지’로 확대 운영됐다. 참여자들은 제로웨이스트 박스에 투명 페트병을 모아 수거를 신청하고, 미션을 완료하면 업사이클링 굿즈를 리워드로 받는다. 특히 이마트, GS리테일, WWF 등 8개 파트너사와 협력해 캠페인의 영향력을 키웠다.
원더플 캠페인은 2020년 론칭 이후 총 15만5000명의 소비자가 참여 신청을 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만6000여 명의 실제 참여자와 함께 수거한 플라스틱의 양은 약 91톤에 달한다. 높은 미션 완주율은 소비자들이 자원순환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보틀 투 보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 코카콜라는 소비자들이 자원순환을 쉽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캠페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를 정착시키고 순환 경제를 완성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이다.
● CJ제일제당, 햇반 용기는 재활용 불가?…오해를 기회로 바꾸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용기가 복합 재질(OTHER)로 표시돼 재활용이 어렵다는 소비자의 오해를 바로잡고,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나섰다. 2022년부터 자사몰인 CJ더마켓과 카카오메이커스 등을 통해 소비자가 사용한 햇반 용기를 직접 회수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는 햇반 용기가 95% 이상 단일 재질(PP)로 구성돼 있어 깨끗이 세척하면 충분히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회수된 햇반 용기는 지역자활센터와 협력해 세척 및 파쇄 과정을 거쳐 양질의 재생원료로 재탄생했다. CJ제일제당은 이 원료를 활용해 물류용 팔레트뿐만 아니라 탁상시계, 키링, 가드닝 키트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굿즈를 제작했다. 특히 아동들을 대상으로 가드닝 키트를 활용한 환경 교육을 진행하며 미래 세대의 인식 개선에도 힘썼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햇반 용기 회수량은 2022년 30만5000개에서 2024년 98만9000개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자활센터의 수익 증대에도 기여하는 등 환경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CJ제일제당은 2026년 말부터 수출용 햇반 용기에 분리배출 기호를 ‘PP’로 표기해 글로벌 포장재 규제에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에서도 정부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해 포장재 법규 제도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는 자원순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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