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3세] 전략 사령탑 맡은 오리온 담서원… 키워드는 글로벌·바이오
중장기 전략·신사업 한손에…컨트롤타워 역할
5500억원 베팅한 바이오…리가켐 성적표 관건
국내 식품업계에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가 겹치며 기존 주력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젊은 오너들이 전략·글로벌·신사업 조직을 맡아 전면에 등장하는 모습이다. 실질적 성과를 통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리온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오리온은 최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담철곤 회장의 장남 담서원(37)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동시에 담 부사장에게 신설 조직인 전략경영본부 수장을 맡겼다. 2021년 입사 이후 4년여 만에 그룹 전략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된 것이다.
◇ 종합식품기업 도약 위해 조직 개편
9일 오리온에 따르면 이번에 신설된 전략경영본부는 산하에 ▲신규사업팀 ▲해외사업팀 ▲경영지원팀 ▲CSR팀을 두고 있다. 해외사업팀과 신규사업팀은 종전까지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었고, CSR은 감사위원회 산하에 있었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주요 기능을 한데 모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든 셈이다. 오리온 측은 “전략경영본부는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경영진단, 기업문화개선을 담당하며 미래사업을 총괄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 신설된 핵심 조직에 담 부사장이 수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향후 승계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략 조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면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성장 방향의 설계와 실행을 담 부사장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담 부사장은 1989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중국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약 2년간 근무한 뒤 2021년 오리온그룹에 합류했다. 입사 이후 상무, 전무를 거쳐 이번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오리온의 중장기 목표는 매출 5조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다. 현재 오리온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식품 기업이지만, 성장 동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초코파이 등 기존 스테디셀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초코파이 이후 시장을 뒤흔들 만한 신제품이 없다”라며 “저출산과 건강 중심 소비 트렌드 확산으로 국내 제과 시장 자체가 정체 국면에 접어든 만큼,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장만으로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담 부사장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글로벌’과 ‘바이오’다. 오리온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특정 국가에 비중이 쏠려 있다. 중국에서는 현지 브랜드 성장과 유통 구조 변화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스낵 시장에서 오리온 점유율은 2016년 1.6%에서 2017년 0.8%로 하락한 이후 0.8~0.9%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신제품 출시, 간접 영업 체제 전환, 간식점 대응 등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아직 추세가 반전될 만한 변화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고성장을 이어오던 베트남 법인 역시 최근 소비 위축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다만 올해 실적 환경은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간식점 채널 비중 확대, 러시아 신규 라인 증설 이후 파이·비스킷 판매량 증가, 위안화와 루블화 강세 효과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베트남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실적 둔화가 시작된 2023년 상반기 이후 오리온 주가도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라며 “팬데믹 기간 고성장에 따른 역기저 효과와 현지 경기 부진이 겹친 결과지만, 올해는 중국과 베트남 회복을 비롯해 주요 법인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 바이오 사업 성과 나와야
바이오 사업 역시 담 부사장의 경영 성과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다. 오리온은 식품 본업을 넘어 바이오를 제2의 성장축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3월 5500억원을 투입해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를 인수했다. 오리온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당시 지분 인수 과정은 담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리가켐바이오 사내이사로 주요 의사 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를 차세대 항암제 ADC 개발 역량을 갖춘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리가켐바이오는 2022년 영업손실 504억원, 2023년 808억원, 2024년 209억원으로 아직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담 부사장은 ‘준비 중인 후계자’가 아니라 실적으로 평가받는 경영자 위치에 섰다”며 “글로벌 사업 다변화와 바이오 성과가 향후 승계 구도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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