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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당 3사 가격 담합 과징금 4083억 철퇴…사업자 규모 최대

곡산 2026. 2. 13. 07:20
제당 3사 가격 담합 과징금 4083억 철퇴…사업자 규모 최대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2.12 13:53

4년여 기간 총 8차례 걸쳐 판매가격 변경 폭·시기 등 합의 정황 드러나
​​​​​​​공정위, 향후 밀가루, 전분당, 달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 진행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제당 3사가 4년여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4000억 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는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들이 4년여에 걸쳐 음료, 과자 제조사 등 실수요처와 대리점 등 B2B(사업자간) 거래에 적용되는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과징금 부과 규모는 그간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총액 기준 두 번째로 큰 규모이고 참가 사업자당 평균 부과금액(1361억 원) 기준으로 최대 금액에 해당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3개 제당사들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인상 6차례, 인하 2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했다.

 

이들은 설탕 원료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이때 가격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하는 등 서로 협력하기도 했다.

 

원당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가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 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인하하고 인하 시기를 지연시킬 것을 합의했다.

3사 중 누가 수요처와 협상을 주도하는지를 기재한 자료(T사: 대한제당, S사: 삼양사)

 

이 과정에서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급, 영업팀장급 등 직급별 모임 또는 연락을 통해 가격을 합의했다. 대표급, 본부장급 모임에서는 개략적인 가격인상 방안이나 3사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영업임원이나 영업팀장들은 많게는 월 9차례 모임을 갖고 가격변경 시기와 폭,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잘 안될 경우 대응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을 합의했다.

 

이렇게 가격변경의 폭과 시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전체 거래처에 가격변경 계획을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협상을 진행했는데, 각 수요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당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협상 경과를 수시로 공유했다. 예를 들어 A 음료회사는 CJ제일제당이, B 과자회사는 삼양사가, C 음료회사는 대한제당이 주도해 협상하는 식이다.

 

특히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을 감행했고,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는 한편 공정위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 논의를 하는 등의 행태까지 보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식료품 분야에서 은밀하게 장기간 지속된 약탈적인 담합을 제재한 사건으로,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 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달걀, 돼지고기 등 담합 사건도 신속하게 처리해 위법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공정위 설탕 담합 관련 의결 발표 직후 공식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설탕 제조 기업들의 이익단체 성격인 대한제당협회에서 탈퇴하는 동시에 임직원이 타 설탕 기업과 접촉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내부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가격 결정 프로세스도 도입한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원가 등에 연동해 가격을 정하는 ‘판가 결정 시스템’을 도입, 투명하게 가격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회사 차원의 준법경영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참여케 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해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을 차단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양사 역시 재발 방지와 준법 체계 강화 조치를 추진한다.

 

회사 윤리경영 원칙과 실천지침을 개정해 공정거래법 준수 의무를 명확히 하고 가격·물량 협의 금지, 담합 제안 시 즉시 신고하도록 하는 담합행위 금지 조항을 새롭게 반영했다.

 

또 전 사업부문의 영업 관행과 거래 프로세스를 전수 조사해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식별하고 즉시 시정할 수 있도록 하며, 공정위가 권고하는 CP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법규 준수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아울러 전사 대상으로 담합 방지 특별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하는 한편 영업과 구매 관련 부서에 대해서도 심화 교육을 진행해 공정거래법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위반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