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프랑스 카페 문화와 파리 내 한국식 카페 현황
[지구촌 리포트]
▶ 프랑스와 한국 카페 문화의 시작
프랑스와 한국은 카페 문화가 발달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양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한국인 관광객이 프랑스를 방문할 때 반드시 카페를 들르는 이유이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관광 코스에 카페 호핑(cafe hopping)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이다.

프랑스의 카페 문화는 17세기에 시작하였으며 단순히 커피를 마시고 떠나는 공간이 아닌, 당대의 지식인과 예술인이 모여 토론하는 장으로서 기능했다. 당시 유명했던 카페들은 지금도 파리에서 활발히 손님을 맞으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파리 최초의 카페로 알려진 카페 프로코프(Café Procope)는 1668년 개점하였으며, 사상가 루소, 디드로, 볼테르 등이 단골손님이었다. 레 두 마고(Les Deux Magot)는 1812년 비단 등을 파는 잡화점으로 시작해 1884년 카페로 변모했다. 시인 베를렌과 랭보가 자주 찾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는 1885년 레 두 마고 인근에 개점해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온 곳으로, 소설가 카뮈와 헤밍웨이, 디자이너 라거펠트가 사랑한 곳이다. 카페 드 라 로통드(Café de la Rotonde)의 경우 1911년에 문을 연 카페로, 피카소 등 예술가들의 성지로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와 같은 예술 사조의 등장에 일조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은 18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커피에 대한 기록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899년 고위 관리가 아닌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다과점이 개업한 것을 최초의 커피 판매점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카페와 유사한 곳으로는 1927년 개업한 최초의 다방 카카듀를 꼽을 수 있겠다. 이곳은 프랑스의 카페들과 유사하게 문인들과 지식인들이 모여 교류하는 곳으로 쓰였다고 알려져 있다.
▶ 프랑스와 한국 카페 문화의 차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카페도 체인점과 개인 카페로 대략 구분해 볼 수 있다. 프랑스 주요 커피 체인점으로는 맥카페(McCafé), 스타벅스(Starbucks), 콜럼버스 카페(Columbus Café)가 꼽히는데, 프랑스 전역에 각각 약 521개, 248개, 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스타벅스 매장만 2,000여 개로 추산된다. 프랑스 본토 면적이 한국의 약 5.5배이고 인구도 1천만 명 이상 많은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 비해 프랜차이즈 매장 밀도가 확연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의 구성도 차이를 보인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프랑스와 한국은 유사하게 다양한 음료를 팔고 있지만, 개인 카페에서 내놓는 메뉴는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커피와 함께 주류, 안주, 식사를 판매한다. 예를 들어 카페 드 플로르의 28페이지에 달하는 메뉴판 중 차가운 음료와 따듯한 음료는 각각 1페이지와 반 페이지만을 차지하고 있다. 차가운 음료는 대부분 캔 음료나 병 음료를 그대로 내오는 것이고, 매장에서 만드는 음료는 압착 주스 3종과 아이스 커피, 라떼, 우유, 차 뿐이다. 따뜻한 음료의 경우 에스프레소와 커피음료 6종과 핫초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한국의 개인 카페를 찾는 고객들은 가벼운 식사보다는 음료 소비가 주 목적이다. 메뉴판에 아메리카노와 라떼만 있는 카페는 거의 찾기 어렵고, 커피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곳이 많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크다. 친구와 이웃과 오랜 시간 앉아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며 일상 속 사교의 중심 역할을 한다. 다만 한국 카페의 경우 다기능 공간의 역할을 한다. 사교의 역할은 물론이고 혼자 휴식을 한다거나, 공부, 업무, SNS용 사진촬영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 카페는 공간 그 자체가 방문 목적이 되기에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쓰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카페가 한국 관광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어니언 안국, 익선동 청수당 베이커리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카페는 한옥 인테리어, 넓은 공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빵 메뉴 판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이 소비와 경험 중심의 공간이라는 한국 카페 트렌드를 반영하여 프랑스 파리에도 한국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카페들이 성공적으로 운영중이다. 대부분의 방문객이 현지 10~30대이며 SNS를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파리 내 한국식 카페 현황
(1) +82 PARIS (플러스 파리)

플러스 파리는 2018년 5구에 개업한 파리 최초의 한국식 카페이다. 플러스 파리의 이름은 한국의 국가번호인 82번에서 착안되었고,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1.6만 명, 구글 리뷰 1,200여 개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식 카페이기도 하다. 개업 당시 한국 디저트인 빙수와 붕어빵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고, 플러스 파리의 영향으로 현재 파리 내 한국식 카페들은 대부분 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플러스 파리는 단순히 한국식 디저트와 음료를 판매하는 것 외에도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지난 2월에는 “한국공예의 숨결”을 주제로 한국 작가들과 협업해 작품을 전시하고, 작가와 함께 돌 도장, 보자기 백, 솟대 풍경 모빌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아뜰리에를 운영했다. 작년 여름에는 국가유산진흥원과 협업해 “한국의 색”을 주제로 팝업을 열었고, 한국 한과 업체와 협업하여 한과를 판매하기도 하며 개업 초기부터 꾸준히 한국 문화를 알려 왔다. 2020년에 오픈한 2호점 파리 다방(Paris Dabang)은 보다 넓은 공간과 전시에 중점을 둔 곳으로 마찬가지로 꾸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 CAFÉ SHIN (카페 신)

카페 신은 파리 10구에 위치해 있다. 신은정 파티시에는 Julien Sebbag 셰프와 함께 일하다가 함께 한국식 카페를 열게 되었다. 카페 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국적인 메뉴이다. 고구마 라떼, 흑임자 라떼, 달고나 라떼는 메뉴판에 “Goguma Latte” “Heukimja Latte” “Dalgona Iced Latte”처럼 고유명사 그대로 적혀 있다. 프랑스에서 고구마는 주로 튀김으로 요리하고, 흑임자 역시 흔히 쓰이는 식재료가 아니다. 라떼라는 이름을 달고 커피가 들어가지 않는 것도 한국적인 부분이다. 유자, 생강, 메밀차(“Memil-cha”) 또한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화요일부터 금요일 점심시간에는 된장 닭고기, 고추장 참치, 간장 연어를 넣은 김밥을 판매한다. 크로아상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크로아상을 활용한 한국식 디저트인 크로플도 판매 중이다. 카페 신은 2024년 개업한 신생 업장인데도 파리 미식 전문지 TimeOut이 선정하는 “2025년 최고의 커피샵” 최종 후보 3곳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3) Café PAT (카페 팥)

카페 팥도 2024년 개업한 신생 카페로, 한국식 디저트에 집중하고 있다. 상시 판매하는 품목인 호두 과자는 “boules de noix(직역: 호두 알)”로 풀어서, 양갱은 그대로 “yang-geng”으로 적고 있다. 약과 쿠키는 미숫가루, 흑임자, 녹차 맛이 있으며 프랑스식 버터 쿠키인 사블레(sablé)로 표기한다. 지난 4월에는 한국 전통 민화, 한복에서 영감받은 액세서리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팝업을 진행했다.
그 외에 한국식 카페로 Jirisan(지리산, 4구), On&Off(온앤오프, 15구) 카페 등이 있다.

▶시사점
한국식 카페의 매력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을 통해 이미 입증되었다. 파리에서도 한식당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한국식 카페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카페 문화의 프랑스 진출 사례는 한국의 브랜드, 문화 콘텐츠, 라이프스타일이 결합된 ‘한국다움’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모든 시장에서 제품의 현지화 보다는 고유한 가치를 고수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프랑스 시장 진출 시 아이템에 따라 현지 문화권과 차별화되는 한국식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내세워 시장에 진입한다면 현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 파리지사 나예영(itsme@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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