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양점수(Nutri-Score) 개정
■ 영양점수(Nutri-Score)

영양점수(Nutri-Score)는 2017년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정청(ANSES)과 공공보건고등위원회(HCSP)가 고안한 식품 영양 등급 시스템으로, 포장 전면(FOP; front-of-pack)에 표시되는 라벨이다. 식품 100g이나 100ml에 포함된 성분을 건강에 좋은 성분과 좋지 않은 성분으로 나누어 각각 점수를 부여하고, 합산한 총점에 따라 A등급부터 E등급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상품의 영양 정보를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공급자들이 보다 건강한 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는 두 가지 목적 하에 개발되었다. 현재 유럽 6개 국가(프랑스·벨기에·독일·스페인·네덜란드·룩셈부르크)와 스위스가 채택하여 사용 중이며, 작년 루마니아가 공식적인 도입을 위한 정부 결정 초안을 발표했다.
■ 주요 개정 사항
2023년, COEN(Countries Officially Engaged in Nutri-Score; 뉴트리 스코어를 공식적으로 도입한 7개국)의 각 전문가가 모여 구성한 뉴트리 스코어 과학 위원회(ScC)가 등급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개정했다. 새로운 기준은 독일.벨기에.스위스.네덜란드(2024년 1월), 룩셈부르크(2024년 3월)가 이미 도입해 사용 중이며, 프랑스는 비교적 최근인 2025년 3월에야 새로운 기준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공중보건청(SPF)은 기존 산정 기준과 개정된 기준에 따른 뉴트리 스코어 계산기 파일을 배포하고 있다.
먼저 기존 산정 기준에서는 전체 식품을 일반 식품과 음료로만 분류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기준은 유지류와 견과류(fats, nuts, and seeds)를 별도 항목으로 구분했다. 총점이 낮을수록 영양 등급이 높게 매겨지는데, 일반 식품의 A 기준이 1점 완화되었고 음료는 B-D 기준이 소폭 수정되었다. 음료 중 생수가 유일한 A 등급인 것은 변하지 않았으나, 가향 생수와 저당 음료 일부는 높은 등급으로 조정되었다.

각 식품군의 분류도 개선되었다. 기름진 생선, 식물성 기름, 우유, 유제품이 각 영양 성분 구성에 따라 이전보다 세밀하게 구분되어 점수가 부여된다. 정어리·고등어·연어 등의 기름진 생선과 에멘탈 치즈 등 염도가 낮은 경성 치즈가 높은 등급으로 조정되었다. 통곡물·정제곡물의 구분과 적색육·가금류의 구분도 강화되어 정제곡물과 적색육이 낮은 등급으로 조정되었다.
또한 전반적인 당류와 나트륨에 대한 페널티가 강화되었다. 대표적으로 아침용 시리얼, 당이 많이 첨가된 유제품(액상·호상 요구르트 등)의 등급이 낮게 조정되었다. 비영양 감미료(NNS; non-nutritive sweeteners)를 사용한 음료 분류가 신설되며 마찬가지로 낮은 등급을 받는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인스턴트 식품은 평균 A, B 등급에서 B, C 등급으로 조정되었고, 특히 조정 폭이 컸던 몇몇 피자 제품은 D 등급까지 내려갔다. 안주용 과자, 염도가 높은 빵, 수프와 같은 제품도 타격을 받았다.
한편 이전 기준이 건강한 식용유에 비합리적으로 낮은 등급을 부여한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포화지방산이 낮은 올리브유·카놀라유·해바라기씨유·호두 기름 등이 기존 C 등급에서 B 등급으로 상향되었다.
■ 개정된 영양점수(Nutri-Score)에 대한 평가
영양점수(Nutri-Score)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많고 유럽에서는 관심이 큰 주제인 만큼, 개정된 영양점수에 대한 실증적 연구 및 평가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연구로는 영양점수와 프랑스 정부에서 권고하는 식생활 지침(FBDGs)을 비교한 결과, 개정 전의 영양점수가 지침에 63% 부합했던 것에 비해 개정 후는 85%로 개선되었다는 연구가 있다(Sarda et al., 2024). 또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이 유럽 거주 성인 34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개정된 영양점수 상 낮은 등급의 식품을 소비할수록 심혈관계 질환, 특히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아짐을 밝혔다(Deschasaux-Tanguy et al., 2024).
한편 언론에서 영양점수는 여전히 찬반이 갈리는 주제로 다뤄진다. 영양점수에 호의적인 결과를 내놓은 연구의 대다수가 영양점수 개발자들에 의해 진행되었고, 영양점수와 무관한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서는 대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등 연구 편향이 존재한다는 문헌 검토 결과도 있다(Peters & Verhagen, 2024).
■ 영양점수에 대한 비판적 시각

영양점수가 유럽 전역에서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영양 성분 함량을 기계적으로 계산해 단순화된 등급을 내놓는 것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가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해 왔다. 영양점수 기준상 이탈리아 전통 음식이 지나치게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의 문화적, 경제적인 손실까지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리브 오일은 기존 영양점수 산정 방식에서 C 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일반적인 일회 섭취량보다 훨씬 많은 100ml를 기준으로 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2020년부터 독자적으로 뉴트린폼 배터리(NutrInform Battery) 라벨을 고안해 사용 중이다. 뉴트린폼 배터리는 식품의 등급을 매기지 않고 열량, 당류, 나트륨과 같은 영양 성분이 일일 권장량의 몇 퍼센트인지 배터리 형식으로 표시한다. 또한 포르투갈은 지난 2024년 4월 영양점수를 공식 도입하겠다 발표했으나 정권 교체와 함께 2개월 만에 철회하였다.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전통 음식의 영양학적 가치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액티비아 요거트로 잘 알려진 다국적 기업 다논(Danone)은 2024년 9월 음료 제품에서 영양점수 라벨링을 점진적으로 삭제할 것이라 발표했다. 액티멜(Actimel), 다노니노(Danonino) 등 다논의 마시는 요거트 제품이 뉴트리 스코어 개정 이후 A, B 등급에서 D 등급으로 강등된 이후다.
■ 시사점
영양점수 라벨은 대부분의 경우 표시의 강제성이 없지만 여러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식품의 영양 성분에 민감하게 제품을 선택하고 있으므로, 뉴트리 스코어뿐만 아니라 각국의 영양 라벨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염도가 높은 한국의 전통 식품이나 주요 수출 품목도 이탈리아와 포르투갈과 마찬가지로 영양 등급상 저평가될 가능성이 있어, 유럽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미리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 출처
https://cress-umr1153.fr/en/nutri-score-update/
https://pubmed.ncbi.nlm.nih.gov/38311063/
https://pubmed.ncbi.nlm.nih.gov/39529812/
https://www.foodnavigator.com/Article/2024/04/08/Nutri-Score-officially-adopted-by-Portugal/
https://www.foodnavigator.com/Article/2025/03/04/has-the-european-commission-abandoned-nutriscore/
https://www.santepubliquefrance.fr/en/nutri-score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213434424000069
https://www.service-public.fr/particuliers/actualites/A18128
문의 : 파리지사 나예영(itsme@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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