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도 교수
- 승인 2024.11.25 07:45
30개월 미만 식육 반입…뼈 있는 부위 등 제외
프랑스 소고기가 24년 만에 우리나라에 재진입한다. 주한프랑스대사관은 지난 11월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2000년 수입 중단 이후 24년 만에 한국 시장에 프랑스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알렸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3번째다. 유럽산 소고기는 유럽 광우병 파동 즉, 소해면상뇌증(BSE) 발생으로 지난 2000년부터 수입이 중단됐었다.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서 소고기를 다시 수입하려면 국회에서 수입 위생 조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프랑스·아일랜드산 소고기 수입 위생 조건 안이 작년 2023년 말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6월 도축장 승인이 마무리되면서 수입이 최종 허가됐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최대 소고기 생산국으로 지난 2022년 기준 12만9000 가구의 축산 농가가 육우 1000만 마리, 젖소 700만 마리를 사육한다. 프랑스는 소를 목초지에서 방목해 키우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폴란드에 앞서는 최대의 쇠고기 생산국으로 EU 내 쇠고기 생산의 21%를 맡고 있다.
프랑스산 소는 22가지 품종이 있는데, 이중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높은 샤롤레즈가 우선 수입될 예정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지난 2018년 6월에 가장 먼저 시장을 개방했으며, 일본도 2020년 8월부터 30개월령 이상의 식육 수입을 이미 허용했다.
프랑스는 오직 30개월령 미만의 도체에서 생산된 식육(냉동육, 냉장육)만 우리나라로 수출할 수 있는데, 뼈가 있는 부위, 척수나 편도 부위, 분쇄육 등은 수출 항목에서 제외됐다.
EU산 소고기는 주로 냉동육으로 외식업체와 가공업체에서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소고기는 모두 광우병, 럼피스킨병 등 가축전염병에서 위험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아야만 하는데, 프랑스는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인정한 ‘광우병 위험무시국’이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국내에선 미국산, 뉴질랜드산, 호주산 소고기가 선호된다. EU산 소고기는 미국, 호주산보다 수입 단가도 높고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아 국내 시장 점유율이 0.1~0.2%에 불과하다.
약 21년 전인 2003년 12월 23일, 미국 농무부(USDA)는 “워싱턴 주 모세레이크의 한 도축장에서 2주 전 도살한 한 소로부터 광우병(BSE) 양성반응이 나왔다”라고 발표했고, 다음 날 USDA 산하 식품안전검사소(FSIS)가 감염된 소와 함께 도축된 쇠고기 1만 410파운드를 시장에서 리콜한 사건이 있었다. 이 뉴스로 세계 각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연이어 금지하는 등 그 파장이 전 세계로 확산했었다.
우리 농림부는 즉각 국내 유통 중인 미국산 소의 내장과 척추뼈 등의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고 일본도 이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2003년 이전까지는 모든 부위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먹어왔으나, 이후 수년간 수입이 전면 금지됐었다.
광우병(狂牛病)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을 일컫는데, 변형 프리온의 감염에 의해 소에게 신경퇴행성 증상을 유발하는 전염성 뇌질환이다. 이는 4~5세의 소에서 주로 발생하며, 소의 뇌에 구멍이 생겨 갑자기 미친 듯이 포악해지고 정신이상과 거동 불안, 그리고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이 질병의 특징은 잠복기가 매우 길며, 폐사율이 100%인 만성진행성 질병으로 현재까지 백신이나 해독제 등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광우병은 1996년 3월 영국 보건부 장관이 인간의 감염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전 세계 육류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감염으로 야기되는 전염성 프리온 질환은 소의 BSE 외에도 인간의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면양 및 산양의 스크래피(Scrapie), 밍크의 전염성뇌염(TME) 등이 있다. 인간에게도 2~8년의 잠복기를 거치면서 다리가 마비되며 시각장애와 치매에 이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vCJD 또한 프리온 질병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이후 프리온의 축적이 주로 이루어지는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 Specified Risk Materials)로 보고 도축 시 철저히 제거하고 있다. SRM은 30개월 이상의 소에게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SRM에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대부분 발견되기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 에서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경우에 SRM을 제거한 30개월 이하의 소만이 안전하다고 한다.
광우병의 발생은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역행해 받은 재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도축장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동물 내장과 찌꺼기를 육골분으로 가공하여 초식동물인 소에게 강제로 먹인 결과다. 최근엔 육골분의 사용 금지, 방목, 유기농법 등 자연의 순리에서 그게 벗어나지 않는 식량 생산방식을 채택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소의 내장, 머리, 골수 등을 즐기는 사람들의 식습관도 바뀌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쇠고기 검역뿐 아니라 수입식품에 대한 검역·검사가 강화됐고, 원산지 표시제, 이력추적제가 활성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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