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판례 여행④]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의 위헌 여부-영업자 준수사항 헌법재판 사건
- 김택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승인 2020.09.28 01:45
한식당 손님 화투놀이했다고 주인에 벌금…헌법 재판 청구
헌재, 舊식위법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배 결정
제44조 제1항 하위 법령에 위임 불구, 수범자 기준·구체적 준수 사항 없어 무효
<네 번째 여행의 시작>
△김택수 변호사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국가 권력은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으로 분리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입법은 국회, 행정은 대통령, 사법은 법원이 맡고 있다. 그런데 현대 ‘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헌법재판이다. 입법부가 만든 법을 해석해서 재판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가 만든 법 자체를 재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만든 법이 헌법에 위반되면 법을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식품위생법도 헌법재판으로 무효가 된 적이 있을까?
이 사건에서 A는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2014. 6. 6.경 손님 6명이 한식집 방에서 화투를 치다 적발되자 A는 당시 식품위생법(이하 “구 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제44조 제1항에 따라 영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지키지 아니한 자”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로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는 약식명령에 불복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면서 구 식품위생법 제97조 제6호, 제44조 제1항은 법에 자세한 내용을 규정하지 않아 포괄위임금지라는 헌법의 원리에 위반되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을 구하였다.
<쟁점>
‘식품접객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는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한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부분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될까?
<헌법재판소의 판단- 헌법재판소 2016. 11. 24.자 2014헌가6, 2015헌가26 결정>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은 식품접객업자를 제외한 어떠한 영업자가 하위법령에서 수범자로 규정될 것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
비록 수범자 부분이 다소 광범위하더라도 준수사항이 구체화되어 있다면 준수사항의 내용을 통해 수범자 부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데,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은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이를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사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그 행위태양이나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은 수범자와 준수사항을 모두 하위법령에 위임하면서도 위임될 내용에 대해 구체화하고 있지 아니하여 그 내용들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의>
포괄위임금지원칙이란 국회가 만든 법에 법의 주요한 사항이 규정되어야 하고, 주요한 사항을 함부로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에 위임하면 안 된다는 헌법상 원칙으로 이를 위반한 법은 위헌으로 무효가 된다.
구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은 현재와 달리 “식품접객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와 그 종업원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식품접객영업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에서의 영업이 식품제조업인지, 식품첨가물제조업인지, 식품운반업인지, 식품보존업인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런 부분들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였다.
<네 번째 여행을 마치며>
법을 아무리 해석해봐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법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현대적 헌법으로, 국민에게 법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헌법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법 아래에서 힘들다면 법을 무효로 만들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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